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선수 숏컷 논란을 다룬 영국 방송 BBC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글.
BBC
답답해져만 가는 싸움
앞선 두 논란으로 한동안 내 SNS는 진흙탕이었다. 상식 밖의 논란이 논쟁이 되어 한바탕 토로의 장이 됐기 때문이다. 혐오싸움은 갈수록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남녀 간의 제로섬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4일 중앙일보에서 <털 뽑고 유두 가리개까지 쓴다, 2030남 눈물겨운 여름나기>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공유됐고, 반응은 주로 남성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인터넷 댓글들도 "여성들은 맨날 브라 차고, 털 뽑는데 그까짓게 뭐가 힘드냐"는 식이었다. 한 페미니스트 페친이 SNS에 올린 비슷한 글을 읽으며 이러한 조롱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국 앞선 두 논란처럼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온라인상에서의 여성 대 남성 간의 싸움으로 번질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숨겨둔 나의 콤플렉스를 조심스럽게 꺼내 보자면 난 얇은 옷을 입지 않는다. 니플패치를 붙이는 것 대신 얇은 옷을 입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다. 반팔을 살 때나, 여름에 외출할 때는 옷에 신경을 많이 쓴다. 혹여나 콤플렉스가 드러나면 여간 민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오랜 콤플렉스로 인해 과거 여성 친구들 사이에서 '노브라 이슈'가 한참이던 때 조용히 속으로 응원했던 적이 있다. 모두가 조금씩 도드라진 상의를 맘 편히 입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언젠간 나의 콤플렉스도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니플패치 붙이는 게 싫고, 얇은 옷 입는 게 콤플렉스인 남성이나, 어렸을 때부터 브라를 착용했던 여성이나 기간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이 불편하다면 조롱 대신 다 같이 조금은 도드라지게 살자고 얘기해보면 어떨까.
아무런 해결책도 보이지 않은 채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성 혐오는 너무 피로하다. 언제쯤 혐오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콤플렉스를, 우리 어머니들의 숏컷을, 여성 친구들의 몸을 손가락 모양만큼(조금)만이라도 이해한다면 혐오 사회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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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모양만큼이라도 서로 이해하는 우리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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