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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바엑스 공장 터 조성공사 현장. 주민들은 공장 터 조성공사라기보다 석산개발이라 주장하고 있다.
한국화이바엑스 공장 터 조성공사 현장. 주민들은 공장 터 조성공사라기보다 석산개발이라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마을 주택 거의 대부분의 균열이 심하다.
마을 주택 거의 대부분의 균열이 심하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 밀양시 상남면 평촌리 1~3리. 농촌 치고는 많은 35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이다. 주민들은 지난 봄 뒷산에서 공장 터 조성공사 발파작업으로 인해 주택 대부분에 균열이 심하게 생겼다며 회사와 밀양시를 상대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밀양시 외곽인 이곳에는 지난 1992년 부산 녹산공단에 있던 (주)한국화이바가 나머지 2개 계열사와 함께 들어와 있다. 한국화이바 바로 옆에 (주)한국화이바엑스를 짓기로 하고, 2000년부터 공장 터 조성공사를 하고 있다.

공장 터는 산을 깎아 조성하고 있다. 터 조성 과정에서 대규모 화강석이 나오면서, 회사로부터 위탁을 받은 석산개발 전문업체에서 돌을 부숴 덤프트럭을 이용해 인근 고속도로 공사장에 나르고 있다. 공장 터 조성공사는 2005년 8월까지 마무리하기로 되어 있다.

주민들은 주택 균열 책임이 공장 터 조성공사 때문이라 주장하는 등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올해 3~5월 발파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후부터 거의 대부분의 주택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 균열로 인해 시멘트 벽에 구멍이 나거나 방문이 비틀어지고 유리창이 깨질 정도다.

이영학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몇 해 전 지은 집들도 지난 봄을 지나면서 균열이 생겼고, 올해초 지은 집들도 균열이 심하게 생겼다"면서 "회사는 농번기에, 그것도 주민들에 대부분 논에 나가 일을 하고 있을 시간에 집중적으로 발파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회사측은 3채를 보수공사를 해주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장 출신 등 마을에서 힘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일부만 보수공사를 해주었다"면서 "보수공사를 해준 바로 옆 집은 그보다 더 심한 균열이 생겼는데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을 깎으면 발생한 먼지로 야산의 소나무 희뿌옇게 변해

주민대책위 이영학 위원장이 균열이 심한 벽을 살펴보고 있다.
주민대책위 이영학 위원장이 균열이 심한 벽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 위원장은 "주택 균열이 심해 밀양시청에 연락을 했더니, 공무원들이 조사하러 나오면 회사는 다이너마이트를 적게 터뜨려서 그랬는지 규정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대의 덤프트럭으로 돌을 부숴 도로공사장에 팔고 있는데, 공장 터 조성공사라기보다 채석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산을 깎으면서 먼지를 발생, 인근 야산의 소나무가 희뿌옇게 변해버린 상태다. 이에 대해 밀양시청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민원이 있어 며칠 전 현장 조사를 해보았다"면서 "곧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수완 밀양참여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15만㎥여야 하는데, 당시 회사는 14만9900㎥만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산을 비스듬히 깎아야 하는데 직각으로 하고 있어 설계도에도 그렇게 되어 있는지 의문이며, 앞으로 산사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1992년 한국화이바 입주 당시 반대운동을 벌인 주민들은 회사가 주민들과 한 협약서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협약서에는 오수와 우수 관로 설치 때 주민을 입회시키기로 하고, 마을 주민들로 환경감시기구를 만들어 활동하기로 했지만 전연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회사 "석산개발은 절대 아니다"

주민들은 발파작업으로 인해 균열이 심해지만서 유리창이 깨지고, 틈이 심하게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발파작업으로 인해 균열이 심해지만서 유리창이 깨지고, 틈이 심하게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같은 주민과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한국화이바측과 밀양시청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주택 균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주민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터 조성을 빌미로 한 석산개발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석산개발은 절대 아니다"면서 "법에 따른 창업 부지 조성공사"라고 말했다.

밀양시청 관계자는 "만약에 회사가 허가대로 하지 않았다면 내년 8월 마무리 때 복구해야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회사가 공장 터 조성공사를 허가 사항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허가 도면에는 산을 직각으로 깎도록 설계되어 있고, 측량을 하려면 몇백만원이 드는데 예산도 없지만 현재로서는 문제가 없어 시행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주택 균열과 관련해 밀양시청 관계자는 "민원이 있어 현장에 가서 진동을 조사해 보면 규정대로 되고 있었다"면서 "발파작업이 원인인지 주택이 오래되어서 그런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를 해서 회사와 주민이 합의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산먼지로 인해 인근 소나무가 희뿌옇게 변해버렸다.
비산먼지로 인해 인근 소나무가 희뿌옇게 변해버렸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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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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