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여객선이 들어오자 선창에는 각종 생활자재와 식료품을 받으러 나온 어민들로 분주하다.
박상건
대숲 지나 돌담길의 어청도 등대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전쟁 중 군량미를 보관하던 섬이기도 한 어청도는 서해안에서 제일 먼저 무선표지(無線標識, radio beacon)가 설치됐다. '무선표지'는 등대에서 항만, 항로 등 어느 일정한 지점에서 전파를 발사하면 항해 중인 선박이 이를 수신하여 그 지점에 대한 방위를 측정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어청도 등대는 굴곡의 삶을 살아온 어청도의 역사와 함께 한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들이 거센 바람을 만나면 반사적으로 찾아오는 대피항이 어청도항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도 북서계절풍의 영향을 받은 중국 대륙고기압으로 인하여 풍랑과 폭설이 잦았다.
어청도 등대는 이런 난기류에 길잡이 역할을 한다. 등대로 가는 길은 마을 시누대 숲길을 지나 40여분을 걷는 산길이다. 산 중턱에 팔각정이 있는데 땀을 식히며 어청도항과 마을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다. 유난히 대나무와 소나무가 많은 구릉선 산지인 탓에 주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채소 등을 군산에서 사다 먹는다.
해망도로 팔각정에서 호흡을 고른 후 다시 마을 뒤편 산등성이를 내려서는 길은 60여m의 절벽으로 이어진 황톳길이다. 등대는 그 끝자락에 아담한 돌담길로 에워싸여 있다. 어청도 등대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대륙진출의 야망에 따라 전략적 목적으로 세워졌다.
근 100여년을 한결같이 '누구에게나 아무 조건없이' 망망대해 뱃길의 길라잡이 역할을 다해온 어청도 등대. 이성원, 최종관 두 등대원이 나그네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면서 "오자마자 풍랑주의보가 내려 고생이 많겠어요? 다음부터는 저희 등대로 먼저 일기예보를 물어 보세요"라고 말했다. 등대원은 유인 등대 불빛뿐만 이처럼 시간 단위로 기상청에 해상 날씨를 문의해 파악하고 무인등대도 관리한다.
어청도 등대는 1912년 3월 첫 불빛을 밝혔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발동기와 발전기를 돌려 등댓불을 밝혔다. 며칠에 한 번씩 오는 배편을 통해 기름 드럼통을 받아 지게에 지고 해발 100m의 가파른 산길을 올라 등대 불을 밝혔다.
어청도 등대는 백색의 원형 콘크리트 구조에 윗부분을 전통 한옥의 서까래 형상으로 만들어 조형미가 으뜸이다. 등대 윗부분 홍색 등롱과 하얀 등탑 그리고 돌담이 바다를 낀 채로 등대를 껴안은 모습은 해질녘 석양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망망대해에서 구세주처럼 반짝이는 등대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