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변상욱 대기자
이영광
- 지난해 12월 30일 방통위에서 CBS, PBC 등의 종교방송과 교통방송을 유사 보도 채널로 규정한 것을 어떻게 보나? "엄밀히 따지자면 지금의 방송법제가 유사방송법이다. 방송의 민주적 발전이나 기술발전에 따른 사회현실의 반영이 미흡한 채 규제 위주로 이뤄져 있다. 아직도 군부정권 시절의 권위적이고 억압적이던 방송통제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다. 뉴스를 해야 할 방송, 뉴스 기능이 필요 없는 방송을 역사와 현실, 사회공헌과 사회발전을 고려해 시행령으로 규정하든 고시로 지정하든 명확히 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 때문에 눈치만 보며 여태껏 정비를 않다 보니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는 지경에 온 것이다."
- 2000년 '국민의 정부'에서 방송법 개정을 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는 건가? "그때는 방송법에 대한 정비보다는 뉴미디어의 산업적 수익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종합 편성 방송과 전문 편성 방송에 대한 개념 정의만 되어 있지 방송사와 방송시장, 방송의 역할과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과 실천방안이 법제 안에 제대로 담기지도 못했다. 그런데 정치권력마다 방송을 정략적 도구로 생각하니 정비가 싫거나 정비하려다 시끄러워지는 걸 피하며 지금까지 온 거다. 드디어 정리를 해보겠다고 이번에 보고서가 나온 셈인데... 역시 정리가 제대로 안 된 채 '유사보도'라는 애매한 개념 하나로 모든 방송을 평면적으로 처리한 아주 조악한 실태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보도자료 배포 또한 성급했다."
- 그럼 이제 어떻게 정리가 될 것으로 보나? "3, 4가지의 쟁점이 있다. 하나는 CBS가 포함된 지상파 방송 문제, 또 하나는 케이블 방송, 그리고 방송망 즉 SO 사업자 문제, 다음이 케이블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GO발뉴스> <뉴스타파> 문제다.
지상파 방송 문제는 CBS의 역사성과 현실을 고려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를 거쳐 개선한다는 취지가 지금까지 방통위의 입장인 것은 사실이다. 불교, 평화, 교통방송이 같은 지상파 방송으로 묶여 있는데 역사성으로나 현실로는 CBS와 분명 차이가 크다. 방송통신위가 네 방송 중 어디까지 개선하려고 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 외의 케이블, SO, 대안언론들은 법대로 규제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방통위의 취지가 정치권과 조율을 거친 후 어떻게 변할지다.
다만 세 가지 문제가 상충된다. 법제상으로는 허가 내용이 없으나 2~3년마다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를 통해 까다로운 통제를 받으며 뉴스방송을 해 온 지상파와 재허가 절차 없이 뉴스를 하고 있는 케이블, 그리고 원천적으로 일반 뉴스를 담는 방송사가 아닌 방송망 사업자는 구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래의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를 내다본다면 이런 식의 규제가 과연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거기에 얹어 방송의 내용과 방송시장의 규제를 풀어 버릴 경우 지금도 수익경쟁에 몰두해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을 저버리고 시장질서를 혼란케 하는 무한경쟁, 그리고 재벌 방송망 사업자들의 여론 장악, 약화에게 구축 당하는 양화 문제를 어떻게 풀 건가? 더 나은 방송 시스템을 우리사회에 구축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싸움이 시작될 시점이라고 해야겠다."
- 같은 날 변기자께서는 트위터에 "25살 CBS 입사 때 나의 신분은 불법기자였다. 정부의 프레스카드 즉 취재 허가증이 없는 뉴스 불허 방송사에 속한 기자였으니 그랬다. 이제는 내가 사이비 기자란다. 유사보도에 종사하는 사이비. 이 정부가 정말"라는 글을 올리셨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당시 왜 불법기자였는지 설명 부탁한다. "박정희 정권에선 언론탄압에 물리적 힘을 사용했다. 광고를 빼앗아 버린다거나 끌고 가서 때리거나 감옥에 가두기도 했으며 회사에서 내쫓기도 했다. 광주 학살로 정통성이 매우 취약했던 전두환 정권은 다른 방향으로 언론 장악을 시도했다. 신군부가 공포심을 발휘하고 있을 때 언론법제를 뜯어 고치고 강화해서 언론사를 정비해 버렸다. 그래서 없어진 것이 <중앙일보>의 TBC, <동아일보>의 동아방송, 그리고 지역마다 여러 개 있던 방송사들이 전부 없어졌다. 결국 KBS와 MBC만 남았다. 지역 일간지도 광역 자치단체마다 하나씩만 남겨두고 없앴다.
그렇게 언론 통제를 용이하게 한 다음에 법과 제도로 당근을 주었다.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줬고 임금 수준도 높였다. 해외 무료 여행이나 촌지도 횡행했고, 그렇게 언론인은 기득권층이 되어갔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서로 언론사에 들어가려 했고, 언론고시란 말도 생긴 것이다. CBS는 그 과정에서 뉴스를 빼앗기고 광고를 폐지 당했다. 그래서 기자는 정부가 허가한 프레스 카드를 소지해야 했는데 CBS는 뉴스가 불허되어 프레스 카드가 없었다. 물론 CBS에서 기자를 뽑는 것 자체도 불허된 상태니, 나는 PD라는 이름으로 채용돼 현장 취재를 다니고 뉴스를 방송했다. 불법 기자였던 것이다."
