▲지난 6년 간 황의성 전 옥천1리 이장이 모은 캔 꼭지는 모두 65만가량 된다.
최육상
도대체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황 전 이장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제가 몸이 좋았는데, 7년 전에 '식도' 수술하고 몸이 안 좋아져 일을 못했어요. 어느 날 산림조합 일을 나갔는데 간식으로 빵하고 음료수 캔을 주더라고요. 근데 한 아주머니가 캔 꼭지를 따기에 '뭐 하려고 그러느냐'고 물으니까 '그냥 모은다'고 해요. 자려고 누워서 '내가 취미를 가져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다가, '아, 이걸 한 번 모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곤 그 때부터 시작했죠."
캔 꼭지를 수집한 지 어느덧 6년이 넘었다. 1년 365일, 6년으로만 계산해도 황 전 이장은 2200여 일 이상 캔 꼭지를 찾아 장례식장과 아파트단지 분리수거장, 도로변 분리수거함 등을 매일같이 돌아다녔다. 6년 간 하루 평균 294개 정도 캔 꼭지를 모은 셈이다.
"몸이 안 좋다더니, 이런 일까지"
황 전 이장은 "캔 꼭지를 모으면서 작은 오해 아닌 오해도 받았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어느 날 도로변 분리수거함을 뒤지면서 캔 꼭지를 따는 걸 지나가시는 분이 알아보셨어요. '쯧쯧, 몸이 안 좋다더니 이장님이 이런 일까지 하시느냐'고 혀를 차더라고요. 또, 나이 드신 분들은 제 어깨를 툭 치면서 '직업에 귀천이 없으니까 열심히 살라'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그냥 '아이고, 고맙습니다'라고 답했죠. 하하하."
황 전 이장은 "지금은 오히려 아파트단지를 가면 환영받는다"며 말을 이었다.
"또 한 번은 아파트 소장님이 '분리수거까지 해 주시니까 너무 좋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제 성격이 그래요. 지저분한 걸 못 보니까 캔 꼭지 따면서 쓰레기 분리수거 다 해 놓고, 깨끗하게 정리하고 오거든요."
황 전 이장 집 안에 들어서니 각종 표창장과 공로패가 진열돼 있었다. 황 전 이장은 지난해까지 30년 동안 옥천1리 이장으로 일했다. 그는 "참, 보람되고 재미있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구곡순담(구례ㆍ곡성ㆍ순창ㆍ담양) 백세인 축제'를 4개 군이 돌아가면서 하는데, 이 표창장을 (2016년에) 제가 받았어요. 100세 넘으신 분도 계시고, 또 순창에 어르신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한참 젊은 저한테 이 상을 주시니까 보람되고 흐뭇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