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
남소연
- 최근 트위터에
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프로필에도 신분을 밝혔는데."신분은 이미 노출돼 있기 때문에 숨기는 게 더 이상하다. 내 글이 언론에 나간 뒤로 서기호가 누군지 알고 팔로어가 늘어나니까 당연히 신분도 밝히고 프로필도 수정하게 됐다. 사진도 밝은 모습으로 바꿨다. 훨씬 좋아 보인다더라.(웃음) 그전에는 SNS를 자주하면 괜히 정치적인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주저했다. 사실 <조선>이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할 때만 해도 '당하게 생겼구나' 그랬는데… 방향이 좋게 흐르니까 자연스럽게 판사가 말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선>의 덕분이다.(웃음)"
- 서 판사에게 현재 트위터란 무엇인가? "나를 격려, 지지해주는 존재, 힘을 얻게 하는 존재다. 트위터는 한 편의 시같다. 쫄지 않고 신속하고 역동적이어서 좋다. 140자의 짧은 글로 재치 있게, 촌철살인의 문구를 올리는 걸 보면 어쩌면 그렇게 재치 있고 가슴에 와닿는 멋진 문구를 짧고 굵게 만들어 내는지 감탄스럽다. 다들 시인 같다. 많이 배운다. 페이스북도 좋지만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데는 트위터가 딱이다."
- 현재 팔로어가 2600명 정도(12월 7일 기준)다. "최은배 판사는 굉장히 메시지가 강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폭풍 팔로우했다. 그다음에 이정렬 부장 판사(
@thundel)에게도 관심이 쏠렸는데 나 같은 경우는 강렬한 메시지는 아니라서 조금 작다.(웃음) 내 목표는 최은배 부장판사의 (팔로어) 3만이다. 아직도 배고프다. 내 콘텐츠가 훨씬 낫다.(웃음)"
- 보수 언론에선 판사의 '정치편향'성을 끊임없이 지적한다. "일단 판사를 진보, 보수로 가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재판을 하는 입장에서는 정치적 입장이란 게 별 의미가 없고, 또한 고려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규정하는 언론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자기들은 우파 판사만 원한다는 거 아닌가."
- 2009년 촛불재판 파동을 비롯하여, 사법부 내 판사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조선> 등 보수언론은 색깔론 공격을 해왔다. "<조선>은 2008년 8월 촛불재판을 맡았던 박재영 판사(현재 변호사)에게 '법복을 벗고 시위대에 합류하라'는 식의 비난을 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비추어 맘에 들지 않는 판사를 흔들어, 결국 사직하게 만들었다. 이번 최은배 판사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판사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나의 실수로 동료판사들에게, 특히 법원 전체에 피해를 끼쳐 송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판사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사직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니, 판사들은 '찍히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 그렇다고 언제까지 판사들이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하지만 보수언론의 판사 흔들기 수법에 수세적으로 당한 건, 박재영 판사가 사직한 2009년 2월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고 본다. 그로부터 몇 달 후인 5월 촛불재판 사건 때 보수언론이 판사들을 그렇게 흔들어댔지만, 당사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수의 판사들이 법원 내부게시판에 소신 발언을 쏟아내고, 마라톤회의 끝에 뜻을 모으면서, 판사들이 스스로 재판의 독립을 지켜가야 한다고 자각하기 시작했고, 판사들 사이에 연대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에 강기갑 의원 무죄 사건, 민주노동당 국회농성 당직자 공소기각 판결, <피디수첩> 무죄 판결을 한 판사들도 보수언론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았고 최근까지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쫄지 않고 할말 하는 사람들 있어 역사 발전"- 서 판사는 SNS나 1인 미디어가 주류언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지금은 주류언론 보도를 비주류언론이 받아쓰는 시대가 아니라, SNS와 인터넷 언론에서 확산되는 내용을 주류언론에서 받아쓰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SNS를 통해서는 곧바로 반론이 가능하고, 연대도 가능하다. 이번 최 판사의 경우도, 트위터에서 팔로어 맺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3만 팔로어가 지지·격려를 보내준 덕에, 최 판사도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조선>이 판사를 공격하면, 오히려 그 판사의 SNS 영향력이 확대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한다.
SNS라는 1인 미디어의 활성화는 조중동 등 주류언론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40대 이하에서 두드러진다. 판사들도 더 이상 <조선>에 찍힐까 봐 조심할 것이 아니라, 1인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방어하고,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일반 시민들이나 누리꾼과 나누고 싶은 말씀은?"쫄지 않고 할말 하는 사람들이 있어 역사는 발전한다. 역사의 발전은 기득권을 위협하기에 기득권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앞으론 보수언론의 부당한 신상털기, 흠집내기식 보도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다. 저는 더 이상 고립된 판사가 아니라, 많은 분들과 함께 있다. 쫄지 않고 할 말 하는 개념판사들의 역공이 시작되었다.(웃음)"
- 그러다 신상 털려서 또 다시 공격당하면 어떡하나. "나도 이미 두 차례 공격당했고…(웃음) 주변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으니 조심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나는 털면 털수록 아름다운 향기만 난다. (웃음) 이게 속칭 '깔때기'인가."
- 어디서 듣던 말이다. 바로 <나꼼수>의 정봉주 발언 아닌가. 혹시 나꼼수 애청자?"노 코멘트.(웃음) 하여간 '쫄지마 정신'은 높이 산다. 여러분, 쫄지 맙시다!"
서 판사는 지난해 초 우연히 '비폭력대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련 책을 접하고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공감과 소통의 대화'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법정에서 재판 당사자들과 비폭력대화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국민에게 성실하게 재판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판사는 판결로 말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하지만 판사에게 일체의 발언이나 행동을 가로막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논리에는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판사도 법복을 벗으면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