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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논쟁이 노성일 이사장의 증언 이후 엄청난 파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팀이 받은 충격과,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다가 방송 시기에 대해서 너무 이르다는 생각은 있지만, < PD수첩 >이 특집으로 전격 방송되면서 시청자들이 받은 충격은 또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충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는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황우석 지킴이' 선언했던 <조선일보>

그런데 국민 모두가 고민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여론을 무자비하게 몰아온 <조선일보>가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자체 고민입니다(이것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지만 선택은 조선일보의 자유).

제가 보기에는, 흥분해서 앞 뒤 재보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따져보지도 않고 너무 치고나간 것 같습니다(축구에서는 이것을 '오프사이드'라고 합니다). 과연 앞으로 조선일보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가 또 하나의 관심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는 국민들이 잊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4천만 국민들의 건망증에 호소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예전에 해왔듯이 본질을 왜곡시키면서 다른 것을 부각시켜서 빠져나가려고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국민을 선동하는 자는 인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존경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절호의 찬스를 맞았던 그때 그 시절

이번 황우석 논쟁은 그동안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 PD수첩 >, 나아가서 MBC를 회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을 것입니다. < PD수첩 >에 대한 광고가 무더기로 취소되는 사태는 국민의 여론이 '반MBC'로 흘러가는 징조를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거기에서 조선일보가 선택한 방법은 '황우석 지킴이'로 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황우석을 지지한다. 그리고 황우석을 비판하는 것에 대항한다.' 이것이 MBC 사과보도 이후부터 미즈메디 노성일 이사장이 "(현재) 배아줄기세포는 없다"라는 충격적 증언 이전까지 조선일보의 편집 방향이었을 것입니다.

역시 그 선봉장은 관록의 칼럼니스트인 '김대중' 칼럼니스트가 되었습니다. "황우석을 비판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라는 논조를 통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속시원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진성호라는 칼럼니스트는 'MBC 가자고 말하기도 겁난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통해서 국민들의 반MBC 정서를 자극하였습니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조선일보의 바람대로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자신감은 병원에 입원한 이후 더욱 더 의기양양해졌습니다. 병원에서 황우석 교수와 인터뷰할 수 있는 언론매체는 자신들뿐이라며 황우석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자극적으로 보도하였습니다.

"황우석 교수도 MBC는 안 본다."

이 말 하나에 온 국민은 더욱 더 MBC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MBC 취재기자는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MBC에 협조적인 것조차도 매국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대대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예상했던 '북한인권법'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그것은 조선일보가 보기에 '북한인권법'보다 '황우석 교수의 논쟁'이 더 많은 이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을 것입니다.

'아이러브 황우석'이라는 카페 활동 소식 또한 조선일보에게는 커다란 지원군으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난자 기증 1천명 돌파도 엄청난 기사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즈음에서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과연 조선일보에는 과학을 아는 기자가 하나도 없을까? 과학의 문제에서 과학이 아닌 정치적으로 사태를 몰아가는 것이 그들에게 이득이었을까? 어차피 그들에게는 과학보다는 국민감정이 오랜만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된 것에 흥분했을 것입니다. 그 감격 때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오버'한 것이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까지 왔던 것 같습니다.

상황의 반전

조선일보는 계속적으로 제기되는 줄기세포에 대한 의혹이 점차로 퍼지고, 해외에서도 검증하겠다는 주장이 나타나자 자신감 부분에서 약간 한 발짝 물러나는 듯했습니다. 양상훈이라는 칼럼니스트가 황우석 교수에게 정치가가 아닌 과학자로 서야 한다는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 약간 자신감이 흐트러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기사는 황우석 지지에 흐트러짐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흔히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으로서 제일 궁금한 것은 김대중 칼럼니스트와 진성호 칼럼니스트가 과연 다음번에 어떤 내용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할 것인가 라는 것입니다.

전통의 강호, 조선일보는 과연 어떤 선택을?

그러나 조선일보는 지나온 굴곡의 역사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무수히 검증받았습니다. 탄핵 사태 속에서도 할말은 다하고 새로운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아마도 이번 사태에도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몽매한 네티즌이 잘못이라는 비굴한 논리를 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는데 주력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더 철저하게 황우석 교수를 짓밟고 자신들은 죄가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떡합니까? 시대는 점점 변하고 있습니다. 되도 않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색깔론과 보수층을 자극해서 보호막을 치던 시대는 점점 끝나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다시 한번 '망각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네티즌을 비롯해서 국민들은 점점 '기억의 시대'를 열어나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조선일보가 어떠한 행동을 자행했는지 똑똑히 기억할 것입니다.

언론은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에게 노출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시대가 지나면서 기록을 남습니다. 그 기록을 통해서 언론사의 진실성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말 바꾸기 기사 바꿔치기의 일인자였던 그들이 이번에는 또 어떤 지혜(?)를 발휘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국민을 선동하는 자는 인기는 누릴 수 있어도, 존경은 받기 힘듭니다." 이제 그들이 누리던 인기도 서서히 거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색깔론은 고리타분한 주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보다 참신한 아이템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언론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MBC가 했듯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는 끝까지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 후손들에게 바른 미래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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