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해직 언론인들, 해고무효 소송 '승소' 판결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가운데), 최승호 PD(오른쪽), 박성호 기자협회장, 강지웅 전 노조사무처장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유성호
- 오늘(17일) MBC 해직자에 대한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전원 해고무효 판정을 받았어요. 법원은 파업이 정당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징계가 무효라는 거에요. 너무 당연한 판결이죠. 어찌 보면 이번 판결을 저희가 애태우면서 오래 기다린 것 자체가 시대의 비극이에요. 너무 당연한 결과인데, 그 당연한 결과를 듣기 위해서 마음 졸이며 기다린 것 자체가 어쩌면 이상한 거죠.
새삼 놀라운 판결도 아니고 법원이 있는 그대로 판결했다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이것에 대해 사측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판결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항소하겠다는 것을 보도자료 돌린 것을 보고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 승소했는데 1심이란 말이에요. 이후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회사가 항소했으니까, 다시 2심 절차가 진행되겠죠. 그럼 다시 시간이 갈 겁니다. 지금 그 분들 해고된 지가 거의 2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2년 만에 1심 나왔는데, 대체 2심 판결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르죠.
저는 참 궁금한 게요. 그렇게 회사가 항소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대체 뭐냐는 겁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거든요. 1심 판결 나왔으면 크게 떠들 것도 없고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렇다면 갈등과 분열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될 텐데 말이죠. 또 몇 년 걸려 2심, 그리고 어쩌면 3심 대법원까지 끌고 가면 그 사이 해고자가 받을 고통도 고통이거니와, 회사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계속 끌고 가면, 회사 분위기는 여전할 테고, 그럼 회사 입장에서도 좋을 게 뭐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 문제는 따지고 보면 전임 사장이 저지른 일이잖습니까? 빨리 갈등 치유하고 화합해서 나가야 할 텐데요.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여 외부의 어떤 다른 세력들에게 '우리는 노조 싫어 한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라도 보내기 위해서, 또 그럼으로써 자기 자리 지키려고 항소를 결정했다면 정말 이건 부끄러운 짓이죠. 누구를 위해서, 또 뭘 위해서 항소하려고 하는지 경영진이 다시 한번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 해고자 복직 문제와 더불어 거론되는 것이 시용 기자 등 대체인력 문제 아닌가 합니다. 물론 지난해 대부분 정식 기자로 채용된 것으로 압니다만, 그것으로 문제가 풀린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일에는 우선 순위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한마디로 해직기자들이 돌아오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있습니다. 지금도 보도부문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크 못 잡는 기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럼 그들이 실력이 없어서 방송 못하고 있느냐, 그것은 아니거든요.
파업 직후엔 경영부문이나 이런 데로 내쫓아서 보도부문 자체에 못 들어오게 했다면, 지금은 보도부문에는 속해 있지만 방송은 못하게 해버린 거죠. 정말 알토란 같은 기자들이에요. 예를 들어 방송 3사 기자 중에 가장 라이브를 잘한다고 해서 별명이 라이브의 여왕인 김수진 기자 지금 어디 있는지 아세요? 보도전략부에서 보도 전략 짜고 있어요.
보도전략부도 물론 중요한 부서이죠. 하지만 사람은 적재적소에 써야죠. 전략과 기획을 잘 하는 사람은 전략부서에 배치하고, 생방송 잘하는 기자는 마이크 잡게 하고. 그게 인사의 기본 아닙니까? 시청률 떨어진다고 만날 고민하면 뭐 합니까? 시청자들이 잘 아는 기자, 방송 잘하고 취재 잘하고, 제작 잘하는 기자 빨리 데려와서 마이크 잡게 해야죠. 파업 끝난 지도 한참 지났는데, 언제까지 '파업 주동자'로 낙인 찍어 내버려둘 것입니까?"
- 현업 배제 기자들을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나 지난해 3월에 법원에서 복귀명령을 내려 돌아온 것으로 아는데 지금도 여전한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쩌면 더 교묘한 거죠. 법원에서 복귀 명령 받아서 보도부문에 돌아 왔지만, 방송은 못하게 하거나, 자기 전문분야와는 전혀 다른 곳에 보내버리는 식이죠. 그런 기자가 너무 많아요.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거든요."
"법원 명령으로 복귀했지만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 기자 많아" - 현재 MBC 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판단하십니까?"참 힘든 질문이네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당신 집의 문제점을 말해봐'라고 하면, 막상 대답하기 힘들죠. 저 역시 뉴스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질문이에요. 상황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좋은 뉴스 만들어보려고 불철주야 고생하는 기자들도 많은데, 힘 빠지는 소리 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또 제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가 바보가 아니잖아요. 보면 아는 거죠 그건.
이번에 앵커 교체하면서 광고 영상을 만들었던데, 그 광고 카피가 '시청자만 바라보겠습니다'에요. 정말 좋은 말이더라고요. 바로 그겁니다. 시청자만 바라보며 뉴스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 뉴스가 그런가요? 시청자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다른 힘있는 곳도 꽤 바라보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는 거죠. '아 MBC는 정말 시청자만 바라보고, 힘 있는 자, 권력 있는 자들은 바라보지 않는구나'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시청률도 오를 거구요."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이 되어 가지만 이렇다할 언론 정책이 보이지 않아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견해도 있던데 어떻게 보십니까?"질문들이 다 어려워요(웃음). 제가 DJ정부 출범과 함께 기자 생활을 했어요. 올해가 17년째인데 DJ나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에는 정권의 외압이 없었을까요? 제가 기억하기로 그때도 이른바 '위'에서 전화 많이 왔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차이점이 뭐냐면 그런 전화나 이른바 외압 때문에 반론이 조금 늘어날 수도 있고, 또 기사에도 영향을 준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뉴스 자체가 아예 안 나간다거나 혹은 기사의 구조 자체가 뒤바뀌진 않았어요.
무슨 말이냐면, 어떤 사건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 먼저 사건 개요가 나오고 해명과 반론이 나가는 게 순서잖아요. 사건에 대한 설명도 없이 곧바로 해명과 반론부터 먼저 나가는 경우는 없다는 거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부터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거죠. 또 그러면서 보도에 불만이 쌓이다보니 싸움이 생긴 거고, 그래서 해직기자까지 양산되었죠.
해직기자란 말을 우리가 대체 언제 들었죠? 역사의 시계 바늘이 분명히 거꾸로 간 겁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1년밖에 안 되어 평가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제 개인적인 느낌은 그래요. 언론 문제가 더 커지기도 바라지 않고, 그렇다고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 정도라고 봐요. 그러니까 '시끄럽게만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 같아요."
- 기자회장 임기 1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각오 부탁드립니다."1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죠. 또 1년 동안 무엇을 얼마나 할수 있을지에 대해서 구성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고요. 다만 앞서 말씀 드렸듯이 상황이 안개 속이잖아요. 그러면 '상황이 어려우니까 가만히 있자'라고 하기보다는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도 해야죠.
그게 모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자회가 할 수 있는 역할 중에 중요한 것이 모색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한 발짝 나가기 위해서는 모색하는 수밖에 없어요. 우선은 그런 모색을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두 번째로는 일단 제가 맡은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서 여러 구성원의 목소리 그리고 선배들의 스펙트럼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선배들부터 막내들까지 의견을 두루 들어보고 기수 대표들이 있으니까 함께 논의를 해서 걸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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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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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항소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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