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에세이집 출간한 박소영 TV조선 기자
박소영 제공
- 인권과 동물권은 절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연결돼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권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히 사회적 약자에게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고, 약자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히 동물에게 마음 쓰게 되지 않을까요. 이건 양이 정해져 있는 파이를 가지고 서로 다퉈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 동물권과 관심을 가지게 된 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거 같은데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느껴요. 아침에 쓰는 세면용품부터 저녁에 잠들 때 덮는 이불을 고르는 것까지, 모든 문제에서 동물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책에도 적었지만 우리는 밥을 먹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신발을 신는 것도, 화장품과 세면용품을 쓰는 것도, 약을 먹는 것도 동물들의 죽음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을 매 순간 새기게 되었어요."
- 인터뷰 보니 "캣맘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고 하셨던데 가장 힘든 건 뭔가요?
"나쁜 의도를 가지고 급식소를 부수고 없애는 사람, 사료에 음식물 쓰레기를 투척하는 사람, 고양이 급식소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사람들을 볼 때 마음이 아프고 힘듭니다. 밥을 먹는 건 생명체가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기본적인 활동인데, 그조차 못하게 막으려는 사람들을 볼 때 정말 괴로워요."
- 에피소드도 있을 거 같아요.
"음, 아무래도 가장 극적인 에피소드는 책에 썼던 것들인데 급식소 주변에다 대변을 본 사람, 팬티를 버리고 간 사람인 것 같아요. 그밖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있는데, 먹던 스파게티를 사료통 위에 던져두고 간다거나, 김칫국에 밥을 말아서 급식소 주위에 둔다거나 하는 것들이겠죠. 누군가 장조림으로 추정되는 고기를 골목 여기저기에 마구 던져두고 가서 손으로 하나하나 치운 적도 있어요. 다 먹고 남은 달걀 껍질과 은박지 등을 급식소 주위에 놓고 가신 분도 있었고요."
'채소의 맛'을 아는 사람이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보고 채식하기 시작했다던데 영화가 어땠길래 고기를 안 드시게 된 건가요?
"<옥자>는 공장식 축산의 잔혹함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 외피가 장르 영화였기에 모두가 편하게 볼 수 있었고요. 사람이 고기를 먹기 위해 돼지를 잔혹하게 도살하는 모습, 그것도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기계화된 시스템에 의해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채식을 하게 된 게 동물권 때문인지 아니면 가져온 공장식 축사 때문인가요?
"저는 넓은 의미의 '동물권 옹호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시급하게 없어져야 할 것 중 하나가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고요. 우리 사회가 동물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려면 시일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복지 차원에서 공장식 축산을 없애는 일은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분은 아닌 거 같아요. 그래서 힘드실 것 같은데.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순대나 막창, 부대찌개 등을 특히 좋아해서 유혹을 참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럴 때는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 등을 먹으며 버티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육식의 미학'이 더 이상 저를 지배하지 못해요. 저도 제가 '채소의 맛'을 아는 사람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 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주장하며 시위하던 사람들 이야기도 나오던데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그날 제가 본 시위가 그렇게 길지 않았더라고요. 그날 현장에 나온 장애인분들은 그토록 짧은 시위를 하면서도 온갖 비난과 박해를 감내해야 했던 거죠. 제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도 그 부분이었어요. 옳은 것을 주장하면서도 비장애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단 한 번 목소리를 내면서도 그 반향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책에 제가 느낀 것을 적기는 했지만, 저는 아직 장애인 문제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래서 더 알아야 하고,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책을 읽은 독자들이 동물도 우리와 같은 생명이라는 사실을 꼭 새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동물은 인간처럼 기쁨과 슬픔을, 행복과 고통을 모두 느끼는 존재입니다. 동물의 아주 기본적인 권리를 어떻게 하면 지켜줄 수 있을까도 고민해 봐주시면 좋겠어요.
어떤 독자분이 쓰신 후기를 봤어요. 제 책을 읽고,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글을 읽게 되었고, 동물보호 후원금까지 보내게 되었다고요. 너무 기뻐서 심장이 뛰더라고요. 제 책을 읽은 분들이 주위 동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게 된다면, 그리고 거기에서 나아가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면 정말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책에 넣고 싶었지만 못 넣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리 모두 아주 작은 '살리는 일'부터 실천하면 어떨까요? 일주일에 한 끼는 채식하기, 주위 캣맘에게 응원의 한 마디 건네기, 구스다운 대신 웰론(신소재) 패딩 사기,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쓰기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살리는 일'은 정말 많고도 많아요. 거창한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게 결국 모두를 살리는 일 아닐까요?"
살리는 일 - 동물권 에세이
박소영 (지은이),
무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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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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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에 눈 뜨면서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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