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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3년 위도와 격포 사이에서 서해훼리호가 침몰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300여 명이 사망한 사고는 놀랍게도 폐 로프가 선박의 추진기에 감겨서 시작되었다. 우리의 연안지역에 떠다니거나 표착한 폐기물은 이렇게 전혀 예기치 않는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염분을 흡수한 폐기물의 수거와 처리비용이 천문학적이며, 연안갯벌과 조간대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어업손실 생태계 훼손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갯벌과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해안경관 훼손으로 인한 방문객 감소도 우려되고 있다.

▲ 어구에 붙은 따개비(촬영장소, 비금도)
ⓒ 김준

해양생태계의 종다양성이 무너진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계화도 조개가 미국 해안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떻게 조개가 미국의 해안까지 건너 갈 수 있었을까. 아직까지 조개가 헤엄을 쳐 태평양을 건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나중에 확인된 일이지만 화물용 선박의 밸런스트워터 속에 들어 있던 계화도 조개가 선박이 미국에 정박하면서 이동하였다는 것이다.

화물을 하역하고 난 선박은 이동하면서 화물대신 물을 담아서 일정한 무게(화물처럼)로 균형을 유지해야 안전하게 운항을 할 수 있는데 이를 ‘밸러스트워터’라고 하는데 이게 매개원이 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화물선박들이 접안하기 전에 밸러스트워터를 깊은 바다에서 교환하도록 하고 정밀한 검사를 한 후 정박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밸러스트워터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양폐기물도 개체이동의 매개원이 될 수 있다. 아직 공식적인 연구자료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부착생물이 폐어구나 해양폐기물에 부착되어 표류하다 해안에 표착하기도 하며, 플라스틱 병에 개체들이 들어있다 이동할 수도 있다. 진도에서 확인된 중국에서 생산된 해양폐기물에 부착생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우일지라도 이러한 새로운 종의 지역 간 이동이 종다양성을 파괴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 해양폐기물을 모니터링하는 군인(사진제공, 서남해도서양환경센터)
ⓒ 김준
서남해의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어류의 70%이상이 연안지역의 갯벌에 산란을 하고 성장하고 있다. 각종 해양폐기물들이 쌓이는 조간대는 이들의 산란장과 서식지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10여 년을 연안운동에 바쳐온 김환용(49) 연안보전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쓰레기를 걷어내고 바닥을 보면 그곳에는 그 흔한 ‘게 구멍도 찾을 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게가 갯벌에 구멍을 뚫지 않는다는 것은 갯벌이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 지렁이, 짱뚱어, 바지락 등 각종 갯벌생물들이 쉼 없이 갯벌에 구멍을 뚫고 먹이 활동을 해야 갯벌도 살고 바다도 사는 것이다.

생태계의 생명은 종다양성의 유지라 할 것이다. 이미 육지생물들은 개발과 포획 등 인간의 개입으로 종다양성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종다양성의 출발은 사실 해양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미 황소개구리, 베스 등의 번식에 의해 토종 생물이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해양의 다양한 매개체를 통한 개체의 이동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유령이 고기를 잡는다!

바다 속에 있는 고기는 어부들만 잡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어민들이 그물이나 낚시 등을 이용해서 잡는 것은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문제는 유령들이 나타나 고기를 잡는 것이다. 유령들이 나타나 고기를 잡아간다. 그것도 먹이사슬에 따라 작은 고기부터 큰 고기까지 잡는다면 정말 기막힌 기술이다.

