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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유역 고랑포 인근에서 바라본 남안의 호로고루성. 현재 주한미2사단 기갑부대 훈련장으로 공여된 군사시시설 내에 위치하고 있어 민간인의 접근이 어렵다. 한국군 25사단 수색중대가 군사시설로 이용하고 있다.
임진강 유역 고랑포 인근에서 바라본 남안의 호로고루성. 현재 주한미2사단 기갑부대 훈련장으로 공여된 군사시시설 내에 위치하고 있어 민간인의 접근이 어렵다. 한국군 25사단 수색중대가 군사시설로 이용하고 있다. ⓒ 박신용철
28일부터 중국 쑤저우에서 개최되는 제 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와 관련, 중국과 북한의 고구려 문화유산 등재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 중요한 고구려 문화유산이 관리가 안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남한지역의 고구려 문화유적은 임진강 유역 인근에서부터 한강 인근 아차산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특히 임진강 유역은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남하정책을 고찰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적인 '호로고루성'이 존재한다. 호로고루란 삼국 통일 무렵의 ‘호로탄’이라는 지명에 ‘보루(산성보다 규모가 작은 군사시설)’가 결합돼 만들어진 지명이다.

이중 경기도 연천군 소재 고구려 문화유적인 임진강 북안 '호로고루성'은 99년 지표조사, 2000년 발굴조사 등을 거쳐 경기도지정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다. 반면 임진강 남안 '호로고루성(일명 이잔미성)은 지표조사는 이뤄졌지만 발굴조사가 되지 못한 채 군사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상태다.

북안 호로고루성도 발굴 후 복토를 하고 차광막을 덮어 놓아서 성의 형태를 제대로 확인하긴 어렵다.
북안 호로고루성도 발굴 후 복토를 하고 차광막을 덮어 놓아서 성의 형태를 제대로 확인하긴 어렵다. ⓒ 박신용철
일부 복원된 북안 호로고루성 성벽.
일부 복원된 북안 호로고루성 성벽. ⓒ 박신용철
필자는 경기도지정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는 북안 호로고루성 외에 남안 호로고루성을 확인하기 위해 임진강 일대를 뒤졌다. 확인 결과, 남안의 호로고루성은 63년 주한미군에게 공여된 '다그마-노스(DAGMAR-NORTH) 훈련장' 내에 위치해 있었고 현재는 이 훈련장의 경계를 서는 한국군 25사단 수색중대가 군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주한미군 공여지 내에 고구려 문화유적 방치돼 있어

남안 호로고루성에 대해서는 지난 94년 경기도 파주일대 군사보호구역 내 지표조사를 실시한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의 보고서와 91년부터 2000년까지 군사보호구역 문화유산 지표조사를 실시한 국민문화재연구소 보고서에 언급돼 있다.

"이 북안 고루의 동남방, 적성면 장좌리에 조그만 석축 보루가 또 하나 있다. 북안 고루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편의상 임진강 남안의 호로고루로 부르려 한다.

지금은 군부대의 진지가 되어 그 형태를 거의 짐작하기 힘들게 되어 있고, 석축이 무너진 것으로 짐작되는 돌무더기 정도가 발견될 뿐이다. 이런 점에서 호로고루 성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조사 및 발굴 작업이 요청된다. 이러한 작업이 남한에 흔하지 않은 고구려 계통의 성곽 연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94년. 육사박물관)

"이잔미성(남안의 호로고루성)은 적성에서 가는 37번 국도를 타고 가다 금파리에서 좌회전하여 장파리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마을이 끝나면서 민간인 통제초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직진하여 '장좌못'이라는 곳에 이르면, 이곳의 우측에 해발 53m의 낮은 야산이 동서로 이어져 있다. 이곳은 현재 군부대의 관할 하에 있으며, 성터는 군부대의 대공초소가 있는 곳으로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호로고루성이 동서로 상대하고 있다."(2000년, 국립문화재연구소)


파주시 경기도 "‘남안 호로고루성’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나 남안 호로고루성은 지표조사 보고서에만 존재할 뿐, 실제적인 발굴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해당 지자체인 파주시청이나 상급기관인 경기도는 남안 호로고루성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파주시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육사박물관과 토지박물관의 지표조사 결과) 보고서를 전달받은 바도 없고 남안에 호로고루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문화체육과 황아무개씨도 "그 주변에 성이 그것 하나밖에(북안의 호로고루성) 없다"며 임진강 남안에 '호로고루성'이 있다는 자료가 어디 있는지를 되물었다.

94년 육사박물관이 시행한 지표조사 결과에 따라 작성된 파주지역 군사유적도.
94년 육사박물관이 시행한 지표조사 결과에 따라 작성된 파주지역 군사유적도. ⓒ 박신용철
한편 문화재를 총괄하는 문화재청은 남한 호로고루성의 존재를 알고도 보존책임을 자치단체에 미루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재청 사적과 이아무개씨는 "여러 곳에 고구려 유적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확인된 것은 아차산 일대뿐"이라며 "고구려 문화유적에 대한 조사 후에 지방문화재, 국가문화재 등으로 지정할 가치가 있으면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매장문화재과 발굴계 김성대 연구원은 "발굴을 하려면 학술조사, 건설공사 등에서 문화재가 발견되어야 한다"며 "법리상 매장문화재는 발굴을 하지 않고 '원형보존'하는 것이 원칙으로, 개발이나 학술조사의 필요가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조사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 연구원은 또 "북안의 호로고루성은 전문가들의 학술적 필요에 의해 허가한 것"이라며 "이잔미성(남안 호로고루성)은 발굴의 원인(지자체의 요구, 예산 등의 원인 제공)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육사박물관 등의 지표조사에 대해서도 “학술 연구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며 “보고서를 제출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사박물관의 지표조사 보고서에 “문화재 관리국(현재 문화재청) 조사실장 조유전 박사와 김성범씨의 실질적 도움이 컸음도 밝혀둔다"는 부분이 명시돼 있어 문화재청이 ‘남안 호로고루성’에 대해서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요청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학계에서 요청되어 온 바이기도 하다. 이에 육사박물관과 육군사관학교 역사학 교수 등과 같은 육군의 역사기관 협조하에 조사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으며…일반 역사 및 문화계에서도 요청이 왔다. 문화재 관리국(현재 문화재청) 조사실장 조유전 박사와 김성범씨의 실질적 도움이 컸음도 밝혀둔다"(육사박물관 조사보고서)"

시민단체들 “문화재청이 나서서 발굴작업 해야”

이와 관련, 문화연대와 파주녹색환경모임은 그에게 육사박물관 등에서 실시한 지표조사 결과보고서에 문화재청이 언급된 점, 남안 호로고루성이 주한미군 공여지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문화재청이 직접 나서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한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간사는 "설령 학술조사로 문화재청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군사보호구역 안에 위치한 유적지가 훼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문화재청이 도의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관철 파주녹색환경모임 대표도 “남안 호로고루성 보호 대책이 시급한 것은 지역차원을 넘어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라면서 “문화재청은 관할 지자체에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강찬석(문화재전문위원) 코리안 헤리티지 준비위원장도 “(주한미군 공여지에서 문화재 훼손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내법에 따라 발굴 및 보존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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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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