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수정 : 10일 오전 9시 33분]

▲ 김아무개씨가 "수습기자 3일만에 선배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올린 글과 사진.
ⓒ 인터넷 화면캡처
한 언론사 수습기자가 입사한지 3일 만에 교육을 맡은 선배 기자에게 폭행 당해 실명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선배 기자는 "쌍방 폭행이었다"며 자신도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새벽 국내 한 언론사 수습기자 김아무개(28)씨는 수습기자 교육을 담당한 선배 송아무개(31) 기자로부터 길거리에서 폭행 당해 실신했다. 길에 쓰러져 있던 김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고서야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경찰은 8일 송씨와 김씨를 조사했고 두 사람 모두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9일 <오마이뉴스>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의 전모에 대해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그는 사건 발생 전날인 5일 저녁 7시 함께 입사한 수습기자 5명, 선배 기자 2명과 함께 서울 종로구 계동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회식을 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선배기자들이 수습기자들에게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는 언사를 거침없이 해댔다고 주장했다. 선배기자들이 술자리에서 "우리는 맞으면서 배웠는데 너희는 우리가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고 세상 참 좋아졌다"거나 "상상 이상으로 힘든 곳이니 우습게 생각하지 말라, 무조건 참고 복종하라"며 강압적 어조로 훈계했다는 것이다.

"그만 두겠다고 하니 선배기자가 때리고 발로 밟아"

김씨는 "이날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분위기도 점점 험악해졌다"며 "옛날에 우리(선배) 교육 받을 때는 술자리에서 옷을 벗으라면 벗었다거나 그만둘 거면 지금 말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한 김씨는 결국 3차 술자리에서 "그만 두겠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후 가방을 놓고 온 사실을 알게된 김씨가 다시 술자리로 갔고 선배인 송 기자가 김씨에게 "이야기 좀 하자"며 따라나섰다. 송 기자는 재차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권했지만 김씨가 좀체 뜻을 굽히지 않자 대뜸 주먹이 날아왔다고 김씨는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씨는 "안경을 낀 상태에서 발로 눈을 밟혔다"며 "눈이 너무 아파 살려달라고 애원했는데도 '토 달지 말라 그랬지' 하면서 다시 달려와 얼굴을 찼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김씨는 코뼈가 부러지고 눈 아래 뼈에 금이 가는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김씨를 폭행한 송 기자는 '쌍방폭행'을 주장하고 있다. 송 기자는 사건 이후 회사에 사표를 낸 상태다.

해당 언론사 편집국의 한 관계자는 "6일 송 기자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회사측은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이후 관련된 내용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언론사의 사회부장은 "그 다음날 송 기자로부터 아침 일찍 연락이 왔는데 (수습기자인 김씨에게) 맞았다는 보고였다"며 "송 기자도 눈 옆이 찢어져 13바늘을 꿰맸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씨 아버지와 외삼촌이 회사에 찾아왔는데 입장이 엇갈린 상태이고 양측이 다쳤으니 치료부터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며 "이런 일이 빚어져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네티즌 "때려야 취재력 길러지나" 비난 잇달아

한편 김씨가 지난 8일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 모임 사이트에 당시 상황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공분'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교육을 빙자한 '반인권적' 대우 때문이다.

김씨는 '다음카페'에 해당 언론사가 내부적으로 배포한 '수습기자 교안' 내용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어라", "토 달지 말라, 혀 뽑아버린다", "다리 꼬지 말라, 다리 분질러버린다"는 등 충격적이고 비인간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씨가 공개한 교안에 대해 네티즌은 '충격적'이라며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음카페 ID '태양아 너는'은 "다른 언론사도 이런 분위기냐"며 "세상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꿈의 라디오'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수습노조를 결성하든지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식으로 두들겨 패서 길러지는 취재력이 어떤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ID 'pressswp'는 "정말 화가 난다"면서도 "지금 수습생활을 하고 있는데 저렇지는 않다, 하지만 글쓴이의 상황은 정말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니 억울한 일을 당한 만큼 당당하게 문제를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언론사는 김씨가 공개한 '수습기자 교안'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이 언론사의 사회부장은 "그런 교안이라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한 뒤 다만 "선배기자들이 후배기자들에게 마와리(담당구역취재)나 하리꼬미(말뚝근무) 같은 근무체계에 대한 지침이나 각오를 다지게 하는 가르침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