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10월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이틀째 서울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주어가 없다"는 궤변으로 해를 가리려 했던 그들이, 속으로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는 얼마 전에 '나꼼수'에 출연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고백에서 엿볼 수 있다. 홍 대표는 "BBK 동영상 (공개되었을 때) 아찔하더라"면서 "MB도 사기 피해자"라고 실토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으로서 여권의 BBK 공세를 막아낸 야전사령관이었다.
또 BBK 의혹의 파생사건으로 <오마이뉴스>가 최근 심층보도한 '김경준 기획입국 가짜편지' 사건에서도 그들이 BBK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력투구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홍준표 위원장이 기획입국 증거라며 흔든 편지는 조작되었으며, 그 MB 당선을 위한 사기극에는 MB의 상임특보가 개입돼 있음이 밝혀졌다. (관련 기사 -
2007년 대선 때 홍준표가 흔든 편지는 조작... 이명박 당선 위한 사기극에 MB특보 개입)
그런데 가카는 이런 원죄를 안고 있으면서도 교만했다. 가카는 530만 표 차이의 압승에 취한 탓인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정권은 떡잎부터 싹수가 노랬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돼먹지 않은 '어륀지'를 외치더니, '강부자'와 '고소영'으로 '잃어버린 10년'의 배를 채우는 싹쓸이 인사와, 민심과는 담을 쌓은 '명박산성'으로 정권의 노골적 색채를 드러냈다.
'불통령 MB'에 절망한 국민들은 광장에서 'MB OUT!'을 외쳤다.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국민에게는 새로운 소통방식이 필요했다. 바로 그 찰나에 10여년 전부터 <딴지일보>라는 낯선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허위의식에 '똥침'을 날려온 김어준 총수가 각각 다른 분야의 똥침 전문가들과 함께 짠~ 하고 '복귀'한 것이다.
김어준이 '잃어버린 10년' 동안 쌓은 내공김어준 총수가 "본지는 각종 사회비리에 처절한 똥침을 날리는 것을 임무로 삼는다"는 창간사와 함께 <디지털 딴지일보>를 선보인 것은 98년 7월이다. 대한민국에 정보고속도로와 전자민주주의 시대를 연 김대중 대통령 집권 1년차 때다. 김어준 총수의 내공은 가카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한 그 정권에서 권위와 제도에 똥침을 날리면서 쌓은 것이다.
김어준도 앞서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꼼수가 뉴미디어의 새지평을 열었다고 보는데, '딴지일보' 때와 비교해서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본질적으로 같다"고 했다.
"전혀 다른 메시지 유통 채널의 구축이 가능한 물적 토대의 출현―딴지일보 때는 인터넷+PC였고 나꼼수는 인터넷+스마트폰+트위터―이란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나머지 디테일은 마이너하다."김 총수는 그 '잃어버린 10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권위와 제도권에 대한 독설과 야유 그리고 풍자로 전자민주주의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단면을 두루 선보이면서 나름 팬층을 거느려 왔다. 권력자에게는 불쾌하지만 팬들에게는 유쾌·상쾌·통쾌한 신선한 똥침을 날린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 '잃어버린 10년' 동안 김 총수가 똥침 때문에 억압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언론 환경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다. 권력에 딴지를 거는 인터넷 신문에서 '가카 헌정방송'으로 진화한 나꼼수의 대박 흥행을 시기하는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능이 대세인 시절에 권력에 딴지를 거는 것이 '예능언론'의 본업인데, 반대로 권력이 언론에 딴지를 거는 불길한 조짐이 그것이다. 관(官)이 민(民)의 밥그릇을 빼앗는 빌어먹을 '우라질'이다.
최시중 "(나꼼수 방송) 그 자체가 꼼수다"가카의 정치적 멘토이자 가카 형님의 오랜 친구인 '최벨스', 즉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그 딴지 걸기의 주인공이다('최벨스'는 최시중 위원장을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괴벨스에 빗댄 표현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MB의 선전장관 답게 공사석에서 수 차례 "MBC의 정명(正名)은 무엇인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며 '정명론'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