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준씨는 지방을 ‘기회의 땅’이라고 본다. 지방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정책도 개선될 거라고 확신한다.
매거진군산 진정석
그는 꽃집에서 일하면서 천천히 자라는 문화를 생각한다. 꽃도 문화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국화꽃이 핀 담장을 쓸었다. 초를 켜서 꽃 그림자를 감상했다. 마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며 감동했다. 꽃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도구다. 사람들은 고마움이나 기쁨을 표현하고 싶을 때에 꽃을 선물한다. 꽃 사러 오는 사람들 마음에는 순정이 있다.
"식탁에 꽃 한 송이 놓고 밥 먹으면 되게 좋잖아요. 그게 있을 때랑 없을 때랑 차이는 놔둔 사람만이 알아요. 생활하기 빠듯한 사람들은 꽃을 사치품이라고 해요.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감정의 목마름이 있어요. 그때 만난 꽃은 한 송이로도 사람 마음을 흔들죠. 감성을 줘요. 사람들이 꽃을 알게 되면, 사는 게 조금은 더 풍요롭죠."지난해 여름 방학, 상준씨는 유치원생, 초등 저학년생 아이 여섯 명과 플로리스트 수업을 했다. 함께 꽃을 자르고, 꾸미고, 꽂아 봤다. 플라스틱 화분에 담긴 꽃을 화분에 옮겨 심었다. "집에 가서 잘 키워!" 하나씩 들려 보냈다. 봉우리 진 꽃이 피어나는 걸 보고 오게 했다. 며칠 동안 꽃을 지켜본 아이들을 만나는 경험, 상준씨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차라리 돈으로 줘!"중년의 남편이 청년처럼 근사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내밀면, 아내는 말한다. 아이 낳고 기르고 밥 벌이하면서 살다 보면, 꽃은 사치품이다.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쓸 수도 없는. 꽃집 청년 상준씨는 "그 심정을 이해해요. 꽃은 비싸잖아요"라고 했다. 그래서 더 꽃이 사람들에게 주는 그윽한 감성을, 향기를,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꽃집은 보통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다. 상준씨가 일하는 꽃집은 상권이 빠져나간 구도심에 있다. 꽃집의 미래를 본다면, 주거 지역인 나운동이나 수송동으로 옮기는 게 맞을 거다. 그러나 상준씨와 어머니는 그 자리에 있다. 포장이나 꽃 디자인 연구를 더 하고, 꽃을 알리는 강의를 연다. 손님들은 여전히 "꽃 사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왔어요" 하면서 찾아온다.
'꽃집 총각' 3년 차, 상준씨는 청년들을 모아서 일을 벌이고 싶다. 서울에서처럼 문화를 누리며 살 수 없지만, 군산만의 뭔가를 만들고 싶다. 꽃에 대한 욕심도 있다. 독일에 가서 배우고 올 생각이다. 가끔은 '서울에 남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좀 아찔하다. 그래서 바로 지금, 플로리스트 일을 하는 상준씨 자신이, 꽃집이 있는 군산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