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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스포티지와 충돌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 이번 사건은 '중침'문제라며 법정에 가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는 김남일 원장.
ⓒ 진홍
25일, 서울 양천구민회관에서 민방위 교통안전교육을 마치고 나온 김남일 교통안전문제연구소 부설 자동차사고감정원 원장을 만나 들은 단호한 대답이다.

김씨는 유족으로부터 정식으로 감정서 작성을 의뢰받았다고 전했다.

"트레일러가 이미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행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규칙을 지켰는지도 문제며, 지난 6월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장갑차는 제동이 바로 되지만 트레일러는 제동이 바로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교통사고를 조사 감정하는 것은 '공학'이자 '과학'이다. 트레일러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스포티지와 충돌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교통사고'에 문외한인 필자는 '미군트레일러 사망사건'을 기사화한 책임감으로 교통사고만을 다루는 파주경찰서 교통조사계 경찰들을 만나고 아직 번역조차 되지 않은 생소한 전문용어에 당황해하며 교통사고 전문가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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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파주서를 방문하였을 때 경찰 또한 확신하고 있었다. '단순하고도 명백한 교통사고'라는 설명이다. 유족측도 수사자료를 열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군트레일러 운전자나 미군에 대한 수사는커녕 조서 한 장 받지 못한 채 미군의 입장만 대변하는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수사라는 유족과 사회단체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사건의 진위'는 지리한 법정투쟁을 통해서 밝혀질 전망이다.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혈중알콜농도 감정서는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대번에 막아버렸다. 사건에 대한 이성적 접근을 가로막고 감정적인 과잉반응으로 '음주운전자'를 무조건 가해자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경찰의 강제 채혈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며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유족과 망자에게 돌려놓았다. 어떤 독자는 '이번 사건은 할말 다 했다. 음주운전은... 중대 범죄이기 때문'이라거나 '설령 가만히 있는 전봇대가 달려와서 차를 덮쳐 죽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며 입 다물고 있으라고 강요하였다. '음주운전'은 사건을 이렇게 예단하고 있었다.

"'중앙선 침범' 법정 가서 밝히겠다"

유족측은 자체 채혈하여 측정한 결과가 26일 나온다고 밝혔다. 술을 마셨을 가능성도 있지만 음주를 했냐 안 했냐가 사건의 본질이 아닌데 미군측의 입장만을 내세우기 위한 경찰의 강제 채혈이기 때문에 거부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남일 원장은 "음주운전 하다 걸리면 스티커를 발부 받고 범칙금을 내거나 면허를 취소당하는 것이지 음주운전이 꼭 가해자는 아니다. 사고의 원인규명에 초점을 맞춰야지 음주운전이라는 도덕적 비난 때문에 진실이 덮여져서는 안 된다"며 "어차피 법정까지 가서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법정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쟁점은 음주 여부가 아니라 누가 '중앙선 침범'을 했는가이다. 음주운전 문제는 교통법규를 적용하여 처리하면 될 문제다. 음주운전은 정상운전보다 중앙선을 침범할 우려가 많지만 '음주운전=중앙선 침범'이라는 등식은 절대적이 아닐 것이다.

다음은 24일 경찰측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다.

▲ 스포티지가 중앙선을 침범했다고 확신하는 경찰측에서 제시하는 사건현장 약도.
ⓒ 진홍
경찰측에서 작성한 사고현장 약도는 부교를 탑재한 트레일러 2대와 미탑재한 1대 그리고 통신차량과 트럭이 나란히 삼거리를 돌아 진행하다가(이때 선탑자가 하차하여 차량인도를 끝낸 뒤 승차) 전방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위험하게 다가오는 차량을 발견하고 정지하라는 지시를 받고 정차한 뒤 약 10초 후에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는 미군트레일러운전자 최희수(캠프에드워즈 소속)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교통사고 경위서를 확인했다.

따라서 최종정차 지점이 바로 최초정차 지점이다. 노면 긁힘 현상이나 스키드마크의 발생이 없고 15미터 전방에서 발견된 차량 방향지시등의 조각이 스포티지 차량의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경찰 보도문)

유족측의 의혹이 제기돼 국과수에 파편 등을 수거, 감정의뢰 하였으나 아직 결과가 안 나왔으며, 오일 등 노면 낙하물에 대한 설명에서는 '사고 이전의 것'이라는 22일의 주장에서 "오일은 금방 증발된다. 아스팔트 콜타르 같은 종류다"라고 다르게 주장하였으며, "김남일씨의 주장은 트레일러의 최종정차 각도가 안 나온다"고 반박. '드리블'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찰 교통사고 조사에서는 그런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다음은 25일 만난 김남일씨의 주장이다.

▲ 김남일원장이 '초기접촉'과 '최대접촉'을 설명하며 트레일러가 중앙선을 침범한 것이 확실하다며 그린 메모장.
ⓒ 진홍
스포티지 진행방향에 형성된 Spatter(낙하물이 튀김)는 '최대접촉지점'이라고 한다. 즉 '초기접촉'에서는 차량의 범퍼 등이 파손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Spatter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초 접촉지점은 '드리블'되어 있는 5.6미터 보다 길어지게 된다. '최대접촉지점'에서 최종정차 지점 가까이까지 30도 대각선으로 중앙선을 넘어 낙하물의 Dribble(똑똑 떨어지다)이 형성되어 있고, Soak in(흠뻑 젖다)되어 있는 최종정차 지점까지 약간 경사진 노면에 세 갈래로 이어져 있다.(사진채증) 이 노면 정보는 트레일러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스포티지를 충돌 후 최종지점까지 진행하였음을 말하는 물증이다.

