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로 간 오월이를 함께 보내고, 오월이를 그려달라는 내게 유라는 오월이를 만들어주었다.
조남희
그 진심을 보고, 진정성을 보고, 한림3리에서의 일들에 동참하기로 한 것을, 나는 종종 잊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제주도에서 산 지 일년 반 동안 만나게 된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따라하고 있었다. 먼저 육지에서 입도했다는 것만으로 그리 오래 살지 않았는데도 섬의 모든 사람들을 아는 척 하고, 모든 것에 대해 아는 척 하는 사람들. 이제 섬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넌 아무것도 모른다며 과시하는 사람들 말이다.
나도 그들처럼 제주도가 좋아서 살러 오는 것만 같을 뿐, 각자 다른 삶을 살다 다른 생각을 하며 섬에 들어왔고, 삶의 방식도, 목표도 다른 이에게 내 방식과 내 인맥이 옳다며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언젠가 입도한 지 몇 년 된 이와 술 한 잔을 하며 대화를 하다가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
'아군이 없다. 누가 믿을 수 있는 아군인지 알 수가 없다. 어제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오늘 모두가 알고 있더라. 섬에는 비밀이 없다. 그런데 이 곳의 표면적으로 아름다운 삶과 좁아서 쉽게 만들어지는 인맥, 그런 걸 모르는 육지 사람들한테 과시하고 살기에 참 쉽다.'입도조(入島祖)라는 말이 있다. 제주의 토착 성씨인 고씨·부씨·양씨를 제외하면 제주의 성씨는 모두 다른 지역에서 건너온 성씨들이다. 이들이 어떠한 이유로 제주에 들어와 정착했든 그 후손들은 제주에 최초로 정착한 선조를 입도조라 칭하였다.
요즘에는 섬에 들어온 '육지것'을 이르는 다른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섬에 대대로 살아온 이들과 달리 이제 입도해서 일대조가 되었다는 뜻이다. '섬사람'으로 살아가려고 연고도 없이 온 이들을 구성원의 일부로 포용해주는 맥락의 말이기도 하다. 이제 섬으로 들어와서 살아가고 있는 나, 마을로 들어가 뿌리를 내리려고 준비하고 있는 유라, 우린 그저 입도조 동지일 뿐이다.
다른 길을 걸어왔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섬에서 다른 길을 가겠지만, 아군은 하나 얻은 셈이다. 그녀와의 동거 4개월, 이젠 보낼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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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는 서울처녀,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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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건 진심"뿐이라는 걸 잊고 있었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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