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 B-29 전폭기들이 북한군 진지에 무차별 '융단폭격'하고 있다(1950. 8.).'
NARA
'융단 폭격'
6.25전쟁 초기 남녘 대구 쪽에서 날아오는 비행기는 주로 미군 B-29 전폭기로 폭탄을 잔뜩 싣고 와서는 하구미 쪽이나 장터, 그리고 구미초등학교 일대에다가 마구 쏟고 갔다. 그때 폭탄 터지는 소리는 엄청 컸다. 그럴 때면 우리 조무래기들은 겁에 질린 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머리는 토굴 벽에 박았다.
미 공군 B-29 전폭기는 네댓 대가 한 편대로 10여 편대가 한꺼번에 하늘에 까맣게 날아와서는 폭탄을 마치 화단에 물 주듯이 무차별로 이 땅에 마구 쏟았다. 이 산하가 그들에게는 저주의 땅이고 생명체들은 지구밖으로 몰아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 폭격이 낙동강 다부동지역 일대의 '융단폭격'이란 것도 알았다. 미군 비행기들은 때때로 하늘이 하얗도록 전단지도 뿌렸다. 어른들은 그게 인민군의 항복을 권유하는 삐라라고 했다.
우리 조무래기들은 그 삐라를 주워 주로 딱지를 만들거나 밑씻개로 썼다. 보름 정도 우리를 따라다니던 앞집 경찰관 부인은 피란생활이 길어지자 자기 친정마을인 성주로 떠났다.
할아버지는 가족 보호 못지않게 소에게도 온 신경을 썼다. 우리 집 소가 군인들에게 발각되면 빼앗긴다고 달구지는 아예 금오산 기슭인 대진계곡에 푸나무를 덮어 깊이 감춰뒀다. 이른 새벽이면 할아버지는 소의 워낭도 뗀 채 더 깊은 수점골로 몰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