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속까지 스미는 시원함, '풍혈'의 비밀

거문오름 태극길 천연 에어컨... 한여름 피서지

등록 2010.08.09 16:16수정 2010.08.09 16:31
0
원고료로 응원
능선길 거문오름 능선길
능선길거문오름 능선길김강임

한적했던 시골마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는 요즘 피서 인파로 열기가 뜨겁다.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왜 피서 인파가 몰려드는 것일까?

지난 8월 7일 오후 12시 30분, 한여름 열기는 33도를 웃돌았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시골마을 거문오름 안내소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 마을의 이장인 김상수(자연유산해설사)는 몰려드는 탐방객들을 안내하느라 진땀을 뺀다. 거문오름 세계자연유산 등재 3주년인 올해는 더더욱 탐방객들이 몰려들었다. 거문오름 몸통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거문오름 안내소를 벗어나자 스코리아 길. 태극길과 용암길은 이 스코리아 길을 지나야 한다. 7~8분 걸었을까. 용암길과 능선길, 태극길로 갈라졌다.

태극길 분화구 태극길
태극길분화구 태극길 김강임

태극길로 접어들었다. 태극길은 8km로 분화구 내부와 정상부 능선을 따르는 순환코스로 탐방안내소-용암협곡-알오름전망대-숯가마터-화산탄-수직동굴-9개 봉우리를 돌아 탐방안내소까지 길이다.

협곡지대 분화구 협곡
협곡지대분화구 협곡김강임

제일 먼저 걷게 되는 길이 용암협곡지대다. 잘 단장된 데크 시설 좌우로 쭉쭉 뻗은 삼나무 숲이 우거졌다. 삼나무 숲 아래 거문오름 식생대가 분포하고 있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풍혈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풍혈
풍혈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풍혈김강임

으름 분화구 태극길에 익어가는 으름
으름분화구 태극길에 익어가는 으름김강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분화구 내에는 가을 날씨처럼 서늘하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거문오름 태극길을 걷다보면 풍혈 현상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바위 속에서 솟아나는 수증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풍혈' 현상의 하나로, 다량의 낙반이나 암석 등이 성글게 바람이 나오는 곳을 말한다. 대기중의 공기는 이 암석들의 틈 사이를 지나면서 일정한 온도를 띠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철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따라서 한여름 거문오름 태극길은 에어컨을 튼 것처럼 시원하다.

일본군 진지 일본본 갱도 진지
일본군 진지일본본 갱도 진지김강임

알오름 전망대 알오름 전망대
알오름 전망대알오름 전망대김강임

특히 분화구 내에서는 용암 덩어리가 공중으로 회전하며 고구마 모양으로 만들어진 화산탄과 숯가마를 탐방할 수 있다. 더욱이 108여단이 주둔했던 일본군 갱도진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잣담(성벽과 같이 쌓아 두른 돌담)을 발견할 수 있다.


분화구 태극길을 벗어나자 능선길이다. 이 능선길은 테마가 있는 길로 거문오름과 용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9개의 봉우리마다 용과 얽힌 이야기를 숨어 있어 9개의 봉우리를 터치하며 그 의미를 새겨 볼 수 있는 길이다.

능선이 첫 출발지는 9룡. 즉, 회룡은 산봉으로 해발고도 371m에서 만날 수 있었다. 9룡은 멀리 흘러온 용이 방향을 바꾸어 산 속으로 숨은 형국. 9룡 전망대에 서니 봉긋봉긋 솟아있는 거문오름 봉우리가 신령스럽다 할 만큼 웅장했다.

9룡에서 8령으로 이어지는 길은 소나무 숲길, 소나무 사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두팔을 벌려 보면 온 몸이 바람으로 휘어감은 듯하다. 이 바람 또한 분화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다시 능선을 걸었다. 청룡음수봉인 8룡에 도착했다. '푸른 빛을 띤 용이 물가를 찾아 물을 마시는 형국'이라는데 숲이 우거져 전망을 할 수 없음이 아쉬웠다. 나무 계단을 오르내리다보니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희롱한 형국'의 7룡. 각 봉우리마다 새겨진 이야기가 읽어내려 가니 능선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숲이 하늘을 덮은 6룡길과 5룡 사이길은 새소리가 간장을 녹인다. 3룡을 지나니 말굽형분화구 사이로 선흘오름군이 펼쳐졌다. 오름 위에 떠 있는 뭉게구름과 파란 여름하늘이 수채화 같다.

1룡 흙룡상천봉 거문오름 최고 전망대
1룡 흙룡상천봉거문오름 최고 전망대김강임

분화구 능선에서 본 분화구
분화구능선에서 본 분화구김강임

오름군 전망대에서 본 오름군
오름군전망대에서 본 오름군김강임

소나무 숲을 지나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오르내리니 거문오름 최고의 전망대가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해발 465m인 1룡 흙룡상천봉. 거문오름 최고봉 1룡 전망대는 그야말로 사방을 조망할 수 전망대였다.

한라산 백록담이 구름에 덮혀 있었다. 동쪽으로는 아스라이 일출봉이 떠 있고 송당 오름군과 선흘 곶자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터였다. 저절로 감동이 터져 나오는 곳일 뿐더러 시원한 바람이 탐방객들을 유혹했다.

분화구 태극길 풍혈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소나무 숲을 지나 능선까지 불어왔다. 장갑을 벗으니 마치 손을 찬물에 담근 것 같다. 모자를 벗으니 마치 찬물로 머리를 감는 것 같다.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니 시원한 바람이 뼈 속까지 스민다. 탄산음료 시원함이 이만할까? 에어컨의 시원함이 이만할까?

확대 ( 1 / 20 )
ⓒ 김강임

#거문오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4. 4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5. 5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