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음주운전 단속이 될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아니다.
김대홍
"옆에 있는 자전거 가게에는 막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자전거를 탄 채로 가게를 들이박은 사람이 있었죠. 꽤 많이 다친 모양이던데. 아, 그래도 그 사람은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하니까 음주운전인 셈이죠."
"자전거도 술 마시고 타면 체포되나요?"
"글쎄요. 그건…. 아무튼 위험하잖아요."일본작가 아사노 아츠코가 쓴 '<분홍빛 손톱>에 나오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자전거를 많이 탄다는 일본에서도 자전거가 음주단속 대상인지 아닌지 궁금한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상에선 자전거도 음주대상이 되는지 묻는 질문이 꽤 많다.
정답부터 먼저 말하자면 자전거는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아니다. 몇 차례 입법 논의가 있었지만 '시기상조' '자전거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이유로 뒤로 미뤄졌다.
자전거 음주운전에 관한 통계는 없지만, 자동차 쪽을 보면 운전과 음주가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인원은 무려 330만여 명. 매우 강한 처벌규정이 있는데도 이 정도다.
음주운전 역사는 꽤 깊다. 조선 태조 때 이미 관련 기록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때는 1395년(태조4), 왕의 생일을 맞아 잔치가 벌어졌다. 모두들 배부르게 먹고 마신 것까진 좋았다. 고려시대 최고 등급 관리를 지낸 홍영통이 말을 몰고 가다 떨어져 죽었다. 음주운전사고였던 셈. 사흘 뒤 태조는 주요 대신인 정도전, 조준, 김사형을 따로 불러 가마를 하사했다. 술을 마신 뒤엔 자가운전을 하지 말고 '대리운전'을 하라는 하명이었다.
조선 중기 명의인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도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구절이 나온다. 술을 마신 뒤 꺼려야 할 것으로 '취포 불가주거마(醉飽 不可走車馬)'라며 취하고 배부른 상태에서는 수레나 말을 몰면 안 된다고 했다. 천하의 명의가 따로 언급할 정도였으니, 당시에도 음주운전이 꽤 흔했다는 것이고,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강조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뜻이겠다.
1915년에도 빈번했던 음주운전
1903년 왕실용으로 첫선을 보인 자동차는 1911년까지 3대에 불과했고, 20년대 말까지도 전국에 2000여 대(추산) 정도였다. 같은 시기 경성 시내를 달리던 자동차는 270여 대. 그래도 그 무렵 벌써 음주운전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음주 운전사는 꽤 일찍부터 나타났다.
1915년, 일찍부터 음주운전이 일어날 것을 예감했는지, 아니면 자동차가 도입되자마자 음주운전이 일어났는지 자동차 음주운전 금지 조항이 만들어진다. 마차 음주운전 금지는 한 해 전인 1914년부터니 대략 이 시기에 음주운전 조항이 만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당시 자동차는 적었고, 운전사 또한 드물었으니 술 마시는 운전사는 금세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과감히 술을 마시는 운전사들이 적지 않았다. 오죽하면 "누구나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은 자동차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운전사들이 술을 마시는 광경을 볼 것"(<동아일보> 1929년 4월 28일 치)이라고 했을까.
사람들이 술을 즐겼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시 음주운전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실제 당시 언론에서는 음주운전이 빈번한 이유로 '당국의 관리소홀'을 들었다.
그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1936년 유성온천 길에서 일어난 음주운전사고다. 당시 사고차량에는 옥천군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두 타고 있었다. 충북도 보안과장을 비롯해 옥천군수, 도의회 의원, 옥천경찰서장, 사회주사 등 일행 5명이 바로 주인공들. 이들은 유성온천에서 먹고 마시며 충분히 논 뒤, 차를 탔다. 이들이 크게 취한 것은 당연지사. 문제는 운전사 또한 술을 마셨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