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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에 실린 12월 5일자 '김대중 칼럼'.

"<조선일보> 김대중은 싸움닭이다"
류근일 전 주필의 '인물평'

<조선닷컴> 칼럼 코너에 소개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의 김대중 전 주필에 대한 인물평은 보는 이에게 많은 부분을 시사해준다. 물론 그 해석이 보는 이나 상황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건 또다른 이 인물평의 매력이다.

"인간 김대중(金大中)은 싸움닭이다. 그래서 언론인 김대중도 싸움닭 언론인이다. 그는 항상 누군인가를 향해 시비를 걸고 딴지를 걸며 볼멘소리를 낸다. 그 '누구인가?'는 대개의 경우 끗발 센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뽐내고 폼잡는 사람들은 언론인 김대중의 좋은 '밥'이 돼왔다. 그만큼 그는 몽니로 뭉친 사람이고, 몽니깨나 있을 다른 사람을 접하면 어떻게 해서든 그를 꺾고야 말겠다는 전의(戰意)가 솟구치는 모양이다.

인간 김대중은 또한 청개구리 심보를 타고났다. 그래서 언론인 김대중도 청개구리의 가장 못된 심사를 그대로 빼닮았고 그러기에 그는 남들이 '좋다' 하면 '나쁘다' 하고 '이리 가자' 하면 '저리 가자' 하며 '앉아라' 하면 '서자' 하는 어깃장 선수다.

불행한 것은 아직 우리나라 리더들이 '기자=청개구리'라는 직업적 특성을 치지도외(置之度外)해 줄 줄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언론인들의 불행이다."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조선닷컴>의 예전 칼럼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과 진성호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장의 글이 특히 그렇다. 두 사람은 전·현직 <조선일보> '명' 칼럼니스트이자 보수진영 이데올로그의 대표주자이다.

"'황우석과 MBC PD수첩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상한 현상을 목도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좌파 매체와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MBC PD수첩의 보도를 옹호하거나 더 나아가 '황우석 깎아내리기'에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일 <조선닷컴>에 실린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 도입부다. 그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을 통해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한겨레>, <프레시안>, <서프라이즈> 등 진보성향의 매체의 '황우석 보도 태도'를 싸잡아 비난했다.

김 전 주필은 '마녀사냥' 칼럼을 통해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는 이번 사태를 '광신적 민족주의'와 '결과 만능주의'의 결합이라고 극언한 기사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오마이뉴스에서 '국익론에 대한 맹신'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포기'를 거론하며 이것을 개발독재 논리에 갖다붙인 것을 보면 황우석 옹호론을 기득권의 산물이거나 개발독재의 잔재쯤으로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전 주필은 '대다수 보통사람(네티즌)'의 심경을 대리 토로한다며 황 교수팀의 논문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을 요구했던 언론 매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들의 의구심은 '황 교수 죽이기'와 'PD수첩 옹호'론자들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며 그들끼리의 어떤 의견 통일 같은 것은 없는 것이냐에 쏠려 있다"거나, 이번 사안과는 상관없는 좌파 운동의 친북 성향까지 거론하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진성호 "YTN의 PD수첩의 강압취재 특종한 다음 날, 조선닷컴 최고 클릭 수"

▲ <조선닷컴>에 실린 12월 7일자 '진성호 칼럼'.
이틀 후인 지난 7일 진성호 부장은 「'PD수첩'과 '기자수첩'」이라는 칼럼을 썼다. 김 전 주필이 진보 성향의 매체에 메스를 들이댔다면, 진 부장은 MBC < PD수첩>에 총구를 겨눴다.

진 부장은 "택시를 타고 MBC 가자고 말하기가 겁난다"는 MBC 직원의 말을 첫 문장으로 인용하며 "MBC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MBC 제작진의 부도덕한 함정 취재, 말 바꾸기, 안일한 조직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며 화난 네티즌의 함성이 사그라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네티즌들은 이미 PD수첩 광고 12개를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었고, 뉴스데스크 광고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중"이라며 "MBC 인터넷 홈페이지는 '저주'가 쏟아지는 전장(戰場)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살짝 <조선닷컴>의 반사이익을 귀띔해주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그는 "YTN이 PD수첩의 강압 취재를 특종보도한 다음 날, 조선닷컴도 올 들어 가장 많은 기사 클릭 수를 기록했다"며 조선닷컴 데스크로선 '전율할' 수준이라고 고백했다.

진 부장의 MBC < PD수첩 >에 대한 '걱정'과 '충고'는 계속 이어졌다.

