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개관 100주년을 맞는 남산도서관남산도서관 입구에는 다산 정약용과 퇴계 이황의 동상이 서 있다. 이 동상 좌대 뒷면에는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라는 동상 건립 주체가 새겨져 있다. 1960년대 후반 맹활약한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는 당시 총리였던 김종필이 총재를 맡고 서울신문사가 사업을 주관해서 전국 각지에 32종 352개의 동상을 세웠다. 이준, 안중근, 사명대사, 김구, 이시영, 김유신, 김용환, 유관순, 정약용, 이황, 방정환 등 남산에만 15기에 달하는 동상을 세웠다.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군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박정희가 자신의 부족한 정통성을 애국선열 동상 세우기를 통해 보완하고 싶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백창민
흥미로운 것은 한때 남산이 한국 도서관의 '메카'였던 시기가 있다는 점이다. 1964년 남산도서관이 지금의 위치에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은 후, 1974년 소공동에 있던 국립중앙도서관이 남산 어린이회관(지금의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건물로 이전하면서 남산 시대를 열었다.
1981년에는 용산도서관이 남산도서관 코앞에 개관하면서 당대 한국을 대표하는 도서관 세 곳이 남산 회현 자락 몇 백 미터 안에 '옹기종기' 모이게 됐다. 1981년 당시 서울에 10개 공공도서관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대형 도서관의 '남산 집중'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남산이 '도서관의 메카였던 시기'라고 표현했지만 어쩌면 이 시대는 도서관의 '남산 유배 시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도서관의 '남산 집중'은 1988년 국립중앙도서관이 지금의 서초구 반포동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완화'된다. 1977년 정독도서관이 등장하기 전까지 남산도서관은 서울, 아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공도서관으로 역할을 해왔다. 비록 도서관 역사는 2년 먼저 개관한 종로도서관에 뒤지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남산도서관은 서울 공공도서관의 '살아있는 역사'라 할만하다.
도시 이름이 '경성부'에서 '서울특별시'로, 도서관의 위치가 '명동'에서 '소공동'을 거쳐 '남산'으로 바뀌는 동안 도서관 이름은 '경성부립도서관'에서 '서울시립남대문도서관'을 거쳐 '남산도서관'으로 바뀌었다. 우리 도서관 역사에서 이런 변화를 겪은 도서관은 흔치 않다. 서울시는 2013년 남산도서관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도서관이 가진 역사로 보나, 1960년대 이후 남산도서관이 지닌 상징성으로 보나, 새벽같이 이곳을 찾아 줄을 섰던 수많은 시민의 추억으로 보나 남산도서관은 '미래유산'으로 지정할 만하다.
하지만 접근성을 고려치 않은 도서관의 '입지'만큼은 미래가 아닌 '과거유산'으로 남기고 싶다. 우리에게 산으로 간 도서관은 남산도서관으로 충분하며, 산으로 가 버린 도서관 역사는 이제 끝나야 한다. 2022년 남산도서관은 개관 100주년을 맞는다.
[남산도서관]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109 (후암동)
- 이용시간 : 인문사회과학실 (평일 09:00 - 22:00, 주말 09:00 - 17:00), 문학실.한국문학자료관 / 자연과학실 (평일 09:00 - 20:00, 11월-2월 09:00 - 19:00, 주말 09:00 - 17:00), 전자정보실 / 독서치료.어학실 / 연속간행물실 (평일 09:00 - 18:00, 주말 09:00 - 17:00) 일반열람실 (평일 07:00 - 23:00, 11월-2월 08:00 - 23:00, 주말 07:00 - 22:00 11월-2월 08:00 - 22:00)
- 휴관일 : 매주 첫째 및 셋째 월요일, 법정공휴일, 임시휴관일(도서관장이 지정한 날)
- 이용자격 : 서울시민, 서울 소재 직장인 또는 학생. 무료
- 홈페이지 :
http://nslib.sen.go.kr/
- 전화 : 02-754–7338
- 운영기관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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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해서 책사냥꾼으로 지내다가, 종이책 출판사부터 전자책 회사까지 책동네를 기웃거리며 살았습니다. 책방과 도서관 여행을 좋아합니다. <도서관 그 사소한 역사>에 이어 <세상과 도서관이 잊은 사람들>을 쓰고 있습니다. bookhunter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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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이 유료였다고? 늦게 태어나길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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