15미터 전방에서 발견된 차량 방향지시등, 냉각수 뚜껑 등이 도로에 형성된 낙하물의 정보를 입증한다. 만약 오일 흔적이 트레일러 사고 이전 것이라면 중앙선을 침범한 최근의 어떤 사고인지 입증해야 한다. 액체 낙하물은 증발되는 성분과 아스팔트에 스며들어 오랫동안 보존되는 것이 있다.

김남일 원장은 "내가 쌓은 20년간의 모든 연구경험을 동원하여 원인규명을 반드시 해내겠다. 미국인이 만든 교과서에 나온 전형적인 교통사고 조사방법이다"고 덧붙였다.

▲ 24일 파주경찰서 규탄대회에서 고인의 장모인 신양자씨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며 절규하고 있다.
ⓒ 진홍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진행되는 이번 미군트레일러 한국인 사망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한편 유족측과 사회단체 등에서는 채혈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장례절차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로 교통사고전문감정센타(http://www.tair.co.kr/)의 도로에 관한 정보(TRAFFIC ACCIDENT INVESTIGATION FROM ROAD)를 발췌 인용한다. 

'때때로 운전자나 보행자는 어떻게 사고가 발생하였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은 상상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PURPOSE 중에서 발췌) 

'특별하고 세밀한 노면의 조사는 치명적이고 다른 심각한 교통사고에 일반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자동차 교통사고는 어떤 일이 발생하였는가에 대해서 몇몇 가지 물리적인 표시를 남기게 된다. 그런 물리적인 표시들(Signs)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교통사고 발생당시의 몇몇의 자국들(Marks)은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 소문이나 자기 자신의 가정에 의한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SCOPE 중에서 발췌) 

이번에는 중앙선 침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자료를 인용한다.

교통사고조사기술원(http://www.accident.co.kr)에서 쟁점별 진상규명 중 '중앙선 침범' 
1. 중앙선침범에 관한 진상규명 
어느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했느냐에 관한 판정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첫째, 충돌지점을 나타내줄 수 있는 노면에 나타난 흔적을 통해 판정하는 방법. 
둘째, 뚜렷한 노면흔적이 나타나있지 않는 경우에는 자동차의 손상상태와 최종정지위치를 토대로 충돌시 자세와 충돌 후 이동방향을 추정하여 판정하는 방법. 
셋째, 사고 후 사고현장도로에 나타난 흔적 및 위치를 측정하여 축척도면에 작성한 자료와 자동차의 상세제원, 자동차의 손상정도, 타이어와 도로 노면사이의 마찰계수등 객관적인 자료와 충돌지점 및 충돌시 자세, 제동정도 및 핸들조작정도, 사고차량의 속도등 가상의 자료를 컴퓨터프로그램에 입력하여 시뮬레이션(충돌 모의실험)을 실행해봄으로써 판정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은 경찰에서 그런 용어조차 없다는 '드리블'에 대한 것을 위의 같은 자료를 발췌 인용한다.

(3) Dribble 
- Is a liquid draining 
- Not squirting(뿜어져 나오다) 
- 파손된 자동차의 a ruptured container로부터 나온 것이다. 
- 만약 자동차가 움직인다면 흘러나온 물질이 움직인 경로 표시 
- Usually from point of maximum engagement to final position 
- 액체가 빨리 흘러나오고 차가 움직이면 dribble 경로를 알 수 있지만 
- 액체가 천천히 흘러나오고 차가 빨리 움직이면 dribble 경로를 알기가 불분명하다. 
- Hit and run 
- Oil and transmission fluid also common 
- Radiator dribble is common and easily recognized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당부하고 싶은 말을 사족으로 몇 마디 더 붙인다.

사건이 꼬인 이유를 일부 네티즌은 ‘얼치기 시민단체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나는 문제가 있다면 시민단체 등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단체에서 어렵게 수소문하여 사건을 의뢰한 김남일 원장에 대한 신뢰성에 의구심을 제기한 경찰측과 일부 독자들을 위해 올린다. 

이력 및 경력

- 강릉고(72), 경희대 법대(76), 서울대 대학원(83) 졸업
- 공군 복무(사관후보생 73기, 중위전역 78~82년)
- 강릉대, 관동대, 목원대, 장안대, 신성전문대 강사(85~93년)
- 교통안전공단 교수(교통사고조사분석, 사고처리, 도로공학 등 강의 85~99년)
- 미국 NORTHWESTERN UNIVERSITY TRAFFIC INSTITUTE
'교통사고조사분석' 전과정 수료(전과정 인증서 취득)
- 대전시, 충남도 교통영향평가위원 및 지방교통정책 심의의원(94~97)
- 충남 운수연수원 강사(사고처리 강의 95~97)
- 교통법률신문 논설위원(96~현재)
- 교통안전문제연구소 부설 자동차사고감정원(서초구 잠원동) 설립(02년 3월)

주요연구실적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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