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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중국 쓰촨성에서 리히터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현지에 거주하는 모종혁 통신원이 발생 경과와 피해 상황을 전한다. [편집자말]
중국 쓰촨성 두장지안시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후 병원 바깥의 임시 수용소에서 사람들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
 중국 쓰촨성 두장지안시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후 병원 바깥의 임시 수용소에서 사람들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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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중국 내륙 충칭(重慶)시의 한 지하상가 음반매장에 있던 기자는 갑자기 땅이 심하게 흔들리고 정신이 어찔함을 느꼈다. 3분여 동안 지축이 흔들리면서 기자는 몸을 가눌 수 없었고 심한 두통까지 몰려왔다.

기자는 강력한 지진을 일어났음을 느끼고 매장 직원과 함께 급히 지하통로로 뛰쳐나갔다. 이미 수십 명의 지하상가 직원과 고객은 앞을 다투어 지상 출구로 나아갔다. 인도와 도로는 지진을 피해 건물을 뛰쳐나온 수백, 수천 명의 중국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자는 고층 건물이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중국시간 12일 오후 2시 28분 쓰촨(四川)성 원촨(汶川)현에서 발생한 지진은 이렇듯 강력했다. 충칭에서 원촨의 거리는 약 410여㎞. 리히터규모 7.8의 강진은 쓰촨성 내 뿐만 아니라 수천㎞ 떨어진 베이징, 상하이, 난징, 홍콩 등 중국 도시와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 타이완, 파키스탄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였다.

첫 지진이 발생한 순간, 13억 중국인은 생전 처음 느끼는 지진의 공포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충칭은 진동 때 도심 빌딩이 심하게 흔들리고 일부 낡은 건물은 금이 갔다. 건물 속에서 뛰어나온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휴대폰으로 가족, 친척, 친구의 안부를 묻기 바빴다.

중국 쓰촨성 두장지안시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후 병원 잔해에서 희생자 등을 찾는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쓰촨성 두장지안시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후 병원 잔해에서 희생자 등을 찾는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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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지진이 강타해 건물이 무너진 중국 쓰촨성 두쟝지안시 주유안 중학교에서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약 9백명의 학생들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일 지진이 강타해 건물이 무너진 중국 쓰촨성 두쟝지안시 주유안 중학교에서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약 9백명의 학생들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연합뉴스/신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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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만 벌써 1만여명 육박... 시시각각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3일 오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지진으로 쓰촨성에서만 1만여명 가까이 숨지고 1만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원촨 뿐만 아니라 쓰촨성 대부분 지역에 통신이 두절되어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시시각각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중국정부는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진 피해자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관계 당국과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번 지진을 '대재난'으로 규정했다. 원 총리는 이례적으로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바로 사태 수습을 위해 쓰촨성 수도인 청두(成都)를 거쳐 원촨에 도착, 인명구조와 피해복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청두와 충칭에 각각 1300여명, 300여명 거주하는 우리 교민의 피해 상황도 아직 불투명하다. 청두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청두 거주 교민 중 일부가 재산상 피해를 본 것 외 아직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원촨에 살고 있는 교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청두는 원촨에서 불과 92㎞ 떨어져서 적지 않은 교민이 재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쓰촨성 내 휴대전화가 대부분 불통된 상태라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두를 비롯해 쓰촨성 서부지역은 휴대전화 통화가 불가능하다.

지진 발생 후 놀란 환자들은 의사, 간호사의 보호 속에 병원 밖으로 대피해야만 했다.
 지진 발생 후 놀란 환자들은 의사, 간호사의 보호 속에 병원 밖으로 대피해야만 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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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앙지는 소수민족 거주지, 강족과 티베트인의 피해가 막대

중국정부는 인명구조와 피해복구를 위해 원촨현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모두 봉쇄한 상태다. 지진의 진앙지인 원촨은 중국 소수민족인 강(羌)족의 4대 거주 지역 중 하나. 원촨은 총면적이 4084㎢에 달하고 인구는 11만 명이다. 전체 면적의 48%는 산림으로 덮여있다.

원촨은 물이 많고 광물과 동식물 자원이 풍부하다. 원촨현 서남부에는 중국 최대의 팬더 연구기지가 있어, 팬더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원촨 주민은 대부분 농업과 임업에 종사하고 있고, 강족은 2만9839명으로 전체 인구의 26.7%를 차지하고 있다. 강족은 한때 강대했던 유목민족으로, 혈연과 문화풍습이 티베트인과 유사하다.

원촨이 속한 아바(阿壩)자치주는 쓰촨성 내 대표적인 티베트인 거주지이기도 하다. 원촨 주변 반경 100㎞는 티베트인, 강족, 회(回)족 등 소수민족이 밀집한 지역이다. 아바주의 전체 인구는 87만4천명. 그 중 티베트인 55%, 강족 18.7%, 회족 3.3% 등 소수민족이 절대 다수로, 22.5%인 한족을 압도한다.

아바주의 건축 형태는 자연산 돌과 흙을 쌓아 올린 가옥이라서 지진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원촨과 접한 베이촨(北川)현은 건물 중 80%가 붕괴되고 상당수의 도로가 파괴됐다. 티베트인 밀집 거주지인 아바현도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건물과 도로가 대다수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족의 전통적인 가옥은 자연산 돌과 흙을 쌓아 올려서 지진에 취약하다. 이번 지진으로 강족 가옥은 모두 파괴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강족의 전통적인 가옥은 자연산 돌과 흙을 쌓아 올려서 지진에 취약하다. 이번 지진으로 강족 가옥은 모두 파괴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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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여진도 잇달아 13억 중국인의 공포는 지속

<신화통신>은 "하늘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지진이 일어나면서 아바주 일대 건물은 힘없이 무너졌다"면서 "주민들은 비명도 지를 새도 없이 붕괴된 건물 더미에 묻혀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바주와 그 일대에서는 지금도 최고 6.0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청두와 원촨 중간의 두장옌(都江堰)시에서만 9곳의 제방이 붕괴 직전에 있다"고 전했다. 아바주를 끼고 흐르는 민(岷)강에는 수십 개의 댐과 제방이 있어 붕괴할 경우 더 큰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아바주에서는 지난 3월 라싸(拉薩) 시위가 일어난 뒤 라마 승려와 주민들의 동조 시위가 발생해서 최소 7명이 사망하고 부상했었다.

지진 발생 후 중국정부는 쓰촨성 내 모든 공항을 폐쇄하여 쓰촨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기는 회항했다. 일부 철도 구간은 운행이 중단됐으며 도로 교통도 봉쇄됐다. 청두에서는 일부 건물이 금이 가서 진입이 금지되자, 시민들은 잘 곳을 찾아 전전하고 있다. 충칭에서도 아파트를 나와 광장과 공원에서 밤을 지새우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지진으로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거리로 뛰쳐나갔던 중국인들의 공포심은 한동안 지속될 듯싶다. 장궈민(張國民) 중국지진국 지진예측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지진은 지하 27㎞의 낮은 지층에서 발생해 파괴력이 엄청나다"면서 "진앙지에서 650㎞ 이내 지역은 당분간 크고 작은 여진이 잇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쓰촨성 내 모든 공항이 폐쇄되어 쓰촨 및 인접한 티베트로 향하는 항공편은 모두 취소됐다.
 쓰촨성 내 모든 공항이 폐쇄되어 쓰촨 및 인접한 티베트로 향하는 항공편은 모두 취소됐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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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국 지진, #원촨현, #티베트족, #강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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