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50 x 세로 20센티 보호실 채광창아크릴 판이 젖혀 있다.
고기복
사건 후, 출입국은 당직 직원이 쿵 하는 소리를 들었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근무태만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상식적으로 누가 18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릴 것을 상상이나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창은 세로로 고작 15센티 남짓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그전에 아크릴판을 젖히기까지 상당한 시간 동안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창문 높이 20센티를 15센티 남짓이라고 강변했지만 머리를 집어넣을 수 있고, 너비가 건장한 성인 어깨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애써 외면했다.
무엇보다 출입국은 낮에 채광창 너머로 보이는 수원출입국 교통안내 표지판이 높이를 착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구금된 사람들이 승강기로 올라와서 자신들이 얼마만한 높이에 있었는지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아 했다. 그들은 셀림 건 때문에 고작 넉 달 전 사건까지 다시 입에 오르내릴까 봐 쉬쉬하기에 바빴다.
출입국이 쉬쉬 했던 사건은 마흔 살의 중국 여성이 4층 유리창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었다. 그것도 관리 직원이 네 명이나 있던 대낮에 발생한 일이었다. 출입국은 보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었는지 점검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진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유족을 불러 유해송환을 독려했다. 공권력이 단속 혹은 구금 중 사망한 이주노동자를 위해 직접 돈을 지불하며 유족을 불러 오는 일은 흔치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출입국은 사건 무마에 총력을 기울였다.
같은 기관에서 똑같은 일이 불과 넉 달 만에 일어났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책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출입국은 자신들은 최선을 다한 것처럼 억울함만을 호소했다.
"제정신이면 뛰어내리겠어요?"18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리고 유리창을 깬 사람의 정신 상태를 감정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사고 예방은 상식이 아니었다. 그런 사고를 상상한다는 게 오히려 비상식이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문책만 의식한 관료들은 그 누구도 철저한 원인 규명을 원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 과정 중 또 다른 이주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려 들지 않았다.
단속과 추방 과정에서 일어나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가 극단적인 선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예기치 못한 사건이라고만 했다. 보호를 강제당한 자의 고통은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항변하고 있었다.
예견되었던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두 번의 사망 사고에서 수원출입국이 보여 준 태도는 출입국 행정의 안이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책임자 처벌이나 단속추방정책의 문제점을 다시 헤아려 살피는 노력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바로 1년 전에 일어났던 코스쿤 셀림 사망 사건은 법무부 출입국이 진상조사를 통해 외국인 보호 과정의 문제들을 철저하게 개선할 수 있는 계기였다. 그러나 출입국은 골든타임을 놓쳐 버렸다.
그 뿐 아니다. 2005년과 2006년, 시민사회 단체나 국가인권위원회, 학계 등이 이주노동자 단속 및 외국인보호소 실태 조사를 하고 외국인 '보호(소)' 운영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입국은 보호 과정의 인권침해에 대해 "몇 사람 만나보고, 출입국의 모든 행정을 폄훼하지 말라"며 단호하게 시민단체 의견을 거부했다. 그렇게 숱한 징조는 무시되었고, 보호 명목의 인명 피해는 반복되었다.
그 결과 막을 수 있었던 27명의 인명피해를 낸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는 슬프게도 시민사회단체의 실태조사와 지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보호소 운영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