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 도심 한복판 공원에 웬 기차인가? 알고 보니 기차를 보기 힘든 제주도민을 위해 지난 67년 인천에서 기증받은 거란다
이영섭
그 외 기본적인 성향의 차이도 새삼 깨닫는다. 제주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에 비해 아직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물론 어디나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허세를 떠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몇 십억 원에 달하는 과수원을 갖고 큰 농사를 짓는 분도, 가진 것이 별로 없는 평범한 이도 몰고 다니는 차와 입고 있는 옷에 큰 차이가 없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육지에서 여행 온 월급쟁이 관광객이 제주도민 앞에서 명품 옷을 입고 있는 척 허세를 떨었는데 알고 보니 그분이 갖고 있는 땅만 몇 십억이더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제주도의 토지와 주택 시세 상승으로 자신도 모르게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차와 집, 옷에 별 관심이 없다면 제주 사람들은 돈을 어디에 쓸까? 일단 먹는 거, 노는 거에 많이 쓰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도시 사람들이 김밥에 라면, 마감 시간 마트에서 떨이하는 가장 싼 식재료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남들 눈을 의식해 일정 수준 이상의 옷차림에 돈을 지불하는 것과 달리 제주 사람들은 먹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관광지답게 상당히 비싼 음식 가격, 좋은 과일, 해산물에 척척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노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3일간 계속되는 정통 결혼식만 봐도 알 수 있다. 단 반나절, 혹은 몇 시간 만에 결혼을 끝내고 신혼 여행을 떠나는 육지인들과 달리, 제주도에서는 3일 내내 결혼 뒤풀이를 하며 손님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