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사다리꼴 모양의 떼뚬 신전. 국민의 98%가 카톨릭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산간지방에선 민간신앙을 믿는 사람도 많다. 카톨릭 신자라고 해도 민간신앙을 부정하진 않는다.
조경국
로스팔로스에도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하룻밤쯤 이곳에서 묵어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뚜뚜알라였다. 계속해서 달릴 수밖에 없다.
멀리서 떼뚬 신전이 보였다. 긴 사다리꼴 모양의 지붕을 가진 나무 건물이다. 높이는 십 미터쯤 될까? 딜리보다는 시골 마을로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신전의 모양은 해안지방과 산간지방이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재료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가톨릭교도가 98%인 나라에서 신전이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티모르 사람들에게 가톨릭과 더불어 토속신앙도 지켜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뚜뚜알라에서 묵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그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참 보기 어려운 것인데 운이 좋게(?)도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떼뚬 신전 아래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이방인이 신기한지 커다란 눈망울 또록또록 굴리면서 우리를 보았다. 아이 두 녀석은 목에 새총을 걸고 있었다. 저걸로 무엇을 맞힐까?
아래에서 올려다본 신전에는 나무장식들이 붙어 있었는데 그림이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신전 위로 어떻게 올라가지? 사다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계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하지만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구경만 했다.
아이들에게 과자와 사탕을 나누어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