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등하교길, 학부모들은 봉사를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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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남매가 등교하는 루트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중앙선이 있는 횡단보도 2개, 중앙선이 없는 횡단보도 2개, 횡단보도는 없지만 차가 다니는 이면 도로는 최소 2개를 지나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봉사를 자처한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반을 대표해서 학교 행사에 봉사할 어머니회를 조직한다. 반대표 2명, 도서관 봉사 2명, 녹색어머니 7명 등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학교의 크고 작은 행사에 관여해야 하는 엄마들의 숫자는 열 명을 훌쩍 넘는다(이 숫자는 학교의 행사 빈도, 종류와 학교 인근 도로 및 횡단보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쌍둥이네 학교의 한 학급은 아이들 수가 20~25명 사이인데, 그중 워킹맘이 30~40% 정도를 차지한다. 회사 때문에 이런 봉사 활동을 하지 못하는 워킹맘을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의 전업맘이 학교 어머니회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 별로 엄마들의 분위기에 온도 차이가 있어서 열심히 참여하는 엄마들이 많은 반은 괜찮지만, 필요 인원이 부족한 경우 어떤 엄마는 두 가지 이상의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부모 봉사활동 중 유일하게 학교 밖에서 활동하는 녹색 어머니회는 도로 환경에 따라 한 학기에 적어도 세 번, 많게는 다섯 번 정도 활동한다. 1년이면 최대 열 번, 10일이나 된다. 이르게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마음만 가지고는 쉽게 참여하겠다고 손들기 어렵다.
공개수업, 면담, 운동회 등 각종 학교 행사와 방학, 아이들의 아플 때 등을 대비하여 늘 '휴가 스탠바이' 상태인 워킹맘은 녹색 어머니회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이가 어린 동생을 둔 엄마들도 덥고 추운 날씨에 둘째를 데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데 난색을 표한다.
학교나 반별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전업맘, 워킹맘 상관없이 모든 엄마의 참석을 요구하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일까. 어느 지역의 학교 앞 문방구는 녹색 어머니회 봉사활동을 할 수 없는 엄마들이 적정 수수료를 내면 대신 봉사해줄 사람을 연결해주는 창구가 되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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