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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 차량이 불상의 속도로 운전 중 중앙선을 90센티미터 넘어가 트레일러와 정면 충돌하여 스포티지 운전자 박승주가 현장에서 사망한 것임."(파주경찰서)

"18일 교통사고전문가(김남일씨)와 함께 사고현장을 조사한 결과 미군과 경찰의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유족과 사회단체)

상식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교통사고 사건이 꼬인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말하면 '미군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쌍방간 다툼이 가장 많은 것 중 하나가 교통사고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경우도 주변에서 많이 본다. 더구나 한국의 법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을 누리는 '미군'과 부딪혀 일어난 사고다. 두 여중생사건과 똑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무관하다고도 볼 수 없다. 이런 사실이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 18일 오후 2시 경기도 파주 캠프 에드워즈 정문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 모습.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경찰측에서는 4시간 동안 현장을 보존하였다고 주장하였고 목격자 진술 등 입증할 만한 수사자료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트레일러 운전자인 미군 등에 대한 수사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철저히 미군의 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소위 한미간 '소파협정'이 그 주범이다.

대신에 19일, 사망한 박승주씨에 대한 강제 채혈 등 수사는 계속되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음주운전'이라는 결과물을 경찰측은 받아놓았다. 이에 유족과 사회단체 등에서는 편파적이고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 23일 현재까지 장례를 미루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민관합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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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음주운전을 옹호하거나 비호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음주운전이라는 멍에 때문에 그 모든 억울함이나 진실이 가려져서는 안 되며 이 땅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주한미군 범죄가 면죄 받거나 가려지는 상황이 온다면 그건 더 큰 비극을 불러올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6월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미군이 사과하고 약속했던 것을 약속처럼 어긴 사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일부에서 오직 '음주운전=살인운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결국 '사건의 진실'에 접근치 못하도록 한다거나 주한미군에 의한 빈번한 사고에 눈감아버리는 어리석음 또한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 편승하여 최근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지식인이란 명함을 가진 논객들의 말장난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주한미군당국이 여중생 사건 대책으로 발표한 '훈련세부사항 주민 통보', '대형차량 이동시 안내차량 배치', '궤도운반용 사고장갑차량(AVLM)의 도로운행 금지와 대형 수송트럭에 의한 이동' 등이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사실은 어찌할 것인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기에 22일 확인한 유족측과 경찰측의 입장을 정리하여 본다. 경찰측은 파주경찰서 교통조사계장 김승균 경장과의 통화와 보도자료 내용이고 유족측은 사망자인 박승주씨의 처삼촌 조한조씨와의 대화와 사회단체의 입장을 중심으로 작성하였다.

1. 최초 충돌지점과 중앙선 침범에 대해

▲ 경찰측에서는 ‘드리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오일 자국(드리블 현상)
ⓒ 진홍
경찰측 주장
(김남일씨의 주장에 대해 물어보자)근거 없다. 교통전문가란 사람이 맞느냐? 이미 밝힌 대로 스포티지가 중앙선을 침범하였다. 교통사고에 김씨가 말한 '드리블마크'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오일자국은 사고 이전부터 있었으며 색깔이 다르다. 파출소 최병수의 진술이 있으며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설사 사고 때의 것이라 하더라도 드리볼 방향이 오히려 거꾸로다. 최종지점에 오일마크가 많은데 김씨는 무시하고 있다.(주장이 서로 다르다는 질문에)김씨를 불러 조사해 보겠다.(김승균)

유족측 주장
김남일씨가 현장에서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 확인하였다. 김씨는 드리블은 교과서에 나오는 가장 전형적인 사고 유형이라고 하였다. 사고 지점에 30도 각도로 형성된 것이 우연이란 말인가? 스포티지차량의 꺾인 핸들나 밀린 각도가 같은 것도 우연의 일치인가? 경찰측 주장은 최종지점을 미군의 주장대로 결론지어놓고 몰아가는 편파수사의 본보기다. 사고 이전 것이라면 어떤 사고였는지 밝혀야 한다. 트레일러는 이미 중앙선을 넘어 도로 반 이상을 먹고 주행하였다.(조한조)

2. 최종지점에서 15미터 진행차선 갓길에서 발견된 차량의 잔해에 대해

▲ 차량 발견 지점에서 1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확인된 파편의 진실은?
경찰측 주장
파주공업사 변호선씨를 조사하여 스포티지 것이 아니라는 확인서를 받았다. 길에서 발견된 차량 파편은 기아자동차금촌부품대리점과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하였다.(김승균)

유족측 주장
17일, 스포티지차량이 견인된 파주공업사에서 변호선씨와 확인한 바 있다. 캠코더 등으로 채증하였으며 15미터에 걸쳐 대각선으로 흩어진 방향지시등과 냉각수뚜껑 등의 발견은 트레일러에 의해 스포티지가 밀렸음을 입증한다. 처음엔 경찰이 트레일러의 잔해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조한조)

3. 스키드마크에 대하여

경찰측 주장
기어가 풀리더라도 차량이 밀렸다면 노면긁힘 현상이 반드시 나타난다. 정지된 트레일러를 받았다는 증거다.(김승균)

유족측 주장
기어가 풀리면 나타나지 않는다. 파주공업사로 견인된 차량은 기어가 풀려있었다. 중앙선을 넘어 오는 트레일러를 피하려다 충격으로 기어가 풀린 것으로 보인다.(조한조)

4. 트레일러가 주행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하여

경찰측 주장
정지해 있었으며 김남일씨의 주장대로 스포티지를 30도 각도로 밀고 갔다면 18미터나 되는 트레일러의 최종정차 각도가 안나온다.(통일뉴스, <고 박승주씨 사고 증언>에서)

유족측 주장
초동 수사한 순경도 주행 중이었다고 하였고, 훈련 중인 차량이 정차해 있었다면 납득할 만한 이유는 수사되었는가?(조한조)
공동으로 현장 재현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보자.(신양자, 고 박승주씨의 장모)

5. 긴급 인명구호에 대하여

▲ 22일, 일주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한 유족들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측 주장
바로 사망하였다. 변용주의 진술과 중앙외과 등 병원 관계자의 진술에 근거한다.(노창훈, 보도자료)

유족측 주장
미군이 운행하는 워크샵(구인구난차량) 등으로 인명구호를 우선적으로 했어야 하는데 현장을 10여 명의 미군이 봉쇄하여 방치하였다.(통일뉴스, <고 박승주씨 사고 증언>에서)

6. 채혈과 음주운전에 대하여

경찰측 주장
(알리바이 등에 대해 묻자)술을 같이 마신 사람을 확인하였다. (왜 밝히지 않은가?)피해 다니고 있다.

유족측 주장
음주의 연관성을 주장하려면 사고진상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 처음 공동으로 채혈하자고 할 때는 무시하더니 음주운전이란 비난 여론몰이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결론지어놓은 각본에 꿰맞추려 하기 때문에 채혈을 거부하였다. 중대한 사망사건인데 미군운전병에 대한 음주측정은 왜 안 했나?(조한조)

7. 기타

18일 유족들이 파주경찰서에 요구하여 이원재 파주서장이 수사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아직 답변이 없으며, 20일 오후 2시쯤 경찰 6~7명이 현장을 재조사한 사실이 주민들에 의해 확인되었다.

한편 유족측과 사회단체 등에서는 사고 직후 최초 목격자들이 통역할 카투사 등 한국인을 찾았으나 전혀 없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미군운전병이 사고 후 한국계 미군으로 바꿔치기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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