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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국 쓰촨성에서 리히터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쓰촨성 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취재 중인 모종혁 통신원이 현지에서 세 번째 르포를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지방정부에서 공급한 음식과 생수로 하루를 연명하는 한 몐주시 가정. 자신들이 살던 집은 형체도 알 수 없이 파괴됐다.
 지방정부에서 공급한 음식과 생수로 하루를 연명하는 한 몐주시 가정. 자신들이 살던 집은 형체도 알 수 없이 파괴됐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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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민들이 묶는 천막. 노숙을 할 천막 재료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재민들이 묶는 천막. 노숙을 할 천막 재료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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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주밍산에게 유일한 낙은 낮밤을 자는 것이다. 그의 하나뿐인 변화된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지금 주밍산에게 유일한 낙은 낮밤을 자는 것이다. 그의 하나뿐인 변화된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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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환자들에 장비와 의약품 부족

중국 쓰촨성 수도인 청두(成都)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몐주(綿竹)시. 몐주시는 이번 대지진의 진원지인 원촨(汶川)과 산자락을 맞대고 있는 도시다. 15일 기자가 찾은 인구 50만 명의 몐주시는 이전의 평화로운 면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외국 기자의 지진 피해지 취재를 방해하는 중국 경찰의 감시를 따돌리고 들어선 몐주시는 초입부터 지붕과 담장이 무너진 집들이 눈에 띄었다. 몐주시에서도 지진 피해가 가장 심각한 준다오(遵道)진의 모습은 처참했다.

마을 곳곳에서 건물이 두부처럼 완전히 뭉개졌고 본모습을 간직한 집은 찾을 수 없었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채 나뒹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지진 당시의 급박했던 참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준다오진 보건소도 건물 상단이 파괴된 채 출입이 금지됐다. 보건소 앞에 차려진 임시 병원에는 온몸 곳곳을 다친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리중이(56)는 "지진 당시 갑자기 무너진 담장에 다리가 깔렸다"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간호사 정주안(28·여)은 "지진 발생 후 사흘이 지났지만 보건소를 찾는 환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진으로 세 명의 동료가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슬픔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청두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이끌고 와 의료봉사를 진두지휘하는 류판린(48) 셰화병원 의사는 "다친 환자를 치료할 장비도 없고 의약품도 너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류는 "벌써 사흘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잤다"면서 "치료할 환자는 많은데 일할 의료진이 한정되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건물 상단이 파괴된 준다오진 보건소. 세 명의 간호사가 근무 중 사망했다.
 건물 상단이 파괴된 준다오진 보건소. 세 명의 간호사가 근무 중 사망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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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두에서 와 의료봉사 중인 류판린. 그는 무엇보다 치료 장비와 의약품이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청두에서 와 의료봉사 중인 류판린. 그는 무엇보다 치료 장비와 의약품이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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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주민도 온 몸이 성한 데가 없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주민도 온 몸이 성한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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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음식과 마실 물도 없어 간신히 연명

15일 현재 확인된 몐주시의 사망자 수는 4250명. 몐주시 재난지휘부는 "부상자도 2만여명에 달하고 구출의 손길을 기다리는 매장자도 60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혀,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지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주민들의 삶과 생활도 고난의 연속이다. 14일에만 여러 차례 작은 여진이 있었고 15일 아침에도 여진이 몐주를 뒤흔들었다. 자원봉사자 장천(31·여)은 "여진에 대한 우려로 밤에는 집 밖 천막에서 노숙한다"면서 "지진은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생존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먹을 음식과 마실 물이 없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보금자리와 재산 전부를 잃어버린 몐주 주민들에게 당장은 돈보다 먹을거리가 아쉽다. 지방정부에서 하루에 한 차례 급식차와 급수차를 동원하여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간신히 생명을 연장할 분량만 공급할 뿐이다.

시난(西南)진에서 만난 주밍산(30)은 "벼는 아직 수확철도 아니고 집도 가재도구만 간신히 가지고 나온 터라 먹을 양식은 전혀 없다"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는 "천막 안에서 잠이나 자는 일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 없다"고 자조했다.

지방정부와 자원봉사자가 전해주는 음식과 물이 주민들의 생명줄 역할을 하다 보니, 급식 및 급수 때는 전쟁터다. 이재민들은 생수를 한 병이라도 더 타기 위해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진 피해 주민들에게는 오직 살아야 한다는 체념 섞인 의지가 고단한 오늘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있다.

류판린은 "매몰된 건물과 집에 방치된 사람과 가축 시신이 부패하면서 전염병의 발생이 우려된다"면서 "앞으로는 연일 지속되는 30도 이상의 무더위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천혜의 자연조건에 문물이 풍부해서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 불렸던 쓰촨. 지금 쓰촨 곳곳은 생존하기 위한 이재민의 눈물이 대지를 적시고 있다.

 지방정부는 전염병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재민에게 예방약을 나눠주고 있다.
 지방정부는 전염병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재민에게 예방약을 나눠주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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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염된 물을 못 마시는 주민들에게 급수차가 공급하는 물은 생명수나 다름없다.
 오염된 물을 못 마시는 주민들에게 급수차가 공급하는 물은 생명수나 다름없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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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식차가 나눠주는 음식을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이재민들. 생존 의지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급식차가 나눠주는 음식을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이재민들. 생존 의지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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