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눈 앞에서 본 Full HD급 화질의 무지개의 풀 버전. 카메라를 연신 누르는 사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이영섭
제주 이주 후 처음으로 경험한 태풍의 위력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제18호 태풍 '차바'(CHABA) 이야기다.
단독주택도 아닌 아파트, 그것도 신축 건물이었기에 태풍의 상륙 소식에도 어느 정도는 안심하고 있었건만 해안건물용으로 설계된 시스템 이중창을 뒤흔드는 강풍(광풍이 더 적합한 표현 같다)과 난생 처음 보는 빗줄기(라고 부르기에는 무언가 부족한)의 콤비네이션은 육지 촌 것의 혼백을 뒤흔들 정도의 위력이었다.
공포의 절정은 비바람이 최절정에 이르며 동네 전체가 정전과 단수로 마치 유령마을처럼 변해버린 새벽 4시께였다. 이때부터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태풍이 지나가길, 냉장고의 음식이 상하기 전 전기가 다시 살아나길, 그리고 아침에 세수라도 하고 나갈 수 있게 수도공급이 다시 이뤄지길 기도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