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규탄 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메르스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침묵'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이어졌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과 같이 입법 취지를 위배한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행정부는 국회가 만든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정부가 법의 의도와 다른 시행령을 제정했다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이다. 모든 국민이 아는 사실을 박 대통령만 모른 '척' 한다.
지난해 4월 16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7시간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메르스 사태 초기에는 환자의 숫자를 틀리게 말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범했다. 세월호 참사 때 해양수산부는 청와대에 실시간 상황을 보고했다고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진척 상황도 청와대에 보고가 됐을 것이다.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을 박 대통령만 모른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잘하고 싶은 사안'에만 관심을 보인다. 지난 3월 5일 마크 리퍼트 대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중동 순방 중이던 박 대통령은 사건 발생 33분 만인 새벽 3시 13분(현지시각) 보고를 받았다. 곧바로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직접 마크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까지 걸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5일 지나서야 청와대에서 긴급회의를 주재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 2004년 7월 김선일씨 피랍 사건 당시 박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을 못 지켜낸 대통령은 자격이 없으며 나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년 뒤, 실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태로울 때 국가와 대통령은 없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아직 진행 중인 메르스 사태가 또 그랬다. 강력한 초동대처와 지도력이 요구될 때 대통령은 무능의 바닥을 보이며 국민을 외면했다.
'부패청산'을 입버릇처럼 외치더니, 정작 대통령의 최측근 등 여권 8인방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관한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대신 공안총리를 내세워 공포정치를 예고했다. 세월호나 메르스에 무관심했던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 저지를 통한 자신의 권력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이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25일 국무회의 발언)를 하고 있는 게 누구인가? 다시 한 번 '유체이탈'의 정점을 찍는다.
국민이 대통령을 믿지 못한다. 이것이 정부인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5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