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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 제36조 적정인원 유지하라. 신규 채용으로 내수판매, 직영정비 강화하라!"

수십 대의 통근버스가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으로 들어오는 시각, 일군의 노동자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조용한 공장 안에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지회장 윤영섭) 상집 간부들이었다.
 
인원 충원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비부품지회 인원 충원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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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 4월 24일부터 사무실이 위치한 영등포 소재 서울 직영정비사업소를 떠나 경영진들이 업무를 보는 본관동 앞에서 천막을 치고 노상에서 생활한 지 일주일째를 맞았다. 4월 30일, 천막농성장에서 그들을 만나 자초지종을 물었다. 먼저 양승환 사무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정비부품지회 천막농성을 7일 째 진행하고 있다.
▲ 천막농성장 정비부품지회 천막농성을 7일 째 진행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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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막대한 수익 창출... 투자는 어디에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국지엠은 지난해 2006년 이후 1조3506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저희 조합원들이 일하는 부품물류 사업에서는 부품판매를 통해 매년 1800억∼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에요. 2021년 말부터 서울과 동서울에 위치한 직영정비사업소 부지를 팔았습니다. 당시 부동산 시세를 고려하면 4000억 원에 가까운 엄청난 돈을 미국 본사로 가져갔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고객관리와 내수판매 확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9개의 직영정비사업소와 부품물류 사업을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로 축소하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원 충원을 아예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정비부품지회만 해도 지난해 32명이 퇴직하고, 올해는 41명, 내년에는 33명이 나갑니다. 2025년이 되면 400여 명이었던 조합원이 295명만 남습니다. 문을 닫을 생각이 아니고서는 이럴 순 없습니다."


옆자리에서 이야기를 듣던 정태양 정책실장이 한마디 보탰다.
 
천막농성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정비부품지회 천막농성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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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군산지회 정책실장을 맡았어요. 그 과정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대규모의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고, 무급휴직을 일용직 노동을 전전했던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죄책감을 놓을 수 없어요. 살아남은 우리는 부평2공장으로, 2공장이 폐쇄되자 창원공장으로, 다시 부평공장으로, 정비사업소로 원하지 않았던 떠돌이 인생을 살아왔어요. 정말 군산공장 폐쇄 이후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경영진들은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

회사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 제36조(적정인원 유지)에는 감소 인원 및 인력소요에 대한 신속한 충원을 통해 현장의 적정인원을 유지하도록 하며, 정년퇴직 인원 감소 발생 3개월 이전에 소요인원에 대해 노사간에 사전 논의를 완료한다고 합의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2023년도 정년퇴직 인원에 대한 합의조차 해를 넘기며 신규 인원을 채용하려고 생가조차 하지 않고 있어요. 상식선에서 직영정비사업소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어요."


정 실장은 말하는 동안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손종식 교육선전실장이 말을 이어 받았다.

"국내 생산 줄이고, 수요 적은 수입차만 판매하는 한국지엠의 멀티브랜드 정책?"
 
출처)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 자료 분석. 한국지엠 수입차 내수 판매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 한국지엠 년도별 내수 판매 현황 출처)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 자료 분석. 한국지엠 수입차 내수 판매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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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들은 직영정비사업소가 매년 300억 원 이상 적자라고 말합니다. 차 한 대를 만들 때 이미 보증수리 비용이 미리 차량 판매 가격에 포함됩니다. 직영정비사업소는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판매된 차량과 고객 만족을 끝까지 책임지는 곳입니다. 그런데 경영진들은 생산 따로 판매 따로 A/S 따로 수익만을 남기라고 담당 책임자들을 압박합니다. 한국에서 자동차제조업체 중에 직영정비사업소가 없는 곳이 있습니까?

회사는 직영정비사업소에 차량 입고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책임 누구에게 있습니까? 2016년에 11.2%의 내수판매 점유율이 2023년도에는 2.7%까지 추락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지엠이 내수에 판매하는 차량 중 수입차 비율이 2016년에 6.7%였는데 2022년도에는 24% 이상을 차지합니다. 말이 좋아서 멀티브랜드전략이지 국내 생산 차종은 두 개만 남고 소비층이 적은 차량만 수입해서 팔고 있는데 정비사업소에 차량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직영정비사업소를 없애기 위해서 회사의 의도된 계획이라고 봅니다."

  
한국지엠지부 안규백 지부장이 농성장을 방문해서 윤영섭 지회장, 양승환 사무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천막농성장 한국지엠지부 안규백 지부장이 농성장을 방문해서 윤영섭 지회장, 양승환 사무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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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실장의 말이 끝나자 정비부품지회에서 조합원들의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조한순 노동안전보건실장이 마지막 발언을 이어갔다.

"감정노동-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원들 방치하는 한국지엠의 안전보건"

"인원 충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직영정비사업소 직원들의 노령화에 따른 기술력 저하와 건강상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2023년 기준 저희 조합원들의 평균연령이 51.4세였습니다. 첨단화된 친환경차로의 정비 환경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전문 신규 인력 충원만이 고객들에게 재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2023년도에 노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직무스트레스 조사 결과, 정비직 작업 전반에 대한 작업 강도는 51.4%가 매우 힘들다고 평가됐고, 이는 동종사 정비사업장의 2배에 가까운 수치로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감정노동과 관련한 조사 결과는 감정노동 스트레스 주의군의 분포비율이 유사 업종 대비 13%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을 인원 충원 없이 방치한다면 회사가 직원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회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천막농성장을 빠져나오는 길에 주성윤 조직실장이 조용히 말했다.

"저희요.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습니다. 지금 비록 천막농성장을 지키며 상집간부들이 싸우고 있지만, 앞으로 전국의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투쟁을 만들어 갈 겁니다.

이제 산업은행이 17.02%의 지분을 보유한 외투기업이 우리나라에서 투자 없이 돈만 빼 먹고, 신규 채용도 없이 국내 고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으려는 직영정비사업소 폐쇄 의도에 단호하게 맞설 것입니다."

태그:#한국지엠, #윤영섭, #정비부품지회, #GM, #인원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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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대외정책부장 김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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