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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의정부에서 발생한 미군의 맥주병 집단 폭행사건과 관련, 현장에서 도망간 미군 용의자 두 명이 미 헌병대에 자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의정부경찰서는 범행당시 현장에서 붙잡힌 제롬 일병에 대한 1차 소환조사를 지난 8일 진행하는 한편, 도주한 미군 용의자 2명의 검거를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던 중 용의자 A일병(20세), B이병(20세) 등이 11일 저녁 미 헌병대에 자진 출석하였으며 범행을 시인한 진술서 등의 자료를 통보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현장 체포된 제롬 일병과 함께 당시 범행에 가담했다 도망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현장에서 검거된 제롬 일병과 같은 부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 소속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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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측 향후 수사 협조 약속

의정부경찰서는 이들 전원에 대해 13일 출석 요청을 해 48시간 후인 15일 오전 중에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12일 오후 3시경 미군 헌병 참모가 의정부경찰서를 방문하여 향후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범행 현장에서 붙잡힌 미군 제롬 일병은 지난 8일 경찰의 1차 소환조사에서는 범행 가담사실조차 전면 부인하고 자신은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의정부경찰서 가능지구대에서 찍은 범행에 쓰인 맥주병 조각 사진. 완전히 부서져 병조각을 수거할 수 없었다는 주장과는 달리 상당히 큰 조각으로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병조각조차 수집하지 않아 초동수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사고 직후 의정부경찰서 가능지구대에서 찍은 범행에 쓰인 맥주병 조각 사진. 완전히 부서져 병조각을 수거할 수 없었다는 주장과는 달리 상당히 큰 조각으로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병조각조차 수집하지 않아 초동수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 이소희
제롬 일병은 "당시 근처 바에서 술을 마시고 가다 우연히 사건을 접했고, 얼굴에 피를 흘리며 서있는 피해자 주변에 많은 한국인들이 둘러싸고 있었음에도 아무도 응급조치 하려는 사람이 없어 자신이 나섰다가 오히려 범인으로 몰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달아난 미군 두 명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오마이뉴스>의 취재결과 제롬 일병은 주한미군 내부의 초기조사 당시에도 같은 주장을 했다.

이렇듯 용의자 중 유일하게 검거된 한 명마저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력한 증거물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초동수사에 허점을 보여 과연 도주한 미군 용의자 두 명의 신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미군 용의자 두 명이 자수해 옴에 따라 경찰도 한숨 돌렸을 것으로 보인다.

1차 조사받은지 3일만에 거짓말 드러나

한편, 용의자 두 명이 자수를 해 옴에 따라 제롬 일병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1차 소환조사에서 제롬 일병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 피해자 조씨를 비롯 현장에 있던 그의 친구들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해왔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피해자 친구들은 "우리를 포함해 수십 명의 한국인들이 주위에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를 보고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느냐"며 "같은 일행이 아니고 또 도망가려던 것이 아니면 왜 우리가 붙잡으려 했겠냐"고 반박했다.

피해자와 그의 친구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 당시 미군 3명은 모두 손에 맥주병을 들고 마시면서 길을 걷던 중이었고 제롬 일병 역시 도망치다 친구들이 붙잡으려 하자 맥주병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보았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피해자는 범인들이 병으로 가격한 후 몸을 밀치면서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는데, 그렇게 다치고 가만히 서 있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사건 발생 직후부터 119에 실려갈 때까지 피해자를 응급처치했던 친구 황정선씨(35)는 제롬 일병이 응급처치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황씨는 "만일 제롬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양 손과 티셔츠가 피로 흥건히 젖어있어야 했다. 당시 피해자는 피를 워낙 많이 흘리는 상황이었다"면서 "흰 티셔츠로 지혈을 했다면서 피가 그렇게 조금 묻었다는 건 말도 안된다. 지구대에서 찍은 CCTV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8일 진행된 미군 제롬 일병 1차 소환조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의정부경찰서 형사과장
8일 진행된 미군 제롬 일병 1차 소환조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의정부경찰서 형사과장 ⓒ 이소희
제롬 일병은 그동안 "내가 응급 조치에 나선 것은 무슨 훈장을 받으려는 것도, 영웅이 되려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해왔지만 동료들의 자수와 진술로 인해 불과 3일만에 그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사건이 새 국면을 맞으면서 한국 경찰의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나머지 용의자 두 명이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 있는 이상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범행 동기, 도주 과정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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