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을을 맞이한 협재해수욕장에서 보이는 비양도의 모습
조남희
"이번 추석 연휴에 올라왔다가 엄마랑 같이 내려가자. " '…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응.' 이렇게 사는 것이 나에게 어울리고 좋은 일이라고 설득해오고, 엄마·아빠가 이젠 어쩔 수 없이 인정, 아니 포기를 하는 것 같았어도, 정작 내가 사는 모습, 내가 사는 집을 엄마가 와서 본다고 하니 긴장이 되었다.
제주도하고도 중산간 농촌마을 깊숙이, 그러고도 펜션같이 좋은 주택도 아닌 작고 오래된 농가주택을 공사해서 세 여자가 부대끼며 사는 우리집(쉐어하우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실지 알 수 없었다.
말도 별로 없고 으레 딸에게 있는 애교란 것은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내 성격 탓, 서울에선 직장 생활하느라 바쁘다고 엄마를 아침에나 한 번씩 보는 하숙집 아줌마로 만들고 살아온 탓에, 엄마와 대체 3박 4일을 뭐하면서 지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마침 여자1호는 육지에 있는 시댁으로, 얼마 전 들어와 사는 여자2호도 서울로 가고 없었다. 연휴가 끝나고 드디어 엄마와 함께 제주도로 가려는데, 가까이 지내는 이웃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희야, 지나다 보니 너네 집 대문이 무너졌더라."원래 대문이 없던 우리 집에 여자1호의 신랑이 와서 집에 남아 있는 자재들로 임시로 문을 만들어 놓았는데, 며칠새 무게를 견디지 못했는지 그 문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억장도 무너지고 있었다. 하필이면 엄마가 우리 집을 보겠다는데. 왜 하필 지금 무너지고 난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