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유남석 소장과 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 드라마 <시그널>에 나와 유명해진 대사처럼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라는 물음에 조금은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잠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볼까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는 죄가 아니다'라고 기존의 낙태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임신중단과 관련한 구체적인 법들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결정문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를 결정하고 실행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 시간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시점인 22주 내외가 타당해 보인다'고 말한 상태예요. 그러나 이 기준은 강제성을 띤 법이 아니라, 판사들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거예요.
이에 따라 임신중단 가능 기간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요.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해서 주수에 따라 임신중단에 제한을 두자는 의견도 있고, 어느 기간이든 임신중단을 법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어요. 사실 이번 '낙태죄 폐지' 결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에요! 형법상 임신중단이 가능해졌지만 실제적인 적용을 위해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부분들의 변화가 함께 가야 하거든요."
- '낙태죄 폐지' 결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어떤 의미에서 그렇죠?
"예를 들어 임신중단이 가능해진 만큼 애초에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성교육을 확장하고, 피임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국가 차원에서 나서고, 임신 당사자인 여성의 결정이 실제적으로 존중받고 임신중단과 관련해서 신체적, 정신적 안전을 보장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해요.
또 오랜 세월 낙태죄를 적용해온 사회가 가지고 있는 왜곡된 가치관, 성차별적 문화라든지, 정상 가족에 대한 기준이라든지, 그에 따른 편견 등등 바꿔나가야 할 게 많아요. 무엇보다 그동안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져 대비하지 못했던 임신중단과 관련한 교육/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 가장 대표적인 임신중단 방법인 소파수술(자궁의 내막을 기계로 긁어내는 수술) 이외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오, 꼭 알아야 할 이야기네요. 임신중단 방법에는 외과적인 수술 방법과 약물을 이용한 방법 2가지가 있어요."
- 지난 시간에 본 동영상에서 한 여성이 경험한 방법이군요.
"네, 약물을 복용해서 임신중단을 유도하는 거예요. 임신을 유지할 때 나오는 프로제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요, 이 프로제스테론의 생성을 막는 '미페프리스톤'이라는 약물을 사용하면 임신을 중단할 수 있어요. 이런 임신중단 유도약에는 여러 장점이 있는데요, 수술을 따로 할 필요가 없고 성공률도 90~98%로 매우 높아요.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의약품으로 등록, 사용을 권장하고 있어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요.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임신중단 유도약을 도입했다고 해요. 비용도 저렴해서 약물 사용이 가능한 나라에서는 수술 대신 약물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해요. 무엇보다 임신 8주 이내에 사용할 경우, 그 어떤 시술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이런 임신중단 유도약들은 'RU486', '미프진', '미페프렉스' 등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어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승인이 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낙태죄 폐지'에 힘입어 하루 빨리 도입이 되어 필요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