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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국민경선 성공의 산파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영배 고문이 노무현 후보의 선사퇴를 전제로 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혀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민주당 국민경선 당시 김 고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당 국민경선 성공의 산파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영배 고문이 노무현 후보의 선사퇴를 전제로 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혀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민주당 국민경선 당시 김 고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근 민주당 신당창당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김영배 민주당 상임고문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자신의 출신지역인 충청권 의원들과 잦은 회동을 하는가 하면 신당론에 대한 발언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김 고문은 지난 6일 신당창당 추진과 관련, 이른바 '13인 회동'을 준비했다가 돌연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날 10여명의 의원들과 저녁약속을 돌연 취소하고 기자들과 저녁를 함께 한 것.

국민경선 성공의 산파역을 자임했던 김 고문은 이 자리에서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노무현 후보와의 결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 자민련, 제3세력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쳐 주목을 받았다.

"노 후보는 고생한 사람한테 설렁탕도 못 사주나

김 고문은 이 자리에서 신당창당과 노무현 후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노 후보 혼자서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YS는 (적의) 품안에 들어가 내각제 개헌 약속을 뒤집고 대통령이 됐으며 DJ도 (자민련을) 옆에 끼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앞서 경험에서 보듯) 노무현 후보만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

이는 김 고문이 그리고 있는 신당의 밑그림이 '3자연대론'임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일 조부영 자민련 부총재가 언급한 신당추진계획과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자민련, 민주당, 제3세력(이한동 의원 등)의 1:1 통합을 꾀하고 있다는 것. YS의 '3당 합당'과 DJ의 '자민련과의 연합'(DJP연합)을 상기시킨 데서 보듯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의 결집을 통한 정권재창출을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김 고문이 그리고 있는 신당 그림이 당내 친노 개혁세력 모임인 '민주개혁연대'의 그림과 상당히 배치된다는 점이다. 그가 이날 노 후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당내 친노세력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노 후보가 국민경선 2개월 동안 고생한 선거관리위원들에게 설렁탕 한그릇 대접한 적 있느냐. (대통령 후보가) 되자마자 YS에게 찾아가 시계부터 보여주는 게 말이 되나. 국민경선에 참여한 다른 후보들과의 결합에 노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다. 경선이 끝난 후에 '나는 개인 노무현이 아니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요'라고 말하면서 '좀 도와달라'고 얘기하면 될 것을…."

"지금은 민주당 창당할 때와 달라"

김 고문이 노 후보의 선사퇴를 주장하는 배경으로 노 후보의 '포용력 부족'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각 계파로 나눠져 심각한 갈등양상을 보이던 민주당이 국민경선을 통해 화합과 통합을 이뤄냈는데 노 후보는 주위사람을 돌보지 않고 내리달린 것이 그에겐 못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그는 이어 YS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다시 노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상도동과 동교동이 다른 게 뭔지 알아? YS는 내가 일을 마치고 나가면 내 차가 안보일 때까지 거기서 쭉 지켜보는 거야. YS는 그렇게 감동을 주더라구. 아마도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나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던 거야."

김 고문은 당내에서 '창당 전문가'로 통한다. DJ를 도와 1987년의 평민당 창당을 20여일만에 성사시켰고, 95년의 국민회의 창당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김 고문은 현재 신당창당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창당 시기와 형태 등도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조부영 자민련 부총재와는 거의 비슷한 신당론을 이야기할 만큼 주변세력 규합에도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기자들이 "과거 민주당 창당 과정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자 김 고문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국민회의에서 민주당 넘어올 때, 공동위원장이 이만섭, 장영신이었는데 총재는 한 사람이라고 정했지. 그러니까 흐트러지는 게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거든. 그러니까 공평하게 해야지."

하지만 김 고문은 민주당 일각에서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국민경선을 주도했던 김 고문이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버린다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는 비난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가 노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한 신당을 창당할지 주목된다.

한편 김 고문은 오늘(7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을 이인제 의원 계보로 분류한 <문화일보>의 기사에 대해 "나는 특정계보나 계파에 속하지 않고 국가와 당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중도·중립입장"이라며 "이인제 의원 계보 분류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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