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사고 현장용광로 폭발 현장에 경찰이 출입통제선을 설치했다.
소방본부 제공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동안 회사는 곧바로 사고 수습에 들어갔다. 먼저 소방본부의 화재 사고 보도 이후 화재 원인 조사를 핑계로 사고 소식이 언론에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철저하게 사고 피해자들의 상태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그 결과 외부에서는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유해가 네팔로 송환되고 나서야 사망 사실을 겨우 알 수 있었다. 평택에서 공장 폭발로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던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이주노동자들은 단지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심정적으로 동질감을 느끼며 아픔을 같이 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죽음일 경우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 몰라라 하는 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P공장의 처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병문안은 못했지만 조문이라도 했을 텐데, 사망 사실조차 숨기고 유해를 송환시켜 버리다니, 그럴 수 있느냐! 우리가 장례식에 간다고 행패를 부릴 것도 아니지 않느냐!" 관련단체들은 사고 이후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성화에 사고 피해자들의 상태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유해 송환 전까지 회사나 경찰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사고 피해자들의 상황이 아니었다. 알루미늄 선별기가 파손되고 분쇄 장치 앞에서 기계 폭발음이 울린 후 사고가 났다는 정도의 사고 목격자 진술이 확보되었다는 사실이 전부였다.
P공장은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경영이념을 내세우고 있다. P공장을 관할하는 회사 대표는 '함께 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기업, 함께 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혀왔다. 이 회사는 전국에 몇 개의 공장을 갖고 있는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국내 제일의 친환경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용광로 폭발로 두 명의 네팔 이주노동자가 죽었을 때 보여준 모습은 그들이 내세우는 것과 전혀 달랐다. P공장 관계자는 모든 일을 비밀스럽고 신속하게 처리해 버렸다. 유해 송환 전에 유가족을 초청했는지, 보상 절차는 어떻게 됐는지 등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역 언론에서 단신으로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을 전하자, '유해도 송환되어 마무리된 사건이니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내려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할 정도였다. 회사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해 무고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감추려고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들은 '함께 하는 모든 사람'에서 '이주노동자는 빼고'라는 말을 감췄다. 이주노동자들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똑같이 행복을 지켜줄 직원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P공장은 '함께'라는 말을 오용했다. '함께' 라는 말의 아름다움을 모독했다. 이주노동자 목숨도 귀한 목숨이요, 그 유가족의 슬픔도 함께 껴안아야 할 슬픔이라는 사실을 외면했다. 먼 이국땅에서 함께 슬퍼하고자 했던 이주노동자들의 동포애마저 짓밟아 버렸다.
유해 송환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누구 하나 생떼를 쓴 것도 아닌데, 빨라도 너무 빨랐다. 쥐똥만큼의 눈물 흘릴 시간마저 허락하지 못할 만큼 이주노동자 목숨이 하찮은가? 이주노동자 목숨도 귀한 목숨이다. 죽은 자도 말하고, 산 자도 말한다. 통곡할 권리를 허락하라고, 아니 흐느낄 기회라도 달라고….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 ⑥] 한국인과 이주노동자, 무엇이 그리 다르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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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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