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갑해수욕장
성낙선
그 조용하고 아늑한 해변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열심히 갯벌을 더듬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바지락을 캐는 것하고 또 다르다. 끝이 날카로운 조새 등으로 갯바닥을 여기저기 탕탕탕 두들긴다. 그러다가는 어느 지점에서 갯벌을 파헤친다. 아주머니 곁에 밥솥만한 냄비가 딸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 그 속을 들여다보았다. 안에 맛조개가 반쯤 차 있다. 뜻밖이다. 그 귀하기 짝이 없는 맛조개가 이렇게 작은 해수욕장 갯바닥에서 잡히고 있다니,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아주머니 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자, 뭐라고 소리를 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시 물었다. 펄을 밟지 말란다. 펄을 밟으면 맛조개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씀이다. 이런, 그 말을 듣고 나서는 그 다음엔 어디로 발을 옮겨 디뎌야 할지 알 수 없다. 갯바닥이 펄과 모래가 적당히 뒤섞여 있어 상당히 단단하다. 그런데 그런 갯바닥을 밟지 말라니, 맛조개란 놈 상당히 예민한 게 분명하다.
조새 등으로 땅을 두들기는 것은 맛조개가 숨어 있는 델 찾기 위해서다. 잘 들으면 소리가 다르다는데 나는 도무지 그 차이를 모르겠다. 갯바닥을 두들기다 소리가 다르다 싶은 곳을 조새 끝으로 파헤치고는 그 안에 소금물을 조금 뿌린다. 그러면 맛조개가 쏙하고 얼굴을 내민다. 그때 그놈을 손가락으로 쑥 잡아 뽑는다.
곁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니 맛조개 잡기 참 쉽다. 물론 아주머니한테 해당되는 말이다. 나중에 혹시 어디 가서 써먹을 일이 있을지 몰라, 아주머니가 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하지만 그만 소리를 구분하는 일에서 포기한다.
아주머니하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 완도 사투리가 전라도하고도 또 다르다는 걸 발견한다.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서울말'로 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안 된다. 조심스럽게 걸어서 해변을 빠져나온다. 내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도 아주머니는 계속 갯바닥을 두들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