"조선닷컴의 PD수첩 관련 기사에는 'MBC가 비판받으니 조선닷컴 신났구나'라는 투의 댓글도 적지 않게 달린다. 그렇지만 그게 과연 전적으로 '남의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묘한 동병상련(同病相憐)'마저 느낀다. 아무리 환영받던 기자나 연출자도 한 순간의 '부당한' 기사·프로그램 때문에 전 국민의 공적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공정성'이란 공영방송의 가장 초보적인 룰을 파괴한 PD수첩 팀의 완패다. 기자든, PD든 정작 무서워해야 할 것은 정권의 탄압이나, 비이성적인 일부 집단의 광기어린 공격이 아니다.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지 못해 독자와 시청자로부터 외면받는 일이다."


그리고 진 부장은 "(MBC) 'PD수첩'의 비극을 (조선일보) '기자수첩'이 밟아선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다짐한다.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가려졌던 '반쪽의 진실'이 드러난 지금, <조선일보>의 대표논객인 김대중 전 주필과 진성호 부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진 부장의 말마따나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을 안다면, 며칠 전 본인들이 썼던 칼럼부터 복기해볼 일이다.

[김대중 칼럼 전문] '보통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

'황우석과 MBC PD수첩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상한 현상을 목도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좌파 매체와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MBC PD수첩의 보도를 옹호하거나 더 나아가 ‘황우석 깎아내리기’에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한겨레신문은 MBC의 사과가 있기 전 “PD수첩의 보도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며 PD수첩에 대한 비판을 ‘마녀사냥식 공격’으로 못박고 황 교수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매국(賣國)’ 행위로 몰아간다고 비판했다. 이것을 보고 ‘반가운 기사’라며 “막상 MBC 보도가 뭇매를 맞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댓글을 단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줄에 섰다.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는 “그동안 은폐를 위해 거짓말을 거듭해야 했던 황 박사”를 비난하면서 “아직도 철저하게 개발독재 논리에 젖어 있는 우리는 진정 민주화되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사태를 ‘광신적 민족주의’와 ‘결과 만능주의’의 결합이라고 극언한 기사도 있다. 민노당의 한 간부는 “PD수첩은 잘못한 것이 없고 시의적절한 프로였다”며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을 ‘양계장의 닭’에 비유했다.

서프라이즈도, 프레시안도 황 교수팀의 연구 업적을 비난하며 PD수첩을 옹호했다. 지난 1일 열린, 민언련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도 ‘국익을 내세워 진실에 침묵하는 기이한 현상’ ‘기자정신의 패러다임마저도 변질’ ‘PD수첩의 보도는 지극히 정당했고 뒤늦게나마 윤리 문제를 제대로 보도’ 등 PD수첩 옹호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대다수 ‘보통사람들’은 당혹스러워했다―“도대체 MBC가 저렇게 황 교수를 깎아내려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모처럼 세계적 과학자로 발돋움하는 황 교수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이 그렇게도 못마땅하단 말인가?” “연구 성과 자체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면 당연히 규탄돼야 하지만 과정상의 실수나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을 교정하는 선에서 지적하는 애정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인가?”

보통 사람들의 의구심은 ‘황 교수 죽이기’와 ‘PD수첩 옹호’론자들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며 그들끼리의 어떤 의견 통일 같은 것은 없는 것이냐에 쏠려 있다. 세계적 기준에서 볼 때 좌파의 이념 성향은 일반적으로 지구환경, 낙태, 사형제도, 빈부문제, 노조운동, 학생운동, 생명윤리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의 좌파도 그런 성향에 치우쳐 있으면서 유독 반(反)서울대, 반강남, 반기득권, 반재벌, 반미에 강한 면을 보여 왔다. 한국의 좌파 운동에는 ‘민족끼리’가 강하며 친북(親北)도 그 줄기를 타고 있다.

이런 것들이 ‘황우석 사태’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일반의 상식으로는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오마이뉴스에서 ‘국익론에 대한 맹신’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포기’를 거론하며 이것을 개발독재 논리에 갖다붙인 것을 보면 황우석 옹호론을 기득권의 산물이거나 개발독재의 잔재쯤으로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논자는 오마이뉴스에 ‘과학기술과 독점자본과 국가의 유착이라는 고전적 진보이론의 틀로 황우석 현상을 보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는 PD수첩에 대한 비난을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제국주의에 빗대어 ‘과거 독재에 의해 강요된 전체주의’로 풀고 있다. 이런 말들은 그 자체로 이견에 대한 관용을 허용치 않고 극단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체면이 크게 손상된 쪽은 대통령이다. PD수첩에 응원을 보내다 ‘수첩’이 사과하는 바람에 공중에 떠버린 대통령의 모습에서 우리는 ‘보통사람’ ‘보통마음’을 읽는 데 실패한 좌파(혹자는 진보라고 부르지만)의 당혹감을 읽을 수 있다.