▲ 그물에 걸린 거북(사진, 일본 연안환경운동 단체 JEAN)
ⓒ 김준
▲ 그물에 걸린 물개(사진제공, 일본 연안환경운동단체 JEAN)
ⓒ 김준
바다 속에 가라앉은 폐어망, 낚시줄 등 폐어구에 물고기가 걸리고, 이를 먹기 위해 더 큰 고기가 걸리면서 해양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라고 부른다. 특히 자망을 이용해 꽃게, 대게 잡이 등은 2-3년 그물을 사용할 경우 새로 교체해야 하는데 상당수가 바다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이들 그물은 안강망이의 그물과 달리 물고기나 꽃게 등이 걸려, 빠지려고 버둥거리면 더욱 얽혀져 결국 죽고 만다. 문제는 이렇게 죽은 고기를 먹기 위해서 달려드는 큰 고기들도 같은 신세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낚시어업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어민들이 생업을 위해서 사용하는 각종 주낙과 레저용 낚시도 같은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낚시인구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낚시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다녀간 곳에는 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낚시를 즐기기 때문에 스스로 되가져오지 않으면 수거는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해양폐기물 대책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해양폐기물은 생산과정이 육지 쓰레기와 다르다. 이미 해안에서 확인된 쓰레기의 50-70%가 육상에서 버려진 것으로 확인된 것처럼 지역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어디에서 발생해서 어떻게 연안과 섬지역에 표착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폐기물관리의 법과 제도와 같이 해당지자체가 비용을 책임지라는 것은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게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과 똑같다.

연안관리운동을 하는 환경단체 2
연안보전네트워크

- 연안보전네트워크(상임이사, 김환용, 사무처장 김갑곤)는 2000년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바다운동 단체라 할 수 있다. '전국 주요 연안지역간 단체간 해양환경및 연안보전 활동을 주로하는 민간운동협의체로서 해양환경교육과 오염모니터링, 지속가능한 연안발전및 해양정책개발, 민간 연안운동을 활성화를 위한 각종교류와 연대사업 등 하고 있다. 최근의 각 지역연안이 주관이 되어 해양환경오염문제등을 직접 다루고 모니터링하는 전국연안동시광역관측프로그램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양환경보전을 위한 광범위한 시민참여 활동을 전개하면서 전국 주요연안의 해양생태문화 자원을 조사기록하는 활동를 추진하고있다. 이러한 지역연안 자원보전과 함께 지역별  연안별 자체적 활동 역량등을 강화해 나가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 연안보전네트워크 사무처
426-853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 445-17 현대쇼핑301호 연안보전네트워크
전 화 : 031)484-3301 016-399-1295, 사무처장 김갑곤
팩 스 : 031)487-1881
이메일: coastalkorea@hanmail.net
http://www.coastalkorea.org / 김준
특히 해양폐기물는 회수비용, 운반비용, 리사이클링 비용 등이 육상쓰레기 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해양쓰레기를 처리할 수 없다. 특히 계절적으로 쌓이고 다시 사라지기 때문에 쓰레기를 수거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책임을 져야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제도에서는 해양쓰레기의 문제는 방관을 부채질 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우리나라에 표착한 중국쓰레기를 살펴보기 위해 해남에 왔던 일본의 아사히 신문사 타이수케 기자와 지난 3월 18일과 19일 동안 동행하면서 일본의 쓰레기 해양폐기물에 대해 알아보았다.

일본의 후쿠오카에서도 12월부터 이듬애 3월이면 인근 섬의 해안에 한국과 중국에서 몰려온 쓰레기가 많이 쌓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민간단체가 이들 쓰레기 중 지표가 될 만한 것을 지정하여 쓰레기가 가장 많이 쌓이는 3월말에 카운트를 해서 행정관청에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종합한 해상보안청이 일본정부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정부에 알려 양식업자를 비롯한 쓰레기 발생원(생산자)에게 교육 및 주의조치를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모니터링 한 결과를 정부에 알리고 처리비용은 지원받고 있다. 특히 모니터링에 실버인센터를 통해 60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월경쓰레기의 경우에는 해당국가에 처리비용 절감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적 접근을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 지난해 여름 장마가 끝난 후 강진 도암만에 몰려든 쓰레기 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왜가리
ⓒ 김준
지난해 여름철 장마가 끝나고 찾았던 강진의 도암만은 쓰레기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장마가 끝난 후 연안지역에 가보면 바닷가에 쌓인 엄청난 쓰레기더미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섬진강과 낙동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강들이 서해로 흐르면서 서남해는 생활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공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많은 폐기물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황해로 흘러들고 있다. 폐쇄형 바다를 이루고 있는 서해는 조류에 따라 쓰레기가 빙빙 돌며 인근 섬과 국가를 옮겨 다니고 있다. 이제 해양폐기물은 일국차원을 넘어 국가간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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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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