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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금 이게 어디 정당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8·8 재보선을 불과 이틀 앞둔 6일, 민주당내에서는 반(反)노무현세력 대표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 회의에서는 재보선 직후 신당추진을 위한 서명과 성명서 발표가 논의되기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모임이 일단 연기되기는 했지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진행되는 사실상의 분당(分黨) 논의는 지금 민주당의 상황이 어느 지경까지 치달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선거 승리보다는 당내투쟁과 분당에 관심이 가있는 것이 지금 민주당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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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내 반노세력은 8·8 재보선 다음날인 9일, 최고위원회의나 당무회의에 신당창당 문제를 공식의제로 제기하고, 현역의원 30-40명이 신당창당 촉구 성명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광범위한 서명작업을 통해 노무현 후보측에 대해 수적 우세를 보임으로써 노 후보측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성명에 대한 당내 절대 다수의 서명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후보를 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한동 전총리가 7일 여의도에 마련한 비젼 2010 개인 사무실 개소식에서 신당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한동 전총리가 7일 여의도에 마련한 비젼 2010 개인 사무실 개소식에서 신당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로써 민주당의 분당위기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무현 후보 역시 "경선불복당은 망한다"며 이들에게 직격탄을 날림으로써, 반노세력의 대응에 정면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미 백지신당론을 내놓은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이 분당을 막기 위한 조정작업을 벌이겠지만, 양측의 입장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에 과연 봉합책이 찾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노 후보가 선(先)후보사퇴 불가, 민주개혁세력 주도의 신당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한, 반노세력은 일정기간의 당내투쟁을 거친 뒤 집단탈당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과연 어느 쪽이 세의 우위를 확보를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 결과에 따라 12월 대선 판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반노세력이 세의 우위를 장담하고 있지만, 막상 탈당을 불사하는 이들의 움직임에 얼마나 힘이 붙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는 무엇보다 반노세력이 보여주고 있는 10인 10색의 한계에 기인한다. 이들은 일종의 다국적연합군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후보를 밀어내는 신당을 추진한다는 공동의 목표로 손을 잡기는 하지만, 그 뿌리는 제각기 다르다.

지금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몇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이인제 의원의 직계세력이다. 그동안 노무현 후보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이들 가운데는 충청권에 기반을 둔 의원들이 많으며, 따라서 자민련과의 합당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의 경우 당내상황이 여의치않을 경우 선(先) 탈당 후 자민련, 민국당 등과 1단계 신당을 결성한 뒤, 민주당과의 단계적 통합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5일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인제 의원.
지난 7월 5일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인제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반노세력 가운데는 다선 중진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무산된 대표자회의의 좌장격으로는 김영배 의원이 알려졌다. 그는 그동안 반노 태도를 보여오기는 했지만, 전면에 나서서 행동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재 민주당의 대선후보.지도부.당명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모두 기득권을 포기하고 신당을 출범시켜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안동선 의원같은 경우도 그동안 강경한 반노 입장을 보여왔다. 반노 대열에 가세하는 이들 다선 중진 의원들의 공통적 인식은, 노무현 후보 아래에서는 자신들의 입지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그동안 중립적 태도를 보여온 몇몇 중진의원들이 서명에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동교동계 구파 출신의 몇몇 의원도 서명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역시 노무현 후보의 '탈DJ'화가 불가피 하다면, 자신들의 입지는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의 결과이다.

이러한 인사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는 반노세력은, 높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다국적연합군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노무현 배제, 신당창당이라는 목표는 공유하고 있지만, 신당추진의 방법과 내용 등에 관해서는 저마다의 생각이 다른 상태이다.

특히 이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얼굴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후보를 밀어내고 민주당을 접수하든, 아니면 신당을 하든간에, 대통령후보로 내세울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노 후보의 경쟁자였던 이인제 의원의 경우 '경선불복'의 문제 때문에 얼굴로 나서는 것이 적절치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대안후보로 거론되어 왔던 정몽준 의원의 경우 이들과의 연대에 아직까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연대의 성사가능성이 그리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이한동 전총리를 얼굴로 내세우자는 의견이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이 전총리의 경우 과거 민정당시절부터 요직을 맡아온 '과거색'이 짙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민지지를 얻는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예상된다.

지난 7월 5일 축구 월드컵 대표팀 해단식 및 포상금 수여식에 참석한 정몽준 의원.
지난 7월 5일 축구 월드컵 대표팀 해단식 및 포상금 수여식에 참석한 정몽준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반노세력은 막상 노무현 후보를 대체할만한 후보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추진되는 신당창당에서 내세울만한 얼굴이 마땅치 않은 현실은 사실 신당창당에 결정적인 장애가 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자칫하면 대선판세에서 3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반노세력만의 신당은 과거회귀 정당이라는 여론의 비판속에서 앞길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반노세력이 주도하는 신당이 현실화될 경우 결국에는 자민련을 계승하는 충청권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보선 직후에 당장 반노세력이 힘을 크게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후보의 앞길도 불투명해 보이지만, 반노 신당의 앞길 또한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뜻 모험을 결행할 의원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내의 상당수 의원들은 당분간 친노와 반노 사이에서 관망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태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대선 일정상 그 관망의 시간이 그리 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국 여론의 추이가 될 것이다. 신당을 둘러싸고 민주당 각 세력간의 합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아, 각기 '마이 웨이'를 외치게 될 경우, 대선정국에서 어느 쪽이 살아남고 어느 쪽이 몰락할 것인가는 국민여론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결과는, 어느 세력이 국민의 정치변화 여망을 제대로 담아내느냐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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