- 그때 겪었던,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기자들이라면 쉽게 이해할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서울경찰청의 형사과장을 만나 몇 가지 물어보려 했는데 회사 차원의 공문을 만들어 몇 번을 요청해도 만나주지를 않았다. 만나 줄 이유가 없는 것이고, 만나서 인터뷰 한 마디 하는 것 자체가 공직사회에서 문책사유였다. 지금이라면 서울 경찰청을 맡고 있는 기자는 매일 과장 방을 드나들고 기자실로 호출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점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또 방송이 사회문제와 연결되면 허가사항을 위반했다고 바로 조치가 내려왔다. 기자 노릇하다 사고를 치면 어린이 프로그램 담당, 성우실 근무, 비방송부서 근무 등의 조치를 당해야 했다. 정보 담당 형사들이 달라붙어 감시를 하기도 했고...'
"<뉴스타파> 등 새로운 저널리즘을 수용 필요"-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CBS를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군부독재 시절인 70~80년 CBS는 어떤 모습이었나? "70년대는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이 <동아일보>, 동아방송 그리고 CBS였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강제해직과 백지광고 사태를 당했고 아직도 동아투위라는 아픈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동아방송이 없어지고 CBS는 뉴스시사 방송을 할 수 없게 된 80년대에는 편법적인 시사뉴스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쏟아 붓는 일방향이 아니라 국민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모아 전달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것이다. 기자가 전하는 뉴스가 아닌 국민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전하는 뉴스인 셈이다. 그것이 본격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도입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월요특집'이라는 2시간에 걸친 청취자 전화연결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또 'CBS 심포지엄' 같은 경우는 강당에 민주인사를 강사로 초빙해서 강연하고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진 뒤 그 내용을 녹음해서 방송에 내보냈다. CBS 심포지엄이 열리는 강당을 해방구라고 불렀을 만큼 열기가 대단했다. 80년대 CBS는 국민에게 채널을 열어서 국민의 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민주화에 기여하려 한 것이다."
- 많은 국민은 CBS을 종교방송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CBS는 기독교에 기반을 두긴 했지만 종합 편성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났다던데..."CBS의 설립은 동북 아시아에 기독교를 전파하려는 미국 기독교 교단의 선교정책이 기반이 되었다. 여기에는 공산권에 대한 선교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준비과정에서 6·25전쟁이 터졌고, 전쟁이 끝난 뒤 다시 CBS를 한국에 세우려다 보니, 폐허가 된 사회를 먼저 일으켜 세워야 했다. 그래서 유일한 민간방송이었던 CBS는 국영방송과 함께 국민에게 필요한 뉴스와 시사 교양 정보 음악 영어회화 등 사회 모든 분야를 아우른 방송을 내보내게 된 것이다.
CBS 초창기 때는 정부의 공보처에서 작성한 뉴스를 국영방송과 함께 공유했다. 그러다가 60년대 들어 방송 전반에 대해 방송을 허가한다는 허가장이 나왔다. 80년대 후반엔 KBS 수신료 거부운동과 CBS정상화운동 두 축으로 언론민주화운동이 진행됐다. 그래서 참여정부 시절에는 'CBS가 전두환 정권 때 뉴스와 광고를 금지당한 데 대해 명예를 회복시켜 주어야 하고 마땅히 CBS가 원 상태로 회복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결정까지 나왔다. 결국 CBS 뉴스는 한국의 시대상황과 국민적 여망에 부응한 시대의 책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시작돼 지금에 이른 것이다."
- 다른 종교방송과 CBS는 다른가? "기독교는 1950년대부터 지상파 방송 2개를 운영했다. CBS와 극동방송이다. 종교적 형평성을 고려해 불교, 평화 방송을 허가했는데 이들처럼 종파의 포교를 목적으로 한 기독교 방송은 극동방송이 있다. 다른 종교방송은 CBS가 뉴스 등 방송전반을 하고 있어 자연스레 따라 나선 거다. 그 부분을 시행령이나 고시를 통해 정리를 해야 하는데 미비한 채로 넘어 온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방송법상 이러면 곤란한데 하면서 뉴스를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권고나 가끔하고 허가장은 내주는 어정쩡한 상태였던 거다."
- 방통위가 이번에 제기한 유사보도 규정이 지상파에 이어 종교방송,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CBS에 재갈 물리기라는 견해도 있다. "방통위는 장관급인 위원장이 있긴 하지만 여야 추천 위원의 독립된 협의체다. 여야 의원들에게 우리가 왜 꾸준히 뉴스를 해오고 그게 왜 정당한지 설명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 따라서 자갈 물리기가 목표는 아니었다고 본다. 하지만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정책을 다루는 실무자들이 역사성과 당위성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 같고 정상화 시키려 한다는 의지도 미흡한 것 같다.
상업방송들의 무분별한 뉴스방송과 뉴스의 상업화는 규제가 필요하다. 또 재벌기업이 방송망을 장악한 뒤 언론사로 행세해 나가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 다만 뉴스를 허가할 수 있는 채널에 <뉴스타파>나 <GO발뉴스>등 새로운 저널리즘을 수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방통위의 이번 조사보고서는 정말 너무 성급하고 허술하게 나와 버렸다.
박근혜 정부의 언론 정책 기조가 신뢰가 간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해 걱정이다. 4대 종편 등 대형보수언론에 대한 지원만 뚜렷할 뿐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추구에 대한 의지는 없다. 이명박 정부의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정권의 기반을 보수언론의 여론 장악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 내용 심의이다. 법과 제도로 정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마음에 안 드는 방송사와 방송내용을 규제하려니, 당장 써먹는 게 심의위원회다. 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당하고 징계 당해야 할 정도로 상식을 벗어나고 있어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