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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 농장에서 농약대신 사용하는 천적인 흰가루이 좀벌
방울토마토 농장에서 농약대신 사용하는 천적인 흰가루이 좀벌 ⓒ 윤형권
농림부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화학농약 대신 '천적활용 시설원예작물 해충방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내년도에 우선 300ha인 12억을 지원하기로 하고 농민들에게 신청을 받은 결과, 계획 물량보다 거의 7배에 가까운 2028ha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학농약을 써서 농사를 짓던 것에서 천적을 활용한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한 시설원예작물 농가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천적활용 시설원예농가의 신청에 비해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친환경농가들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 뻔한 실정이다.

당초 농림부에서는 1000ha를 예산에 반영하려고 했으나 기획예산처에서 300ha로 줄였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내년 예산안마저 통과시키지 않았으며, 일부 야당의원들은 300ha 마저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어 친환경농가에 대한 예산확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약대신 천적을 사용하게 되면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으며, 농산물 수출 및 농가소득증대도 기대될 뿐만 아니라 농약방제에 드는 노동력 절감과 농약피해 예방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따라서 친환경농업이 우리 농업의 미래를 담보해줄 수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화학농약을 쓰지 않고 천적으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양명규(44세), 안필순(39세)씨 부부
화학농약을 쓰지 않고 천적으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양명규(44세), 안필순(39세)씨 부부 ⓒ 윤형권
논산시 부적면에서 6년 전부터 친환경농법인 천적과 미생물농약으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양명규(44세) 안필순(39세)씨 부부는"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땅을 물려주어야지요. 또, 먹거리는 안전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속가능한 농업은 친환경농업밖에 대안이 없습니다"라며 친환경농업의 당위성과 전망을 말한다.

양씨는 또 "친환경농업은 환경을 관리하는 농사입니다. 따라서 유기질비료, 천적, 미생물농약 등 친환경농자재의 비용이 많이 듭니다. 주위 사람들도 친환경농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알고 있지만 친환경농자재가 일반농자재에 비해 10배 이상이나 더 들기 때문에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양씨 부부는 약 2800평의 방울토마토 시설재배로 지난해 2500만원 정도의 순소득을 올렸다. 화학농약을 사용하면 10~20만원밖에 들지 않는데, 천적과 미생물농약 비용으로 600~700만원 정도 지출했다. 이처럼 친환경농업은 화학비료가 아닌 유기질비료, 화학농약이 아닌 천적이나 미생물농약을 사용해야 하므로 친환경농자재의 비용이 많이 든다.

'천적활용 시설원예작물 해충방제사업'이란?

천적활용 시설원예작물 해충방제사업은 2005~2013년까지 전국의 시설원예재배면적의 20%인 2만ha에 대해 연차적으로 천적방제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농림부 신규 시책사업이다.

이 사업은 시설원예재배 농가 중에 농약대신 천적을 활용하여 해충을 방제하고자 희망하는 농가에게 천적구입비용을 지원하고, 농가가 성공적으로 천적방제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컨설팅도 지원한다.

우선 2005년도 지원대상작목은 딸기, 토마토, 고추, 파프리카 등 4개 작목이며, 2006년도에는 오이, 포도, 버섯 등으로 지원대상작목과 지원대상면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지원 단가는 시설원예재배면적 1ha당 700만원이며, 지원조건은 국고보조 50%, 지방비보조 30%, 농가자부담 20%로 전체보조비율은 80%이다. / 농림부 자료/ 윤형권 정리

김종원(29세)씨는 논산시 부적면에서 시설재배로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해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호평을 받은 경험이 있다. 김씨는 그의 딸기농장에서 출하하는 딸기상자에 새겨진 친환경인증마크를 알아보고 대전에서 일부러 농장까지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딸기를 구입해갔다. 김씨는 그동안 부모님이 딸기농사를 30년간 지어왔지만 소비자들이 농장까지 찾아온 경우는 없었다.

김씨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확신을 갖고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천적을 사용해 딸기농사를 짓기로 하고 농림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천적활용 시설원예작물 해충방제사업'에 1500평에 해당하는 천적 지원을 신청했다.

동네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10개 농가가 만든 '신선딸기작목반' 회원인 김씨는 "작목반에서도 나이가 60세 이상 되신 분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화학농약을 써서 농사를 짓는 것을 고집하지만 젊은층에서는 친환경농법으로 딸기 농사를 지어야 장래가 있다고 합니다. 다들 친환경농법이 좋은 줄은 알지만 친환경농자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당장 시작할 엄두를 못냅니다"라며 친환경농법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2002년도 농림부의 농림축산물수출입동향
2002년도 농림부의 농림축산물수출입동향 ⓒ 윤형권
친환경농업이 '우리 농업의 미래 희망이다'라는 것은 이미 농업선진국의 예가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은 천적을 활용한 친환경농업이 전체 농업의 90%를 차지한다. 세계시장에서 땅이 넓은 미국이나 프랑스, 남미는 곡물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처럼 농지면적이 좁은 네덜란드는 시설 원예작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네덜란드의 경우 2002년도 농림축산물 전체 수출액이 325억 달러로서 미국(556억 달러), 프랑스(345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의 농림축산물 수출대국이다. 벨기에의 경우도 독일(265억 달러)에 이어 186억 달러로 세계 5위의 농림축산물 수출국가다.

네덜란드의 경지면적은 우리 나라(187만 ha)와 비슷한 200만ha이면서 천적생산(30종)으로 세계 1위이며, 벨기에는 25종으로 세계 2위의 천적생산 국가다. 이처럼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우리 나라보다 국토면적이 좁은데도 불구하고 농림축산물 수출 대국인 것은 천적과 친환경농업과의 상관관계에서 나타나 있다.

'쌀 개방 반대'를 하는 농민들의 몸부림이 점점 처절해지고 있다. 농민들의 이러한 몸부림은 이미 10년 전에 예고되었다. 10년 동안이나 기회를 주었는데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손을 쓰지 못하고 말 그대로 '수수방관'해 온 것이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농업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정치권은 말뿐인 '농촌살리기'를 할 게 아니다. 농업관련 부서에서 정책을 입안해서 농사 현장에 투입될 때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신속하고도 현실성 있는 지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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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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