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한미FTA 이행법안 서명이명박 대통령이 11월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통과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위한 14개 부수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은 곡선이다."(함민복, '곡선'). 시인 함민복(49)은 최근 펴낸 카툰시집 <꽃봇대>에서 사랑을 곡선으로 표현했다. 올해 늦장가를 간 시인의 사랑이 함축된 표현이리라. 그러나 곡선인 것이 어디 사랑뿐일까.
인기도 곡선이다. 연기 생활 20년, 마흔에 맡은 첫 주연으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늦깎이 배우 김윤석(43)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기는 가랑잎처럼 떨어지는 것 같다. 서서히 곡선을 그리며 내려가는데 정작 당사자는 추락하고 있다는 걸 모른다. 바닥이 코앞까지 다가와야 느낌이 오는 거지."(10일 <중앙일보>)MB "일하는 사람에겐 권력 누수가 없다"... 전임자들은 놀았다?등산도, 정치권력도 곡선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 세상 이치다. 그래서 등산보다 하산길이 위험하듯, 정권도 임기 말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5년 단임제의 특성상 역대 정부의 마지막 2년은 롤러코스터였다. 자식과 친인척 그리고 측근이, 대통령에게는 '웬수'였다.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은 '예외'일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본인의 자신감이 넘쳤다. MB는 지난 2월 취임 3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 산행을 마치고 호기롭게 말했다.
"3년 지났으니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이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5년 임기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산행이 아니고) 5㎞ 평지를 뛰고 그 다음 선수에 바통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MB는 또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그런 생각 전혀 없다"고 했다. 마치 '대통령 못해먹겠다'던 전임 대통령의 어법을 패러디해 뛰어난 능력과 넘치는 자신감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일하는 사람에겐 권력 누수가 없다"고도 했다. 마치 전임 대통령들은 '허송세월 하느라 권력 누수가 왔다'는 말본새다.
MB는 불과 두 달여 전에도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는 '기네스북에 새길 말씀'을 남겼다. "우리 정권은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반듯한 몸가짐을 주문하는 자리였다지만,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구속되고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의 의혹이 쏟아지는 때에 그런 말을 했으니 '도덕'이 나닌 '도둑' 혹은 '도적'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하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아마도 MB는 대선과정에서 불법자금 문제가 없었기에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때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MB의 후보시절 대선조직인 안국포럼에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신재민에게 1억 원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 돈이 안국포럼에 유입된 것인지 개인이 유용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신씨 말고도 이명박 대선캠프에 참여한 인사의 상당수가 당시 기업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각종 비리에 얽힌 MB 측근과 친인척들을 '총정리'한 오마이뉴스의 '그림뉴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쌩얼을 보여드립니다)에 따르면, 그 수는 17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는 공천청탁을 대가로 30억을 챙겨 유죄가 확정된 MB의 사촌처형이 있는가 하면, 저축은행 로비대가로 4억 원을 챙긴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사촌처남도 있다. 아직 14개월이 더 남았는데도 이 정도다. 권력의 속성상 임기말로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은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나게 되었다.
이쯤 되면 국정 운영의 총체적 책임자로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머리를 숙여도 시원찮은 판국이다. 그런데 촛불시위가 일어나지 않아서인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부르며 스스로를 자책"할 기미도 안 보인다. 대통령은 여전히 친인척은 친인척이고 측근은 측근일 뿐, 본인만 비리에 가담하지 않았으면 대수롭지 않다는 투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특히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잘못 이끈 이른바 '멘토'들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알려졌다시피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최고 사령탑은 '6인 회의' 멤버들(이명박·이상득·최시중·박희태·김덕룡·이재오)이다. 이 가운데서 대통령의 동갑내기 친구인 김덕룡(70) 민화협 상임의장과 연하인 이재오(66) 의원을 제외한 연장자인 핵심 멘토는 '형님과 그 친구들'인 박희태·이상득·최시중 3인이다.
① 박희태 - "날치기 하느라고 피곤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