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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국회에 '조약(협정)의 체결ㆍ비준에 대한 동의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는 1차 본 협상은 말할 것도 없고 2차 본 협상에 이르기까지 한미FTA에 대해 거의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지난 6월말 한미FTA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됐으나,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국회특위의 역할에 대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주>
▲ 지난 6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FTA대토론회에서 장영달ㆍ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한화갑 민주당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미FTA를 위한 한미 간의 협상횟수가 늘어날수록, 국민들의 원성은 정부에서 국회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 국회의 책임방기가 한미FTA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현재수준까지 몰고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 누구도 국민들의 주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합의된 국회 한미FTA특별위원회가 현재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6월 30일 시급히 국회를 통과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에 따르면, 한미FTA 국회특위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동 협정체결과 관련한 각 분야별 보완 또는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양국과 양허ㆍ유보안을 교환하는 2차 본협상이 끝날 때까지도 국회는 특위구성에 실패했으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분야별 보완 및 지원방안'에 대한 국회의 역할은 여전히 전무하다.

한미FTA 국회특위의 역할은 분명해야 한다

첫번째 역할은 '사전영향평가실시', '피해산업 및 이해집단에 대한 선대책수립', 국회차원의 공청회 및 국민적 의견수렴 등 전사회적으로 제기되는 정부의 졸속추진 시 누락된 사전준비사항에 대한 국회차원의 시행이다. 누락된 준비사항들은 여전히 반드시 필요한 준비사항이다. 한미FTA협상에 대한 국민적 판단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특위는 사전준비사항들을 시급히, 그리고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 한미FTA협상을 둘러싼 국민적 불안감과 사회적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이다.

두번째 역할은 교환되는 양허ㆍ유보안과 관련된 국내법 체계정비의 사전검토 및 준비다. 이미 미국은 우리의 자동차세, 약가정책, 검역시스템 등 법적 체계에 대한 미국식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내법 체계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법적 체계의 수정은 입법부인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그런데, 만일 정부가 법적 체계변화와 관련한 협상내용을 국회와 사전논의하지 않고, 협정체결을 하게 되면, 이는 삼권분립 위배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협상 중 철저한 대국회 사전보고를, 그리고 국회는 책임있는 심의를 수행해야 한다.

세번째 역할은 이해집단을 중심으로 한 국민적 의견수렴을 집대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층별ㆍ사업별 이해집단의 대표 및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라는 최고의 파트너가 요구된다. 한미FTA 협상결과가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커다랗게 영향을 미치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국회특위의 활동은 미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번째 역할은 한미FTA 협상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및 이에 기반한 청와대, 국무총리,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대표와의 직접적인 의견교환이다. 협상내용 검토는 17개 분과별로 세부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정부의 협상전략 및 국내대책마련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가능할 수 있다.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역할은 전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추진 과정에서 제기되는 '선결요건 수용', '절차상의 문제'와 같은 여러 의혹들을 밝히는 조사작업이다. 이 조사작업은 단지 시시비비만을 따지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미FTA 추진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통상협정의 체결절차에 관한 법'의 제정 등 법적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토대작업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역할에 맞는 규모의 국회특위가 필요하다

▲ 권영길 의원
현재 '국회특위 구성결의안'이 명시하고 있는 것은 '위원수 20인', '활동기한 2007년 6월 30일까지' 단 두가지 사항일 뿐이다. 한미FTA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회의 현 수준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내용이다. 일개 국회상임위 위원수보다도 적은 특위위원 20인으로 국회특위가 3차협상을 바라보는 한미FTA 협상단계에서 위의 다섯 가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면 천만다행을 넘어서 기적일 것이다. 한미FTA만큼은 국회의원 전원이 특위위원이 된다고 하여도 부족할 수 있다.

국회특위가 균형있고 책임있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규모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위의 역할을 법으로 명시하여 그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FTA협상은 사실상 국운이 걸린 총성없는 통상전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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