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들어가기 직전 '경치좋은길' 시작점
성낙선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페달을 밟다가 한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길가 풀숲에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가 모로 누워 있는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입을 약간 벌리고 혀를 빼문 채 죽어 있다.
나를 놀라게 한 건 멀쩡히 뜨고 있는 두 눈이다. 그 눈이 죽기 직전의 고통을 그대로 담고 있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눈에 공포가 가득 차 있다. 그 눈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터져 나온다. 소름이 쫙 끼친다.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수없이 많은 로드킬을 봤지만, 이보다 더 끔찍하고 처참한 광경은 처음이다. 머리가 깨지고, 내장이 터져 나온 동물들도 수없이 봐왔다. 하지만 그 사체들에서도 이처럼 강렬한 공포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 개를 햇볕 잘 드는 따뜻한 곳에 묻어주지 못하고 온 게 너무 마음에 걸린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이 도로 위에서 죽은 채 먼지가 돼서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내버려둬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버리고 죽이고, 죽여서는 계속 짓이기고, 짓이겨서 먼지가 되어 바람에 실려 날아갈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고는 누구 하나 뒤돌아보지 않는다.
도저히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 역시 뾰족한 수는 없다. 나 또한 그런 인간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땅끝에 들어서는 내 마음이 몹시 무겁다. 그 개를 본 이후로 '경치좋은길'에서 경치 같은 게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소름끼치는 로드킬, 경치가 눈에 안 들어왔다땅끝에 가 닿으려면 마지막으로 높은 언덕을 하나 더 넘어야 한다. 마지막 고비이자, 시험이다. 그 언덕 정상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 선다. 생각 같아선 쏜살같이 내려가 땅끝에 발을 딛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엔 무언가 여운이 부족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과 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길고 멀다. 앞으로 가야 할 길 또한 결코 그에 못지않다. 조급해 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