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이소연 분)을 누르고 후궁이 된 동이(한효주 분).
MBC
7월 27일 제38부를 분수령으로 MBC 드라마 <동이>는 중요한 고비 하나를 넘겼다. 장 희빈(이소연 분)이 폐위되고 인현왕후(박하선 분)가 복위하며 동이 최 숙빈(한효주 분)이 후궁이 됨에 따라, 궁중의 여인천하는 '동이 대 장 희빈'에서 '동이·인현왕후 대 장 희빈'의 구도로 재편되었다. 한동안 궐 밖에서 죄인 생활을 한 인현왕후는 장 희빈의 폐위를 계기로 여인천하 무대에 컴백하게 되었다.
장 희빈이 폐위되고 인현왕후가 복위하며 동이가 후궁이 된 원인은 무엇인가? 드라마 <동이>에서는 장 희빈 측과 청나라의 불법 커넥션에서 그 기원을 찾았다.
조선의 왕세자는 조선 국왕의 책봉뿐만 아니라 청나라 황제의 책봉까지 받아야 했다. 장 희빈 측은 장 희빈과 숙종 사이의 첫아들인 이윤(훗날의 경종)에 대한 청나라의 책봉이 별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은밀한 불법거래를 시도했다. 청나라가 필요로 하는 조선의 국경 수비기록인 <등록유초>를 넘겨주는 대신, 청나라로부터 왕세자 책봉을 무사히 받아내려 한 것이다.
거래가 무사히 성사되는가 싶었다. 청나라에서는 책봉을 위한 사신을 파견했고, 장 희빈의 오빠인 장희재(김유석 분)는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등록유초>를 청나라 사신에게 넘겨주었다. 그러나 장희재가 고급 요정(기생집)에서 <등록유초>를 넘기는 순간 내금위 군대(국왕 경호부대)가 현장을 덮치는 바람에 양측의 불법 커넥션이 결국 세상에 드러나고 말았다.
퇴계 이황의 추종세력이자 집권여당인 남인 당파는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정권을 내주어야 했고, 남인의 지원을 받는 장 희빈은 중전에서 정1품 빈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동시에, 인현왕후는 복위하고 동이는 후궁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좀 그럴싸하지만, 위 이야기의 대부분은 허구에 불과하다. 드라마 속에서 <등록유초>니 불법 커넥션이니 하는 것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또 너무나 진지하게 취급되었기 때문에 시청자들로서는 '정말 그런 이유 때문에 장 희빈이 몰락하고 최 숙빈이 후궁이 되었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독자나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4개 테마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자.
[테마①] <등록유초>은 어떤 책인가? 드라마 속에서 동이와 장 희빈이 서로 확보하려고 다투었던 <등록유초>란 이름의 책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의 첩보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아니, 첩보 가치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드라마 속에서는 대단한 기밀문서인 것처럼 다루어졌지만, 실제의 <등록유초>는 실록을 통해 이미 공개된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한 책에 불과했다.
그럼, <등록유초>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이 책의 내용 중 일부가 국방문제와 관련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역로(驛路), 봉수(烽燧), 군정, 변경사무, 외교 등에 관한 항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국방과 무관한 문제, 이를테면 관직이라든가 목축이라든가 재정이라든가 하는 것에 관한 것들도 있었다. 그러므로 이런 문서를 두고 장 희빈 측과 청나라가 비밀 거래를 할 필요는 없었다.
[테마②] 남인 정권은 왜 붕괴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