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
이영광
- 지난 12일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가 막을 내렸어요. 역대 당대회 중 2번째로 길었다는데 이번 어떻게 보셨어요?
"굉장히 길게 진행이 됐어요. 이런 것은 경제적인 차원을 포함해 국가 운영 전반적으로 최고 지도자가 고민이 많았다는 것들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상황입니다. 또 결과 발표 내용도 참 답답한 상황을 반영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요. 또 하나 김정은 위원장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지 않냐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이번 행사를 하는 것 보니까 정상적으로 국가 운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돼서, 그런 부분은 약간 안심이 됐습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2019년 하노이 정상 회담 결렬 이후 북한에서 열리는 공식행사의 일정이 예측하고 다르거나 굉장히 불규칙적으로 운영이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이것은 최고 지도자 심리가 불안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죠. 이번에도 회의 기간을 4일 정도로 예상했는데, 8일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내용이라든지 전반적인 행사를 끌어가는 상황을 보면 국가 운영이나 통치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북한은 아무래도 경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겠죠?
"그렇죠.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했고 그래서 다시 한번 경제 발전을 위해서 노력을 하자고 구호를 내세우고 계획을 지시했는데, 전체적으로 봐서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좀 어렵고 또 지금 제시한 것도 돌파구가 아니라 참고 열심히 해보자는 감성적 호소라, 최고 지도자는 아마 지금 상황을 굉장히 답답하게 여겼을 거라 생각합니다."
- 이번 당대회의 의미는 뭘까요?
"이번 당대회 의미가 많지요. 너무 많죠. 아까 말씀드린 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 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위축돼 있어 제가 걱정이 좀 있었는데, 이번에 김 위원장이 그런 것들을 좀 털어 버리고 새롭게 잘해 보자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조직 개편이 있었어요. 정무국 제도를 폐지하고 비서국 제도를 도입하거든요. 근데 이게 5년 전에 했던 것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예요. 이런 것들은 지난 5년 동안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다시 반복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되었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2011년 12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고, 그 나라를 이어받았잖아요.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위원회의 제1위원장, 노동당 제1비서 이런 식으로 해서 국가 운영을 하다가 2016년에 당대회를 하면서 제1비서라든가 제1국방위원장이 등의 부차적인 명칭을 바꾸려고 했던 거죠. 그래서 그때 국방위원장 체제를 국무위원회로 바꾸면서 총비서 이름을 쓰지 않고 노동당 위원장으로 바꿨죠. 전임인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칭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그때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다른 명칭을 사용했던 것이지요. 5년이 지나서 보니까 이제는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사용한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거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자는 차원에서 원래 사용한 전통적으로 노동당에 최고지도자를 의미하는 총비서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번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부부장으로 강등되었는데.
"좀 이상하게 보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고급 간부들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 업무 성과에 따라서 승진하거나 강등되는 것이 되풀이되어 왔어요. 김여정 부부장도 업무 성과에서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한다면 강등이 될 수 있고요.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의 사무, 당의 사무를 엄정하게 처리하고 있고 동생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는 것들을 보여 주는, 보여주기식 형태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별로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아요. 결국 김여정 부부장의 북한 내부 권력 서열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그럼 김여정 부부장을 2인자로 보는 게 맞을까요?
"저는 북한 체제에서 2인자라는 말은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수령의 나라에선 2인자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후계자가 있다면 그것은 2인자라고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후계자가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2인자도 없고 핵심 실세도 없고 그저 수령 한 명과 수많은 간부, 주민이 있을 뿐이죠."
- 지난 13일에 김여정 부부장이 남한에 험한 말을 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북한 최고 지도부의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과 북이 지금 통일이 안 되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잖아요. 서로가 군사적으로 상대방이 뭘 하는지 감시해야 하죠. 그래서 우리도 북한의 행태를 감시하고 관찰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데, 왜 굳이 그것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이렇게 적대적인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자랑을 하느냐를 봐야죠. '이렇게 하면서 무슨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고 어떻게 믿겠냐. 기분 나쁘다.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거라고 보고, 저는 그런 점에서 그 메시지는 우리 남북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이고, 오히려 그런 메시지 자체가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 그러나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좋게 말하면 서로 좋을 텐데 너무 험한 말을 하니까 좀 그렇지 않나요?
"남쪽하고 북측하고, 국력의 차이가 50대 1이에요. 남한의 최고 지도자가 한마디 하면 국제사회에서 잘 듣고 하는데, 북쪽에서 뭐라고 말을 하면 남쪽에서 잘 듣지 않았었죠. 그러니까 남쪽 반응을 유도를 하기 위해서 거칠게 말하다 보니 완전히 욕이 입에 뱄어요. 북한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 거칠게 말을 하는 거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어요."
- 김 위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잖아요. 어떻게 이해하셨어요?
"이것도 굉장히 당연한 얘기죠. 어느 나라 지도자든 자기 나라 국가 방위에 대해서는 최선의 상태를 유지한다고 말하죠. 특히 북한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북한 주민들이 생각할 때 미국하고 싸우는데 과연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어렵다고 생각할 거라고 저는 봅니다. 미국하고 맞붙고 있는데 미국의 침공 한 번으로 북한이 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이 북한 주민들에게 언제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불안과 두려움이 팽배하다면 북한 최고 지도자의 말이 주민들에게 먹히지 않겠죠. 그래서 북한의 최고의 지도자는 언제나 '미국이 공격해도 방어할 능력이 되어 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렵더라도 나를 중심으로 해서 계속 뭉쳐서 좋은 나라를 만들어 보자'라고 설득하죠. 이것은 북한이 가진 군사적인 조건, 외교적인 조건에 비춰서 상당히 합리적인 이야기입니다."
-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봐라, 북한은 핵 포기할 생각이 없다'라고 보는 듯해요.
"김정은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한다고 한 적이 없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한다고 한 것은 그에 따른 상응 조치가 있을 때 한다는 거예요. 조건부 발언이었습니다. 지금은 상응하는 조치가 나온 게 없으니 핵무기를 먼저 없애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내준다고 말은 하지만, 북한에서 볼 때는 상응한 조치가 아니라 지나치게 불리한 조치라고 보는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선 아직 계약서 서명이 안 된 상태니까 상응 조치가 없다고 간주를 하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에서 핵무기 억제력을 유지한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기도 하고 북한 주민을 설득하는 데도 효과적이죠."
-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세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할 때 상응 조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비핵화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응하는 조치'의 내용이 많기는 하지요. 그래서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단순하게 본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봤을 때 상응 조치가 만족스럽다면, 비핵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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