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디자이너 최종복씨
매거진군산 진정석
"푸하하핫! 원래 그렇게 자신한테는 엄격한가요?"
내가 미용사 최종복(30)씨에게 두 번째로 한 질문이었다. 인터뷰 시간은 오후 9시, 나는 먼저 "저녁밥은 먹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다이어트 해요. 저녁은 안 먹어요"라고 했다. 겨울이라 더 살찌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고. 일하면서 거울을 볼 수밖에 없는데 "제 볼에 살 붙은 거를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하면서 웃었다. 자기 만족을 위해서 항상 다이어트를 한다고.
중학교 다닐 때, 종복은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편이었다. 담임선생님도 "네 성적이면 인문계를 가야지"라고 했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종복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기로 마음먹고 지냈다. 군산에도 기계공고가 있었지만, 종복은 익산에 있는 전북기계공고 전기과로 진학했다. 거기는 국립학교, 다 공짜였다. 학교운영지원비 3만 원만 내면 됐다.
"학교에서 전기회로도 보고 연결하는 걸 배웠어요. 납땜도 하고요. 기공(기계공고)은 전기 기사나 기능사 같은 시험을 무조건 봐요. 자격증 따서 천안으로 취업을 나갔어요. 전기하고는 상관도 없는, 김치냉장고 박스에 스티로폼 넣는 일을 했어요. 철야로요.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평생을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1주일 동안 일한 돈 33만 원을 받고 나왔어요."고1 때부터 "미용 배우고 싶어"... 가족은 반대 종복에게는 네 살 많은 미용사 누나가 있었다. 그는 고1 때부터 "미용 배우고 싶어"라고 했다. 누나는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아?"라며 반대했다. 어머니는 전기나 잘 배우라고 했다. 취업 나가서 좌절하고 온 종복, 식구들은 더 이상 "미용은 안 돼!"라고 하지 않았다. 학원비와 재료비는 약 100만 원. 종복은 공장에서 벌어온 돈에서 부족한 부분은 어머니 카드로 분할 납부했다.
미용학원 자격증반은 6개월 코스. 커트나 파마, 신부화장, 핑거웨이브도 잘 됐다. 종복은 재미있었다. 배우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그는 학교 다닐 때도 친구들 머리를 왁스로 손질해주는 걸 좋아했다. 미용학원 수업 끝나고는 아르바이트해서 어머니의 카드 값도 갚았다. '미용 밖에 할 게 없어'라는 생각이 절박했다. 그는 이론과 실기시험을 한 번에 붙었다.
"고3 무렵 8월에 (자격증 시험) 합격하고 한 미용실에 취직했어요. 바닥 쓸고, 손님 샴푸 하는 스태프로요. 하루 12시간 일하고 받는 월급 50만 원, 뉴스에도 나오잖아요. 기술직은 기술을 가르쳐주는 거니까 돈을 많이 안 줘요. 그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 미용실은 손님들 연령층이 대체로 높았어요. 저는 젊은 손님들 만나서 트렌드를 배워나가고 싶은데... 한 달만 일하고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