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소파의 쌍둥이 사용 전후거실 소파의 쌍둥이 사용 전후
이나연
지난 6월 26일 고용노동부가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약칭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제정에 관한 입법예고를 발표했다. 그동안의 가사서비스는 사인(私人) 간의 금전 계약 또는 직업소개소의 알선을 통해 이뤄졌다.
이 법안은 기존 가사서비스의 구조를 고용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가사서비스 전문 제공 기관'을 통해 가사근로자는 근로계약, 이용자는 이용계약을 하고 서비스 계약 수단을 '가사바우처' 형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4대 보험을 포함해 근로시간에 따른 유급휴가까지 명시한 이 법안은 가사근로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한다는 근본 취지와 더불어 가사서비스의 금전 계약 양성화에 따라 향후 여성의 사회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기존 가사도우미 서비스, 이런 문제 있었다먼저, 도우미에 따라 서비스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을뿐더러 비용에 대한 가치 입증이 어려웠다. 어떤 도우미는 청소나 빨래를 잘하고 어떤 도우미는 요리를 잘했다. 한 가지를 잘하면 다른 한쪽이 아쉬웠다. 집안일 하나하나가 나름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심한 경우가 많아 마음에 맞는 도우미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이 어릴 때, 우리 부부는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반복했다. 다행히 가족의 식사는 친정엄마가 챙겨주시는 우리 가족의 환경에 맞춰 요리보다 청소나 빨래에 능한 도우미만 선호했다. 아이들이 아무거나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요리도 잘하는 가사도우미가 필요했으나 교체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모든 걸 다 잘하는 도우미는 일정 시점이 되면 비용 인상을 요구해서 오랜 기간 함께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비용은 증가하는데 사인(私人) 간의 금전 계약이다 보니 어디에서도 비용을 인정받지 못했다. 가사서비스 이용으로 인해 연간 지출되는 현금은 결코 적지 않다. 카드 사용도 불가능하다. 연말정산에서 가사도우미가 대신해준 가사 노동의 가치는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또, 사람에 대한 신뢰 확보가 어려웠다. 빈 집에 모르는 사람이 오는 것이 싫어 편리성을 알면서도 가사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들도 많이 봤다. 확인되지 않은 신분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문제였다.
비슷한 사정에 처한 워킹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분 확인 문제뿐만 아니라 도난·훼손 사고로 인해 도우미 교체를 하게 된 사례도 드물게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나는 서비스 이용 8년 차이지만, 귀중품을 도난당하거나 심각한 물품 훼손을 겪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부부가 집안일을 할 때에 비해 소형 가전제품의 잦은 고장으로 인한 교체가 발생했고, 세탁 및 주방세제 등이 기대 이상으로 사용되는 게 불편했다.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서비스의 질에 영향을 미칠까봐 도우미에게 소중히 다뤄달라거나 절약해달라고 요청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