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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크게 완화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출총제 적용대상은 현행 자산총액 6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중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으로 축소했고, 계열사 출자 한도도 순자산 25%에서 40%로 높였습니다. 이에 위평량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이 사실상 출총제 폐지나 다름없는 이번 개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4회에 걸쳐 짚습니다. <편집자주>
▲ 선진 기업의 소유구조와 기업관행, 공정경쟁에 관한 법제도들이 신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왼쪽부터 삼성, 현대차, LG, SK그룹 사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복잡할 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재벌'이다.

오늘날에 있어서도 한국은 여전히 재벌 의존적이고 재벌 중심적이다. "이런 현상이 잘못됐냐"고 반문하거나 "재벌들이 없으면 우리 경제가 거덜난다"고 하면서 "개방된 시장에서 규모가 커야 경쟁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벌의존적인 경제구조에 대한 부작용은 앞서 설명했기에 생략한다. 그리고 재벌이 없으면 우리경제가 거덜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다음 지표는 이것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다.

즉 4대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2003년 34.3%(20대기업집단 : 81.8%), 2004년 35.6%(81.6%), 2005년 36.8%(82.3%), 2006년 39.1%(87.2%)이다. 또 50대기업이 전체 광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39.7%(일반집중도)로 나타나 1981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라는 조사가 있다.

이렇게 한편으로 치우친 국민경제 구조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또 "열린 시장이 되었으니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가 필요없다"고 한다. 수요의 가격탄력도가 무한대라 할 수 있는 개방된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다양한 품목에 나누어 투자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잘 되기를 기도하는 전근대적인 경영방식보다는 몇 가지 품목을 집중 개발하여 기술력과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성공 사례는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다. 다양한 제품에서 경쟁력을 가지고자 한다면 우리 경제의 내적 구성이 다양해 져야 한다. 경쟁은 단순히 덩치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시스템의 핵심, 자유와 책임

다른 부분은 모르더라도 개방으로 인해 선진 기업의 소유구조와 기업관행, 공정경쟁에 관한 법제도들이 신속히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사례를 가지고 우리도 미국의 기업처럼 자유로워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보자.

미국의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인가? 자유로운 시장 활동이 보장되는 반면 불공정한 거래 및 경쟁제한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가 가해진다. 다시 말하면 '자유(혹은 자율)와 책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경쟁이 제한된다는 제소가 있으면 충분한 조사를 거치고 거대 기업을 해체하기도 한다. 그리고 불공정한 내부거래와 분식회계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법적 조치를 부과한다. 아울러 당사자들은 그 업계에서 영원히 퇴출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출총제의 대안은 없다. 대안을 찾는 것은 이 제도의 근본적인 의미를 다른데 두고 있기 때문이다. 출총제는 기업 지배구조나 기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을 3가지로 분류하여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첫째, 소유하지 않으면 지배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먼저 모회사에서 자회사에 출자할 경우 100% 지분소유 유지 원칙을 확립하도록 하여야 한다. 기업이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자유롭게 하되 대신 자본충실 원칙을 확립하자는 취지이며 대리인비용(agency cost)을 최소화하는 한편, 재벌들이 두려워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도 해소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출총제는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회사법을 별도로 만들어 다루자는 안과 현행법에 기초하여 기술적으로 비켜가자는 안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법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각종 법을 제정함에 따라 그 규제비용이 더욱 증가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명쾌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경제에 이롭다.

복잡할 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자

둘째, '차별적 배당과세제도'를 도입하자. 이것은 미국의 사례를 원용하는 것이다.
지분율 구간을 두고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해서 지분율을 일정한 정도(예컨대 51%) 이상인 경우에 기본 세금만을 부과하고 그 이하로 자회사 지분을 소유할 경우 점차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40% 소유일 경우 '기본세율+10%', 30% 소유일 경우 '기본세율+20%'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주주는 계열사의 지분율을 높이게 될 것은 물론, 현재와 같은 문어발식 관계회사를 거느릴 경제적 유인이 대폭 사라질 것이다.

셋째, 책임을 철저히 지도록 하는 제도의 강화와 도입이다. 집단소송제도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제도의 도입이 함께 관행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몸에 좋은 약이 쓰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가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경제의 근간이 튼튼해질 수 있는 처방이다.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의 소송대상에 있어서 경영자 및 소유자의 모든 터널링(tunneling), 즉 소액주주로부터 지배주주에게로 부가 이전되는 사익추구 행위에 대한 소송원칙을 반영시키고, 요건도 완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규제는 최소화하고 자유를 주되 책임에 따른 처벌을 가혹하게 하는 것이다.

넷째, 장기적으로 주식회사제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회사제도를 적극 활성화 시켜야 한다. 독일과 일본의 사례에서 우리와 유사한 문제점들이 최소화된 배경은 이들의 지배적인 기업구조가 우리와 상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한회사의 발전 등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정부와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논의한 기업관련 제도들은 소유구조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업의 지배구조 관리를 위한 것이므로 크게 효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출총제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 사후규제를 강조하지만 소비자나 투자자의 보호가 잘 된 이후 비로소 시장규제라 할 수 있는 사후적 조치들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태그:#경제, #재벌, #출자총액제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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