황 교수에 대해 작은 애정을 지닌 대다수 보통사람(네티즌)들은 어쩌면 지난번 선거에서 개발독재와 전체주의를 거부하고 이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들인지도 모른다. PD수첩이 협박 수단을 동원해 가면서까지 황 교수 연구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것에 분노하는 ‘보통마음’들은 한국의 축구에서 자존심을 되찾으려 광화문을 물들였던 ‘붉은 악마’들의 바로 그 ‘마음’이었을 것이다.

‘국익’이란 우리가 잘되기를 바라는 의지와 노력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어떤 결과에 대한 배타적 손익계산이 아니지 않겠는가. 이들은 이제 ‘보통사람 깎아내리기’까지 시도하고 있다.

[진성호 칼럼 전문] 'PD수첩'과 '기자수첩'

“택시를 타고 MBC 가자고 말하기가 겁난다.”

MBC 직원이 했다는 이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PD수첩 사태’로 지금 MBC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MBC 제작진의 부도덕한 함정 취재, 말 바꾸기, 안일한 조직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화난 네티즌들의 함성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이미 PD수첩 광고 12개를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었고, 뉴스데스크 광고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중이다. MBC 인터넷 홈페이지는 ‘저주’가 쏟아지는 전장(戰場)이 돼 버렸다. YTN이 PD수첩의 강압 취재를 특종보도한 다음 날, 조선닷컴도 올 들어 가장 많은 기사 클릭 수를 기록했다. 조선닷컴 데스크로선 ‘전율할’ 수준이었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기자는 지난해 봄을 생각했다.

“미친 놈은 때려잡는 것이 과거의 상식…옛날 방식이 맞다” “조선일보를 지지한다는 사람이 대낮에 활개 치는 세상이 더 이상 아니다”…. ‘국민의 힘’ 등이 지난해 4월 21일 낮 서울시의회 앞에서 개최한 안티조선 집회에서 공영방송 노조위원장이 내뱉은 말이다. “(한나라당 찍은 것을 예로 들며) 전 국민이 보는 TV에서 공개적으로 내가 ‘또라이’라는 얘기를 누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말도 했다. 당시 한국PD연합회장은 “조선일보는 요괴”라고 했다. 마이크를 잡은 연사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들어서는 조선일보사 간부나 기자들 이름을 거론하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 기자는 적어도 택시를 잡아타고 “조선일보 가자”고 말하는 것이 겁나지 않았다. 정권을 등에 업고, 코드에 맞는 광기어린 말들을 쏟아내는 이들은 무섭지 않았다. 당시 공영방송 노조와 PD협회 간부들의 이런 생각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겨 왔다. ‘PD저널리즘의 폐해’란 지적을 받은 이번 PD수첩 사태는 어쩌면 이런 그들 정신세계의 반영물일지 모른다. 위험천만한 시한폭탄이 뒤늦게 터진 것은 아닐까. 지금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PD수첩의 비극은 황우석 박사 연구의 윤리성 문제를 취재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황우석 팀도 결코 언론 보도의 성역(聖域)이 될 수는 없다. 문제는 취재 과정에서의 비윤리성과 과학저널리즘의 본령을 어긴 파울플레이다. 물의를 빚은 PD수첩 연출자는 지난 6월 27일 방송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신의 아들과의 전쟁’ 편에서 병역 비리 실태를 추적해 시청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PD였다.

조선닷컴의 PD수첩 관련 기사에는 “MBC가 비판받으니 조선닷컴 신났구나”라는 투의 댓글도 적지 않게 달린다. 그렇지만 그게 과연 전적으로 ‘남의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묘한 동병상련(同病相憐)’마저 느낀다. 아무리 환영받던 기자나 연출자도 한 순간의 ‘부당한’ 기사·프로그램 때문에 전 국민의 공적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저널리즘 원칙이 있다면, PD에겐 다큐멘터리 정신이란 게 있다. 기자가 아니라 PD가 취재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그보다는 ‘공정성’이란 공영방송의 가장 초보적인 룰을 파괴한 PD수첩 팀의 완패다.

기자든, PD든 정작 무서워해야 할 것은 정권의 탄압이나, 비이성적인 일부 집단의 광기어린 공격이 아니다.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지 못해 독자와 시청자로부터 외면받는 일이다.

‘PD수첩’의 비극을 ‘기자수첩’이 밟아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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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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