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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김명중 씨
사회복지사 김명중 씨 ⓒ 윤형권
사회복지사 김명중(39)씨. 약하고 없는 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회복지사다. 김씨가 이 길을 선택하게 된 사연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경험이 있다.

논산시 부창동사무소(동장 배정현) 사회복지과에서 근무하는 김명중씨는 1990년 논산시청 민원봉사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공무원인 남편, 세 자녀와 함께 공무원 가족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활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좋은 김씨는 논산시청에서 ‘여성 마당발’로 통했다. 업무나 동료 일이나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척척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이렇게 활달하던 김씨가 언제부터인가 늘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의욕이 점점 떨어지면서 푹 가라앉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증세에 대해 김씨는 ‘그냥 업무에 지치고 고단해서 그런가보다’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친구 남편의 병원에 들러 간단한 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좀 더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겠습니다. 제가 단정하기는 뭐하지만 아무래도 혈액에 이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며 정확한 설명을 꺼리며 소견서와 함께 종합병원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김씨나 남편은 ‘큰 병이야 있을까?’ 하면서도 한 번 진단이나 받아보자며 안내받은 종합병원으로 갔다. 검진결과는 며칠 후 나왔다. 담당 의사는 검진결과를 설명하기 전에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다 있지만 사람의 생명만큼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라며 힘들게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직관적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래도 설마 죽을 만큼 큰 병은 아니겠지’ 했다.

그런데 담당의사로부터 검진결과를 듣던 김씨의 남편이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되면서 김씨의 손을 더욱 세게 잡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혈액암의 일종인 백혈병입니다.”

김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았던 백혈병이 무서운 병인지 잘 몰랐다. 내가 백혈병에 걸릴 줄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김씨는 이때까지만 해도 백혈병이 무슨 병인지 잘 몰랐다고 한다.

김씨는 곧바로 입원을 하고 골수 이식수술에 들어갔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김씨는 3개월간 입원해 있는 동안 한 방에 있던 동료환자가 갑자기 죽어 나가는 일을 많이 보면서 사람의 목숨이 연약하고 하찮은 줄 그때 알았다고 한다.

이처럼 김씨가 백혈병과 사투를 벌이면서 큰 감명을 받은 것은 논산시청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맡은 동료 직원들의 정성어린 병문안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했다. ‘만약 내가 건강하게 살아서 나간다면 약하고 없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리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김씨는 퇴원 후에도 방사선치료를 계속하면서 사회복지사 3급 자격을 취득했다. 그리고 복직하자마자 일반 행정업무에서 사회복지업무 근무를 자청했다.

2004년 2월 27일, 김명중씨가 다시 태어난 날이다. 백혈병 완치 판정을 받았다.

현재 논산시 부창동사무소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씨는 동료직원 4명과 함께 412세대의 외롭고 힘없는 약자의 손과 발이 되어 신바람 나게 일하고 있다.

김명중씨를 비롯한 논산시 사회복지사 47명은 ‘작은 정성모아 불우이웃돕기’라는 돼지저금통 사업과 ‘야쿠르트 아줌마’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돼지저금통 사업은 500cc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논산시 유관기관과 단체에 나누어 주고 금년 12월 10일에 회수하려는 계획이다. 나누어준 돼지저금통 약 200여개를 회수하면 천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말에 일회성으로 내는 이웃돕기 성금보다는 일상생활 중에 ‘이웃을 생각하자’는 의도가 담겼다.

‘야쿠르트 아줌마’ 사업은 시에서 추진하는 것인데, 무의탁 노인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의 집에 매일 아침 야쿠르트를 배달하면서 이들의 안부를 확인하여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씨는 이번에 건양대학교 대학원(사회복지전공)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6년만에 캠퍼스 생활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다시 태어난 제가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좀더 공부를 해서 한층 높은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대학원에 입학하는 김명중씨가 웃음과 함께 꿈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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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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