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속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온 어부들이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조경국
음식 나오는 데 1시간은 기본, 기다리는 여유를...동티모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는 바우카우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상록수부대가 주둔했다는 로스팔로스에 들렀다가 가느라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던 것이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자동차가 속력을 제대로 내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하지만 동티모르 여행은 목적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는 길이 중요했다. 쉬엄쉬엄 가면서 동네 구경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시장에 들르고 하는 것 말이다.
점심식사를 하는 데 한 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하면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어떤 식당에서는 주문하고 나니 그제서야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하는 것도 봤다. 그러니 독촉은 금물. 그저 기다리고 기다릴 뿐이다. 음식이 나오면 활짝 웃어주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10월 8일 오전 8시 반쯤 엘리자베스 호텔을 출발했다. 바다를 찾아 떠나는 길에 바다를 지나간다. 딜리의 해안도로를 달린 것이다. 바다만 보려면 굳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딜리에서도 바다는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까. 딜리 해변에 나가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바다에 들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대부분 홀딱 벗고 신나게 논다.
딜리 해변도로를 벗어나 조금 달렸을까, 길옆으로 커다란 건물 한 채가 보였다. 건물 앞의 마당에는 많은 아이들이 나와 있었다. 어, 학교다. 차에서 내려서 보니 운동장 한쪽에는 염소 여러 마리가 있다. 아이들은 비를 들고 학교 마당에 수북이 쌓인 나뭇잎을 쓸어 모으고 있었다. 운동장, 제법 넓다. 마음껏 달리고 놀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