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1] 쌍용차 신차 프로젝트 중단 및 중국 이전 사례(2008년 12월 현재)(* 출처: http://www.hankyoung.com)
새사연
실패의 전철을 따라 가는 산업은행쌍용자동차의 위기는 지난 2004년 상하이자동차로 매각된 데에서 시작되었다.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자동차는 자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RV(recreational vehicle)와 SUV(sports utility vehicle) 차종에 있어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쌍용자동차의 매수에 나섰다. 중국 자동차 자본이 쌍용자동차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상하이자동차에 앞서 란싱그룹이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였다는 사실로부터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한편, 지금도 그러하지만 2004년 당시에도 한국의 채권은행들은 쌍용자동차의 기술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산업은행과 조흥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상하이자동차가 기술 유출을 위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은 48.92퍼센트 지분율에 5909억 원이라는 가격으로 매각을 결정하였다. 더구나 매각 대금 중에 3900억 원은 스스로 빌려준 것이었다.
정부는 3900억 원의 매각차입금이 상하이자동차가 주요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2006년에 상하이차가 매각차입금을 완전히 상환함으로써 상하이자동차와 채권단 사이의 특별약정은 해제되고 말았다. 상환된 매각차입금 중에 2700억 원은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에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대출해 준 금액이었다. 최대 채권은행 산업은행이라는 최대 주주가 기술을 유출할 수 있도록 용인한 것과 다름없다. 이와 같은 산업은행의 행태 때문에 당시 산업은행 총재는 노동조합 등에 의해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2009년 오늘, 쌍용자동차의 운명이 점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매각 당시처럼 산업적 전략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지 않다. 중국의 자본인 상하이자동차가, 아니 상하이자동차의 최대 주주가 중국 정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중국정부가 한국의 자동차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산업 전략의 차원에서 접근한 점과 대비된다.
지난 6월 11일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의 독자생존이 바람직하지만,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기간산업을 외국자본에 매각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지금 목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예전의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2009년 오늘, 쌍용자동차의 교훈산업은행은 한 발짝 물러서서 법정관리 상태의 쌍용자동차를 지켜보면서 불개입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쌍용차와 GM대우를 묶는 방안을 흘리고 있다. 주로 '일부', '전문가'라는 입을 통해 전달되는 이 방안의 핵심은 쌍용-GM대우-르노삼성까지를 묶어 현대기아차와 함께 '자동차 2강(强)'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자동차 2강론'은 이들 3개 회사가 현재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때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개입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의 이해관계자들이 그토록 요구하고 있는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자동차 2강론을 흘리는 이유는 명백하다. 노동자와 하청기업의 고통은 외면하고 향후 도래할지도 모를 한국 자동차산업의 재편기에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쌍용자동차가 국민경제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 원칙은 첫째, 무책임한 외국 자본과 종속 관계를 청산하고, 둘째, 산업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셋째, 하청기업과 국민소비자의 이해도 포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원칙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쌍용자동차 문제를 원만하고 조속히 해결하는 데 나서야 할 것이다. 이에 새사연은 첫째,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출자 전환 방식을 통해서 무책임한 외국인 대주주의 지분을 회수하며, 둘째, 디젤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보존하면서 향후 세계 자동차산업의 재편 특히 중국 소형차 산업의 성장에 대비하고, 셋째, 고용을 유지하고 생산 및 판매의 산업적 연관관계가 해체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 등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상동 기자는 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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